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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늘 이 가을엔 내 고향 옛 차일봉의 가을이 눈에 선할 만큼 용마산에서 망우산을 잇는 능선 능선마다 단풍 때깔이 울긋불긋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그 시절 내 고향 이맘때면 서로를 일동무 삼아 품앗이를 이어가며 하루라도 더 빨리 가을걷이를 끝내고 마치 지리산 산신님 부름 받들 듯, 단풍이 불타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줄지어 곧장 달려들어가 젊음과 청춘과 꿈과 욕망을 함께 불사르며 그 가을을 헹가래 쳐 보내곤 하였거늘, 오늘 이 가을엔 문득 미세한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는 저 낙엽들로부터 불현듯이, 세월은 내 삶으로부터 지난가을처럼 또 그렇게, 여지없이 뜯겨 나가는 황망함을 목격합니다. 그 시절 그때 벗님들이시여!!~ 그대들은 어디서 들 나처럼 이렇게 꾸역꾸역 나이만 퍼먹으며 늙어들 가고 있는지? 님이시여!!~ 그 곱던.. 더보기
하늘바라기 사랑하는 님 그리며 설렘을 품어도 좋을, 떠난 님 원망하며 눈물을 떨궈도 좋을, 햇볕 따사롭고 하늘빛 고운, 맥없이 뭉클 설레고 무담시 울컥 서러운, 가을 녘 일편단심 하늘바라기 백일홍, 그 예쁨 못내 서러워 차라리 연민스러운, 가을 타는 초로 나그네의 길 바쁜 가을 놓치고 싶잖은 백일홍 꽃의 한낮 하늘바라기. 2024년 10월 4일 더보기
한여름 늪에서 살아 돌아온 이 가을 이 아침 살갗에 와 닿는 바람 뼛속까지 상쾌하고, 맨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감촉 속창까지 시원하다. 작금의 한여름 폭염이 그처럼 가혹하지 않았다면 올여름 열기가 그처럼 길고 모질지 않았다면, 초롱한 이 아침 이 기쁨 이 행복이 이처럼 크고 소중한 것임을 예전에 미쳐 몰랐을 것을, 누군가 행과 불행은 생각하기 나름 백지 한 장 틈 차라 하지 않든가? 가슴에 옹이 진 삶의 응어리 내면에 들붙은 온갖 설움 덩어리는 어쩌면, 내 자신을 굳건히 버티고 서게 한 악바리 근성과 나의 오늘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어기찬 집념이 돼 주었으리라. 출근길 이 창연한 아침 이 아름다운 계절, 아낌없이 다 버리고 비우고 흔적 없이 다 지우고 보내리라. 애를 애를 태우다 이제 겨우 마주한 길 잖을 이 가을, 텅 빈 가슴 짓물러지도록.. 더보기
하늘님!! 부처님!!~ 송곳 같은 9월 햇살 오곡백과 알알이 살찌우고, 소슬한 달빛 바람 영롱한 아침 이슬 목마른 이 가을의 피가 되고 살이 되니, 세상천지가 기쁨과 풍요 만천하가 감사와 축복이건만, 인간세상 사바세계는 무슨 야욕을 더 불리고자 저 전쟁질이며, 금수강산 이땅에 무엇을 감추고자 저 오만방자 후안무치란 말인가? 더 뭔 욕심을 채우려고 저 간교한 아첨질이며, 진정 누구를 위하자고 저 추악한 아귀다툼인가? 하늘님~ 부처님!!~ 이세상의 모든 신 귀신 조상신님!!~ 부디 만천하에 이 가을이, 안정과 평화 사랑과 축복, 이 땅에 참회와 성찰 포용과 배려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게 하시오소서!!~ 2024년 9월 8일 더보기
예전의 그 내것이 아닌 검버섯 꽃 핀 살갗 위로 선선한 바람 와닿고, 굳은살 박인 귓전에 가냘픈 풀벌레 소리 와닿건만, 가슴으로 와닿는 감성과 감흥은 예전의 그 내 것이 아닙니다. 뭉게구름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그 어느 투명한 하늘도, 길고 긴 한여름 한낮 끝, 홀연 석양에 묻어 나는 갈바람 냄새의 뭉클한 설렘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면 그리움에 설움의 눈물을 찍어 내곤 했던, 예전 그때의 그 내가 아닌 듯합니다. 2024년 9월 1일 더보기
예순여섯 번 째의 가을 대자연의 법칙에 준한 한결같은 순리 일테지만, 예순여섯 번 째 마주한 이 가을 앞엔 왠지 모를 이방인 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내면에 솟아 난 설움 덩어리가 습관처럼 어김 없이 배 밖으로 나와, 가을 읊조리는 풀벌레 소리에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 가을이 온통 핏물이 들 때까지 짓물러지도록 아리고 저리다가, 설움에 겨운 전령사들이 하나 둘 슬며시 뱅 빼 떠나가고, 허무에 넋 잃은 들녘 허수아비마저 논두렁에 스러져 몸져 눕고 나면, 그 설움 내 설움 낙엽과 함께 바람에 헹가래쳐 보내고 하였건만, 마주한 이 가을 저 풀벌레 소리는 예년의 그 애절함 같지 아니하고 인근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처럼 가늘고 여리기만 하니 이방인의 낯빛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이 가을 전령군이 코로나에 걸렸든지? 풀벌레 발성기관에 노안.. 더보기
이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나이 홀연히 가는 가을에 이끌려 헐레벌떡 휩쓸려갑니다. 불현듯 떠나는 바람 쫓아서 기를 쓰고 뜀박질도 해봅니다만, 잰듯 항상 앞서가는 세월은 그러거나 말거나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휘적휘적 날개가 돋친듯 저만치 앞서서 잘도 갑니다. 행여 놓칠세라 훼까닥 잃을세라 정신 바짝 챙기고 쫓아가 봅니다만, 이젠 마지막 숨 붙어 있을 때까지 제정신으로 버틸지는 그 아무 것도 장담치 못합니다. 2022년 11월 20일 더보기
예쁜 가을 단풍 낙엽 같아야~ 봄꽃처럼 화려했던 청춘도 있었다지만, 나이들수록 잘 물들어 가는 예쁜 가을 단풍잎 같아야~ 화려했던 봄꽃이야 봄바람에 내동댕이쳐진, 짓무른 봄 무덤 이었다면, 잘 물든 단풍낙엽 가을 바람이 남겨두고 간 가을 무덤 이었을지라도, 책갈피 속에 고이 간직 해두고픈 추억 한 잎 그리움 하나 아니더냐!!? 인간의 탐욕으로 하여금 모가지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고서도 또 다시 버림을 받을 꽃 처지라면, 휘고 뒤틀리도록 본연의 소임을 다하고 소진한 채, 한 줌 바람에 떠나야할 때를 주저하지 않는, 초연함과 의연함 숙연함과 겸허함을 간직한 가을 단풍낙엽 같아야~. 2022년 10월 (단풍 물 짙어가는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