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더불어 즐겁고 흐뭇해야할 추석 날 아침,
늘 그래왔듯이 추석 귀성 길을 애써 외면한 채,
다소 우울한 기분이 되어
어제 준비한 간단한 추석음식으로 아침을 드는 둥 마는 둥,
자리를 물리고 막 거실로 나오려는데 딸아이가
“ 우리 추석 날 어디 가기로 했었잖아?”
“ 남이섬으로!!”
“ 안가?” 라는 물음에
아내나 아들 녀석은
“ 왜 안가?” 라고 되물으며 내 눈치를 살피고
나만 머쓱한 표정으로
“ 우리가 언제?”
“ 누가 그랬는데?” 라고 재차 물으며 생각을 더듬어보니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여,
“ 명절날이라 차 막히고 길 막혀 꼼짝을 못할 텐데?!!~”
“ 어딜 쏘대고 나가냐?” 라며 살짝 분위기를 살피자
여차하면 아빤 빠져 집이나 보라는 듯이 아내와
두 아이들이 완전한 한 편이 되어 따돌림이라도
시켜버릴 것처럼 기세 등등이다.
하는 수 없어 꼬리를 내리며,
“ 좋아 그럼 차 막히고 길 막혀도 군소리들 없기다!!~”
설거지를 자청하며
“ 빨리들 준비해!!~”
“ 한시라도 얼른 붐빌 성묫길 구간을 빠져나가게!!~”
“ 아들은 후딱 내려가 차 꺼내 올리고!!~”
급한 척 서두르라 설레발을 쳤지만,
너무도 태연하게들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먼저 들 신발을 찾아 신으며 밖으로 몰려 나간다.
살짝 민망함을 몰래 감추며 어정쩡 아내의 꽁무니를 따라
밖으로 나오니 이미 아들 녀석은 지 애마를
주차장 마당으로 올려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이 곳 저 곳을 살피며 차 주변을 맴도는 사이
다소 약화된 체면에 모른 척, 앞 조수석을 꿰차고 앉고
아내와 딸아이가 뒷좌석에 나란히 앉고 나자
아들 녀석이 운전석으로 들어와 앉으며 금방
부르릉 하며 날렵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간다.(11:20)
우울할 뻔 했던 추석명절을 일시에 기분전환 시키며
아들한테 안전 운전하라 당부하고 차창 넘어
스치고 지나가는 도심을 무심코 바라다본다.
추석명절 6일 후가 내 아버지의 기일이라서
추석을 전후한 한 달 사이 벌초까지 세 번을
다녀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추석 귀성 길을
포기하고 아버님 기일을 선택 해 고향으로 가는
일정이 오래전부터의 연례가 되어오긴 하였지만,
막상 추석 연휴가 되면 괜한 설움과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울적해 하는
내 모습을 매번 바라만 보기엔 불편함이 컷 던지
아이들과 아내가 제안을 했던 것이었는데,
나 자신만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미안한 마음과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뒤섞여 차창에 비쳐진 내 얼굴에
머쓱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간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딸아이와 아내는 뒷좌석에서 부산을 떨고
아들은 내비의 길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 아빠 어떻게 가요?” 라며 빠른 길을 묻는다.
“ 오늘은 어디나 막히고 복잡할 테니 차분하게 내비아줌마가
시키는 대로만 그냥 순순히 따라 가보자!!~” 라고 말하며
“ 엄마랑 아빠랑은 오래전부터 최소한 서너 번은
남이섬을 목적지로 정하고 가다가 매번 길이 막혀서
포기하고 돌아 와버리고 말았는데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몰라!!~” 미리서 경고처럼 말하며,
“ 어떻게 할꺼여? 죽어도 고?” 아님
“ 길 막히면 목적지 자동 변경?” 라고 묻자
선뜻 대답이 없다. 얼른
“ 그럼 오늘은 빠짐없이 우리 넷 모두 함께
남이섬을 목표하고 나섰으니 길 막히고 차 막혀도
남이섬까지 간다!!~“ 라는 결정에 다들 찬성하고,
광장동 로타리를 지나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 남양주까지
시내를 벗어나는 동안 구간구간 조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끝에 평내, 호평에서 46번 도로에 진입하자
생각했던 예상 외로 차 막힘이 뻥 뚫리며
오히려 도로엔 한산한 느낌마저 감돈다.
