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옛
차일봉의 가을이
눈에 선할 만큼
용마산에서
망우산을 잇는
능선 능선마다
단풍 때깔이
울긋불긋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그 시절 내 고향
이맘때면
서로를 일동무 삼아
품앗이를 이어가며
하루라도 더 빨리
가을걷이를 끝내고
마치 지리산
산신님 부름 받들 듯,
단풍이 불타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줄지어 곧장
달려들어가
젊음과 청춘과
꿈과 욕망을
함께 불사르며
그 가을을
헹가래 쳐 보내곤
하였거늘,
오늘
이 가을엔 문득
미세한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흩날리는
저 낙엽들로부터
불현듯이,
세월은
내 삶으로부터
지난가을처럼
또 그렇게,
여지없이
뜯겨 나가는
황망함을
목격합니다.
그 시절 그때
벗님들이시여!!~
그대들은
어디서 들 나처럼
이렇게 꾸역꾸역
나이만 퍼먹으며
늙어들 가고 있는지?
님이시여!!~
그 곱던 모습 온전히
보존하신 채
저 낙엽처럼
곱디곱게
물들이고 계시는지?
2024년 11월 3일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