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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못내 감추지 못한 세 살 천둥 번개가 난무하던 지난밤을 기억하며, 오늘 아침 이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찬찬히 지켜봅니다. 함초롬히 젖은 채 살포시 등 포갠 무수한 낙엽들의 초연함과, 맨몸이 드러나도록 빨개벗겨지고도 바람을 거부치 않는 낙엽수의 의연함과, 비록 꽃이 아니고 향기를 갖지 않았어도, 꽃처럼 곱고 석양 노을처럼 황홀한 저 단풍잎의 당당함과 꿋꿋함을, 짙어가는 헛헛함과 깊어가는 서글픔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아 보기도 하지만, 더해가는 나잇살과 불어나는 똥뱃살과 깊어 가는 주름살에 못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2022년 11월 16일 더보기
겨울 명상 어제 북한산 산행에서 무리한 탓이리라. 앉고 서기가 불편할 만큼 허벅지 근육의 뻐근함을 못 참고, 술은 술로 풀어야한다는 설을 믿어, 뭉친 근육을 풀어낼 욕심으로 한 달 여 만에 용마산 품으로 돌아온다. 등산로 정비공사로 등산로를 차단한다는 플래카드 안내문에 사가정 방향으로 .. 더보기
마지막 활공 한줄기 빛과 바람과 빗물을 딛고 나와, 모진 폭염과 광란의 비바람을 견디며 지켜낸, 질기디 질긴 연으로부터 벗어나 마지막 활공을 시작한다. 얼마나 가슴시린 아름다움이냐? 얼마나 처연한 춤사위더냐? 참으로 초연한 비움이고 참으로 의연한 이별이며 참으로 숭고한 자유가 아니랴? .. 더보기
가을 지는 소리 도봉의 끝 신선대 꼭대기에서 취중인 가을의 뒷모습을 봅니다. 세 아우와 붉어진 가슴으로 컵라면국물에 막걸리 잔을 비워내며, 서로의 묵직한 삶을 나누고 설키고 얽힌 가슴을 비워냅니다. 길고 험난했을 여정의 끝에서 활공을 시작하는 낙엽들의 초연함이, 아름답다 못해 차라리 서글.. 더보기
겨울로 가는 가을 끝자리 휑한 허전함에 고개 들어 하늘을 봅니다. 가을은 예전처럼 또 저렇게 흔적을 지워 가구요~ 바다 속처럼 깊은 허공에 침묵과 허무만을 쌓아둔 채로, 사각거리는 신음 소리에 귀 기울여 주변을 봅니다. 소슬한 바람이 인기척을 할 때마다 나그네 발걸음이 스치고 갈 때마다, 읍소하듯~ 애원.. 더보기
가을 떠난 자리에서~ 그대시여!!~ 바람에 의지한 채,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도는 저 낙엽들의 애처로운 방황을 보시는가? 임이시여!!~ 텅 빈 들녘 홀로 남은 허수아비처럼, 영혼마저 묶인 채 선 처연한 고독을 아시는가? 천년만년 영원할 것처럼 빛나던 그 청춘은 어느새 하얗게 털려 빈껍데기뿐인 채, 풍선처럼 .. 더보기
낙엽 좁다란 등산로 주변 후미진 모퉁이마다, 소슬한 바람 앞세우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누울 자리를 찾아가는 길 잃은 가을 길손이, 마치 해 저문 거리를 서성이는 남루한 행색의 나그네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시리고 애처롭고 연민스럽다. 얼마나 애틋한 인연이었기에 숙명마저 기꺼이 거.. 더보기
바람에게 전하고픈 것 싸늘하고 거센 기운이 성난 바람을 앞세우고, 단풍 설은 가을 산을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나무 끝을 떠나온 낙엽들은 미처 자유를 깨닫지 못한 채, 거친 바람에 몸을 못가누고 황망히 산속을 나뒹굴고, 간신히 매달린 잎새들은 행여나 떨어질세라, 기를 쓰고 매달려 애원하듯 가지 끝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