먼 산 굽은 등엔 어느새 노르스름한
단풍 색이 완연하고 도심을 벗어난 해방감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우린 제각각 콧노래와 휘파람을
불어가며 차창을 활짝 열어 깊어가는 가을 들판의
풍요로운 정취를 마음껏 누리며,
기분 쿨 하게 속력을 더해 남이섬 입구까지 그다지
큰 지, 정체 없이 무사 도착하여(13:30) 수월케
남이섬 선착장 주차장에 주차 완료한다.
딸아이의 발 빠른 승선표 구입으로(성인 1인 1만원)
몰려든 승선 객들 틈 사이로 슬며시 끼어서
웅성대는 인파 속에 끼어서도 서로들 사진 찍기에
바쁘고, 쏼라쏼라 떼르또빠르또 혀 굴러 가는
소리들로 보아 지구촌 각국 관광인파로 남이섬은 이미
손색없는 국제 관광 명소로써 그 존재감이 확실시 된 것 같다.
잠시 동안의 기다림을 뒤로하고
마침내 알라딘호라 이마에 띠를 두른 객선이
웅장한 엔진소리를 드높이며 배 머리를 디밀고 나서
문을 내리며 선착장에 다리를 걸치는가 싶더니
우르르 수많은 인파를 한참동안 꾸역꾸역 토해낸 후,
우리 앞에 가로막힌 사슬을 풀자마자
텅 빈 배 안으로 우르르 토해낸 만큼의 수많은 인파가
한 덩어리가 되어 배안으로 들어가 금방 가득해 지자
다시 문을 닫고 나서 웅장한 엔진 소리를 드높이며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상이 배로부터 멀어지는 듯 배를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하는듯하더니 그도 잠시 바삐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어대며 흥이 오르기도 전인데 이미 벌써
배꼬리가 건너편 선착장에 닿는다.(5분)
인파에 떠밀려 남이섬에 내려서니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선남선녀들과 가족나들이객들과
단체 관광객들을 비롯한 각국 언어들이 뒤섞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요소요소마다마다 사진을 찍고
어느 영화장면 어느 연속극 장면을 귓속말로 속삭이기도
하며 마주치는 얼굴마다 기쁨과 즐거움이 한가득 들이다.
안내도를 올려다보며 남이섬 둘레를 유심히 살피고 나서
딸아이가 구입한 버스표를 물리게 하고 산보 겸 걷자하여,
하늘 높이 치솟은 가로수 길을 걸으며 아들의 길게 뻗힌
휴대폰 셀프 카메라 봉에 얼굴을 포개 디밀며 사진을 찍고
서로를 손짓해 부르기도 하고 달려가 함께 보며 공감하고
나누며, 가족으로서의 행복감과 소중함과 고마움과
감사함을 아낌없이 누리고 즐긴다.
중간을 가로지르는 가로수 길 끝에서 좌측 길로
접어들어 강변을 거닐며 더없이 즐겁고 평화롭고
여유로움을 만끽하다 오리배가 줄지어선 오리 배 놀이터
앞에서 일시에 딱 발걸음이 멎는다.
“우리 저거 함 타보자!!~” 딸아이의 갑작스럽고 장난스런 제안에
다들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지며 끌리듯이 발길을 옮겨가며
“허허 참!!~”
“너희들 어렸을 땐 저런 거 탈 엄두도 못 내고 살았는데!!~”
“때 지난 늙으막에 너희들 시집 장가보낼 나이가 돼서야
오리 배를 다 타보자하니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가 없네!!?~라며
딸아이의 팔짱에 이끌려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
매표하려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어느새 오리 배 탈 순서를
기다리는 있는 내 모습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다.
아내역시 싱글벙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고
마침내 막 들어오는 오리 배를 관리인께서 멈춰 세워 고정한 후,
손님이 내리자마자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며 어서타기를 권한다.
아내와 딸이 뒤에 앉고 아들과 내가 앞에 앉아
폐달을 돌리며 물 가운데로 저어나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멀리 부표가 있는 외곽 주변으로
한 바퀴 신나게 돌아보자며 힘껏 폐달을 돌린다.
잔잔한 수면 위에 떠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바깥 육지 풍경을 바라보며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쁨과 자유와 행복을 느끼며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과거를 파노라마처럼 떠올린다.
항상 부족하고 늘 쫓기듯 한 삶이였기에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뭐 딱히 기억할만한 추억을 별로 만들어 주지
못했던 사실에 아내한테 죄스럽고 아이들한테 그저
미안한 생각으로 잠시 동안 가슴이 먹먹해 옴을 몰래
슬그머니 눌러 감춘다.
