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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두 송이 가을은 갔습니다. 흔적처럼 미련처럼 어지럽게 흩어진, 잔해더미를 뒤로한 채 또 그렇게 갔습니다. 어느새 흩어진 잔해더미 사이로 진눈개비가 스며들고, 이순이 목전인 노객의 백발처럼 하얀 눈발은 세월의 늪이 됩니다. 그렇게 홀연히 가을 떠나던 어느 날, 둘이 만나 하나가 되자했던 .. 더보기
가을이 남겨둔 것 도심 가로수 거리마다 어지럽게 흩어진 낙엽을 들추며 가을 흔적을 지우려는 듯 빗방울이 들칩니다. 북한산 정수리엔 이미 하얀 눈 모자를 씌우고, 겨울 채비를 서둘라는 것인지? 냉찬 바람몰이를 하려는 것인지? 밤새워 흐느끼고도 무엇이 저리도 서러울까? 딸아이랑 가는 병원 길에 눈.. 더보기
고향의 아침 요즘 고향의 새벽은 짙은 안개가 어둠을 삼키기 시작하면 연로하신 우리엄니들 김장 품앗이길 가시며 쩔뚝거리시는 바쁜 발걸음 소리로부터 그 시작을 알리는듯합니다. 여명이 밝아오며 동이 트는 들녘은 이슬 방울방울 맺힌 고요와 정적과 침묵의 바다구요~ 당산 마당에 수북이 쌓인 .. 더보기
가을 떠난 자리에서~ 그대시여!!~ 바람에 의지한 채,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도는 저 낙엽들의 애처로운 방황을 보시는가? 임이시여!!~ 텅 빈 들녘 홀로 남은 허수아비처럼, 영혼마저 묶인 채 선 처연한 고독을 아시는가? 천년만년 영원할 것처럼 빛나던 그 청춘은 어느새 하얗게 털려 빈껍데기뿐인 채, 풍선처럼 .. 더보기
취풍(醉楓) 다사다망한 10월 바쁜 일상으로부터 한동안 접어두었던 메모 첩을 꺼내는 것처럼, 조금은 낯설고 색다른 느낌으로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산행 길에 나선다. 도심을 맴돌던 열기마저 을씨년스럽고 세월은 벌써 가을을 덜미 잡은 채, 습관처럼 또 그렇게 겨울을 예고하고, 벌겋게 취해가는 .. 더보기
고운 추석 고운 달빛 다 함께 더불어 즐겁고 흐뭇해야할 추석 날 아침, 늘 그래왔듯이 추석 귀성 길을 애써 외면한 채, 다소 우울한 기분이 되어 어제 준비한 간단한 추석음식으로 아침을 드는 둥 마는 둥, 자리를 물리고 막 거실로 나오려는데 딸아이가 “ 우리 추석 날 어디 가기로 했었잖아?” “ 남이섬으.. 더보기
들깨 밭에서 내 아버지 기일 지난 이 아침을 찐한 들깨 향에 취해 비몽사몽 합니다. 들깨 베기 시작한지 채 반시간도 못돼, 온 몸엔 비오듯 한 땀범벅에 가슴은 옛 추억으로 흥건히 젖은 채, 내 고향은 언제나 들깨 향처럼 풋풋한 내 안의 추억들이 뛰노는 마음의 동산입니다. 그 추억 저 건너편은 땀 .. 더보기
가을 깊은 언저리 벌초 행 나들이 길에서 오는 고단함보다는 그로인한 흐뭇함으로 삶은 또 하나의 고운 흔적을 남기고, 4촌간 형제애에 자존감 드높고 진귀한 해산물 안줏감에 오가는 한잔 술은 한낮의 고단함을 사르르 녹이며 뿌듯한 형제애로 가슴에 흥건했다. 짙은 어둠을 동반한 채, 아내와 함께한 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