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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줄달음질 춘삼월 화려한 꽃잔치도, 4월의 그윽한 꽃향기도, 어느새 5월의 눈부신 신록의 도심에 불꽃을 피우며, 거침없이 뻗치는 진초록 넝쿨에 소롯이 편승, 꼬리에 꼬리를 물린 채 쏜살같이 뜀박질하는 오늘 또 하루에 맞물려, 잠시 한순간 눈 감고 꿈속 옛길을 나들이하는 동안, 마치 어느 아득한 시절 초등학교 운동회 날 날쌘돌이 녀석들 이어달리기를 보는 것처럼, 눈 깜짝할 새 저만치 쎄가 빠지게 줄달음쳐 갑니다. 2023년 5월 22일 더보기
반토막 날마다 날마다 서녘으로 간 해는 그렇게 그렇게 죽어갔던 것을, 날마다 날마다 오가는 해에 세월 죽은 줄 미처 몰랐네. 청춘에 오가던 해는 나날이 새롭고 더디 가더니만, 작금에 오가는 해는 흐릿하기만 한 데 왜 이리 날랜가? 어제 그제를 분간 못 하고 오늘을 가늠키 어려운 해가, 어느덧 다 죽어 나가고 반 토막만 남았네. 2021년 6월 30일 더보기
가을 막다른 골목 끝에서 이 가을의 막다른 골목 끝에 또 한 겹의 세월이 은근슬쩍 눌러앉습니다. 예정된 시간표처럼 억겁의 세월에 또 한 겹의 흔적이 포개어지는 것이며, 예순둘의 삶에 또 한 해의 묵직한 인생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이 가을의 막다른 골목 끝에서 뜨거운 그리움 하나 가슴에든 게 없다.. 더보기
겨울로 가는 가을 끝자리 휑한 허전함에 고개 들어 하늘을 봅니다. 가을은 예전처럼 또 저렇게 흔적을 지워 가구요~ 바다 속처럼 깊은 허공에 침묵과 허무만을 쌓아둔 채로, 사각거리는 신음 소리에 귀 기울여 주변을 봅니다. 소슬한 바람이 인기척을 할 때마다 나그네 발걸음이 스치고 갈 때마다, 읍소하듯~ 애원.. 더보기
석양 감미로운 바람 눈부신 햇살 도심 하늘에 가을 깊고, 이순으로 가는 나그네 방랑길 풀벌레 소리에 세월 깊다. 열기 식은 아차산에 어느새 노을 묻고, 가을 나그네 애잔한 가슴 이미 벌써 석양이 물든다. 2016년 9월 18일 더보기
봄 소년 아득한 저 멀리 아련한 세월저편 초록벌판 끝닿은 살구쟁 마을 어귀에, 개나리 벚꽃 진달래 꽃비 되어 날리고 살구꽃 복송 꽃 흐드러지던 어느 날, 초록물결 드넓은 청보리 들판 사이로 복송 꽃 화사한 예쁜 등천 길 따라, 해때기틀어 호호 불며 노랑나비를 쫓아서 자운영 꽃 벌판 지나 논.. 더보기
오는 봄 가는 인생 오시는가 싶어서 돌아서 보면 멈춰져있고 서있는가 싶어 돌아서 보면 뒷걸음질을 치다 가셨나 싶어 돌아서보면 성큼 앞에 와있고, 가슴조려 조바심을 칠 때면 한없이 더디고 두근두근 아쉬움일 때면 별똥별처럼 허망하고~~ 고운햇빛 앞세워 그렇게 또 오고 흔적 없는 바람 앞세워 인생은 .. 더보기
내 고향 큰또랑 얼음판에 결빙 된 세월 저 큰또랑 회보 얼음판 언 손 불어가며 찧고 깨어내, 얼음 배 만들어 보위에 띄우고 간짓대 노 저어 한겨울 속 항해하던, 그 해맑은 악동들 어디로들 다가고 텅 빈 살얼음판에 정적만이 깊어 갈 제, 내 고향 지동촌 드넓은 큰또랑엔 제철만난 청둥오리 떼만, 한가로이 졸음을 쫓으며 터줏..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