물살을 가르며 날라 가는 쾌속선 물결에 오리배가
뒤집힐 듯 요동을 치자 아들이 그 흔들리는 물결을 타며
몸을 흔들어 오리 배에 울렁울렁 반동을 가해
큰 소리로 웃고 까불어대면서 흥과 스릴에
어찌할 줄 모르고 함께 어린아이들처럼 맘껏 웃고 즐긴다.
그렇게 행복한 한 시간여를 수면위에서 만끽하다 다소
그 흥이 가라앉을 무렵 조금도 미련 여한 없이
오리 배를 빠져나와 다시 강변을 걷는데,
근처에서 들리는 애절한 섹소폰 소리가 걸음을 잡아끈다.
소리에 이끌려 홀린 듯이 다가가서 보니 어느 무명(?)섹소폰
연주자의 공연이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앉아있는 가운데 약간 경사진 풀밭 위에서 열연 중이다.
우린 여기 저기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넋을 잃고 감상하다
마지막 곡까지 다 마치고 인사를 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큰 박수로 열렬히 답례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섬을 나가기 위해
선착장에 몰려든 인파들 틈새로 살며시 끼어들며
배가 오기를 기다린다.
2대(?)의 객선이 돌아가며 연신 섬과 뭍의 선착장을 잇는
가교가 되어 숱한 연인들과 가족들과 단체 등등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또 하나의 가교처럼,
아름답고 고운 추억을 생성해 내며
설렘과 낭만 가득한 순간순간을 연출해낸다.
선착장을 나와 주차장으로 바삐 이동하며
“어떻게 할까?”
“배 들 고프지 않아?”
“근처에서 해결하고 나갈까?”
“아님 춘천으로 내달려 닭갈비라도?”
서로들 눈치를 살피며 그다지 별 생각이 없다는 듯
무덤덤한 반응에
“도로사정이 관건인데~~” 일단 나가면서 결정하기로 하고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온다.(16:00)
역시 예상과는 달리 차 막힘도 수월하여
춘천 닭갈비 촌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추석 당일이라 혹시 영업을 안 할지도 모르니
닭갈비 촌을 검색해 전화로 함 알아보라 딸아이한테
이르고, 순간 떠오르는 오부자집을 기억해서 얼른
검색을 하자 금방 온의동 전화번호까지 줄줄이 엮여져 나온다.
통화 신호음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영업 중임을 확인,
남이섬에서의 들뜬 기분을 다소 진정하려는 듯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뒷좌석에 모녀간의 대화가 도란도란 시작된다.
언젠가 딸아이가 학과 교수님의 과제라며 아내에게 묻기를,
“난 엄마에게 어떤 존재, 어떤 의미야?” 라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친구!!~” “멘토!!?~” 라고 대답하던 아내,
제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당차고 야무진
딸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흐뭇해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하던 아내였기에 석사과정을 공부하며
인간관계의 심리학에 따른 문제들을 묻기도 하고
나름 연구 해 과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 간의 예민하고
섬세한 심리 상태까지 위로하고 깨우치고 치유케 하는
시간을 만들고 이끌며 가족 간의 심리적 이해와 안정을
꾀하게도 했던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딸이라서
어쩌면 아내와 딸과의 사이가 그러한 특별한 관계로
발전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더 분명한 것은 딸아이의 1년여 동안을 암 투병
해오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다가오는 참으로 많은
위기와 어려움과 고통으로부터 서로 굳게 의지하고
사랑하며 위하고 배려하면서 그 위기를 헤쳐 나왔던
가족사랑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고 믿음이며
소중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한 계기가 되었음이
더 큰 이유가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런 즐겁고 애틋한 모습과 순간을 경험 할 때마다
매번 울컥하는 기쁨과 행복감을 주체치 못한다.
아내와 딸아이의 대화 속에
간간이 그전 아내와 둘이서만 춘천 온의동 닭갈비
골목을 거쳐 속초 양양으로 이어지던 여행에서의
추억이 불거져 나오기도 하여 둘만의 흐뭇함에 기쁨이
배가 되기도 하고, 예상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기분으로 별 혼잡 없이 남이섬을 돌아봤다는 사실에
함께 즐거워하며, 그칠 줄 모르고 소곤대는 이야기에
정신이 온통 팔려 있는데,
“아빠 거의 다 와가는 것 같은데!!?~”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바로 근처에 진입 중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초입 온의동에서 우회전,
오부자 닭갈비집을 조금 지나 유턴을 감행 후
제일(?) 닭갈비집 앞에 차를 세운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지난 그 사장님 친절함과는
영 다른 분위기여서 혹시 다른 집인가 하며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묻고는 그동안 주인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다소 섭섭한 마음을
감추며 친절함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내장 분위기에 만족하며 닭갈비 주문을 마치고 나자
비로소 슬슬 시장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잠시 음식이 나오긴 전 틈나는 시간에
근간 아들의 늦은 귀가시간과 과음이 신경이 쓰여
“요즘 아들은 뭔 일 있는 거냐?”
“뭔 술을 그렇게 몸도 못 가누게 마시고 들어와?”
딸아이가 끼어들며
“사귀는 애랑 헤어졌대!!~” 눈치를 살피며
“정말이냐?”
사귀는 처자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영 가까워지는
것 같지가 않아 눈치만 살피고 있었는데,
마음이 여린 아들이라 안타까운 마음에서
뭔가 위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어차피 서로한테 온전히 마음 주지 못할 관계라면
“차라리 빨리 정리하는 편이 낫지!!~”
“차라리 잘 됐다!!~ 어째 미적지근한 것이
영 개운치가 않았는데~~”
몇 마디가 오간 끝에 혹시라도 두 번째의 헤어짐이
아들한테 큰 부담이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어
어렵겠지만 가능한 빨리 두 처자에 관한 기억은
마음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아들한테 큰 상처가
안됐으면 한다고 하는 말에 아차차!!~
아들한테 또 너무 깊게 칼을 들이댄 것이리라. 대번
어떻게 청춘남녀간에 애정과 감정이 그렇게 쉬
잊어지겠느냐며 역시 또 그냥 좀 가만히 지켜만 봐주심
안 되는 것이냐며 발끈 불만을 표출해낸다.
급히 진화에 나서며,
“아~ 그래 미안!!~”
“우리 여기서 그만하자!!~”
마침 주문한 음식을 들고 나오시는 틈을 이용해
분위기를 바꿔보지만 다소 불편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을 못내 지우지 못한다.
아비로서 힘들어 보이는 아이한테 그만한 말 한마디를
해주지 못하고 매번 그저 먼눈으로 지켜 바라만 보자면
애비로서 아들한테 뭘 줄 수 있고, 뭘 나눌 수 있으며
무슨 부자지간의 정인들 느껴나 볼 수 있겠는가?
매정한 아빠,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
매사가 완벽주의에 빈틈없고 까다롭기만 한
꼬질꼬질한 그저 그런 아빠라는 자신을 익히 잘
알면서도 그냥 또 괜히 시리고 서운해지는 마음을
쓴 쐬주 잔에 털어 넣고 한 입에 훌쩍 목구녕 속으로
흘려 붓는다. 그나마 아내랑 딸아이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닭갈비가 맛있다며 능청을 떨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짓는 그 모습에 연거푸 거듭
술잔을 비우며 나또한 금방 애써 마음을 돌려
즐거운 기분을 회복한다.
그렇게 식후
커피에 아이스크림까지 듬뿍 떠다가 입가심까지 마치고
귀가 길을 서둘며(18:30)
오늘 18:30~19:00에 추석 달 보며 아차산
야간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그러나 약속을 했던
아우들마저 참석이 어렵다 했고, 용희 한 친구만
약속이 진행 중이어서 얼른 전화기를 꺼내
약간 늦을 수 있겠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냥 여의치 않으면 취소하자는 말에 그럼
그러자고 전한 후, 아들한테는 용마산 역에서 좀
내려달라 부탁하고 안전운전을 당부하며
애써 괜찮은 듯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살포시 석양이 내려않은 굽이진 산등성이에 이미
가을은 깊고, 길게 드리운 산 그림자 속으로 살며시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내와 딸아이와 아들을 부르며,
오늘 집에 머물러있었으면 괜스레 마음만
울적했었을 텐데, 당신이랑 딸이랑 아들이랑 덕분에
오늘 내가 아주 즐거웠고 큰 호강을 누렸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다들 맞장구와 함께
고맙고 감사하다며 흐뭇함을 나눈다.
추석 달은 이미 벌써 환하고 둥근 얼굴을 내밀어
이 세상 곳곳을 포용하고
아들이 모는 애마는 푸르스름한 달빛 세상을 숨 가삐
가로질러 어느덧 용마산역 앞에서 질주를 멈춘다.(19:55)
조심하라는 아내와 아이들의 당부를 걱정 말라 이르고
용마산 입구에서 산행모드로 돌입한다.
달빛이 곱고 훤하긴 하지만 일단 손전등을 꺼내서
손목에 걸어 감고 한 걸음 한 걸음 산몬당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간다.
내 자신 스스로한테 약속한 야간 산행이었기에
스스로 내린 결정과 약속을 무의미하게
사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정한 약속인데 다른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하여
함께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난
혼자 야간산행을 계획했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혼자 하는 산행 습관이 이젠 늘 상 혼자 만에
익숙 해져버린 나만의 이 편한 시간!!~
오늘 밤은 이러고자 하는 자신을 특별히 연민하고픈
격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숨소리가 가빠지고 이마와 등줄기에 촉촉이
땀이 젖어온다.
용마산 중턱 능선 전망대에 오르자
푸르스름한 달빛 속에 격렬한 욕망을 드러내듯
도심 불빛이 마치 불덩이처럼 출렁거리고
예상과는 달리 인적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산중에
가끔 끊길 듯 이어질 듯 애절한 풀벌레들 소리만
통곡하는 듯 흐느끼는 듯 서럽게 이어지며
곱고 은은한 달빛도, 찬란한 도심 불빛도,
달빛자락 살포시 덮고 누워 잠든 산도,
이름 모를 밤벌레 풀벌레 소리마저도
고독한 밤 산행객을 내 어머니 품처럼 포근히 감싸준다.
마치 별천지에서 천국과 극락을 보듯이
이승으로부터 받은 모든 고통과 상처와 근심으로부터
해방의 자유를 얻은 기분으로 삼각점 철탑에 걸려있는
추석 달을 품 안고 더듬더듬 용마산 몬당을 넘는다.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며 도심 불빛을 쫓는다.
긴고랑에서 송파 강남으로 이어지는 도심 야경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눈부시도록 찬란하고
하늘을 찌를 듯 곧추선 건축 중인 롯데타워가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롭고
억지스럽고 이기적이며 무례하기만 하다.
이윽고 약속의 아차산 4보루에 입성하자
추석 달을 보러 나온 여럿 팀들이 보루 여기저기 둘러앉아
가을밤을 즐기고, 달빛을 머금은 한강 줄기와 구리 토평
덕소 하남 강남 송파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바로 코앞에 펼쳐진다. 한강을 가로지른 광진대교의
LED(?)불빛은 그 선과 굽이진 강과 불빛 도심 주변이
함께 어우러진 밤 풍경이 환상적이라 할 만큼
멋지고 아름답다.
혼자 나서길 정말 잘 했다는 다행함과 안도의 기쁨으로
일상의 고독함으로부터 마음의 평온과
삶으로 인한 고단함과 상처로부터 안식과 치유를 얻고
맑은 영혼 활력 넘치는 육신으로 도심을 내려다본다.
아차산 3보루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함인지 애절한 연가가
서글픈 달빛 속에 파동처럼 정적을 깨우고
깊을 대로 깊어진 추석날 밤은 중천을 훨씬 지난
달빛에 졸음을 쫓으며, 조는 듯 웃는 듯
밝고 고운 달은 환하게 불을 밝혀 나그네의 밤길을 비춘다.
대성암 뒤 바위 언덕에 부엉이 우는소리 구슬프고
대성암전 철재 대문에 빗장이 걸린 것으로 보아
대성암 부처님께서도 잠자리에 드셨음이 역력하시고
추석날 일탈한 철없는 초로객 만 달밤에 체조하듯
청승을 떨며 귀로를 더듬는다.
달빛에 밤을 지키고 선 고구려정을 뒤로하고
바위능선을 살금살금 내려 도심 문턱을 넘어서니
아~~
여기가 곧 현실이고 여기가 곧 삶인 것을!!~
잠 못 드는 도심 사이를 잰걸음으로 서둘러서
내 아내와 내 아이들이 기다리는
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어서 가자 어서 가!!~
저 달이 지기 전에,
이 순간에 감사하자
더없을 이 행복에!!~ (23:48/마이 홈 도착)
2014년 9월 27일(추석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