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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꽃길에서 머문 바람 솟구친 성난 파도의 격렬한 몸부림도, 꽃길에서 한동안 머물고 간 한 자락 바람이었을, 훌쩍 왔다가 사라지는 흔적 없는 떨림도 꽃길에서 잠시 머물다 간 한 줌 바람이었던 것. 2022년 7월 22일 더보기
살풀이 빗방울을 실은 채, 납작 엎드린 낙엽 더미를 들추며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심상찮다. 겨울을 보내려는 휘모리 장단인지? 새봄을 맞으려는 살풀이 굿장단인지? 신명 난 휘모리장단이라면 코로나 오미크론까지 사그리 휘몰아 가차없이 날려버리고, 이 세상 달래줄 살풀이 굿장단이라면 모든 이의 아픔과 슬픔까지 싹 쓸어담아 감쪽같이 사라져 가 주기를!!~ 2022년 2월 26일 더보기
그날의 기쁨, 그날의 함성 매 주일 마다 오후가 되면 습관처럼 집을 나서 용마산으로 가는 것은, 이곳에서 늘 기다려주는 드넓은 하늘과, 드넓은 하늘에 습관처럼 오가는 바람과 구름과 해와, 저 먼발치 가만두고 허물을 벗듯이 빠져나온 도심과, 소심한 나 사이의 미뤄둘 수 없는 교감 때문 인 것을, 오늘따라 유난히 매미 소리가 우렁차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마저 유유자적하는 것은, 아~~ 지금으로부터 76년 전 그날의 기쁨 그때의 함성, 35년 동안 왜국 강점 통치로부터 해방의 기쁨, 76년 전 오늘 일제로부터 찾은 광복의 함성을 일깨우는 듯하고, 등산로를 따라서 여기저기 떨어져 흩어진 토실토실 알도토리가 이미 가을임을 확연히 입증하는 듯합니다.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더보기
마음의 쓰레기통 가슴에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고자 집 나서 산으로 간다. 입추가 막 지난 도심 끈적한 열기 여전하고, 낮게 드리운 검은 비구름 속에서 내 가슴 속 화가 끓듯 우르릉 우르릉 천둥이 울어댄다. 불손하기 짝이 없는 바람이 행패를 부리듯 기고만장하여 이리저리 숲을 들쑤시자 목놓아 소리를 높이던 매미들마저 불안스레 울음을 뚝 그치고, 마침내 저 멀리 도심 한편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뭉텅이째 쏟아져 내리건만, 어찌하여 기고만장한 바람은 내 안의 쓰레기마저 거둬가지를 못하고? 천지를 개벽할 듯한 뇌성과 번개는 또 도심의 저 깊은 우환을 불태워 없애지 못하는가? 2021년 8월 8일 더보기
삶의 장마 장마에 겨운 진초록 숲 빗물에 흥건하고, 나잇살에 겨운 노 나그네 땀으로 흥건하다. 끈질긴 병마에 만성이 된 도심 연무에 잠긴 채 죽은 듯 잠잠하고, 무딘 삶 인생사 난맥상에 뭉클한 설움 울컥 복받치건만, 그러거나 말거나 토실토실 개도토리 알알이 영글어가고, 그러거나 말거나 끈적한 바람은 거침없이 용마산을 넘는다. 2021년 7월 11일 더보기
4월의 그 소녀 초록이 곱고 예쁜 4월 끝자락, 옅게 분을 바른 하늘도 예쁘고 살랑대는 봄바람 또한 곱고 감미롭습니다. 밝은 햇빛에 회색 도심마저 예삐 빛나는 오후, 용마산 암릉마다 병꽃나무 꽃 아차산 모퉁이마다 자태 고운 철쭉꽃이, 어느 먼 4월의 기억 저편 나비처럼 꽃 속으로 꼭꼭 숨어버린 그 소녀를 닮아, 청순하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애틋합니다. 2021년 4월 25일 더보기
봄의 기도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이 물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하고, 입춘이 지난 용마산 숲에 일렁이는 바람마저 참 곱다. 저 깨어나는 봄의 운기가 모든 이의 아픔에 치유의 기운이 되었으면!!~ 저 되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고난을 딛고 일어설 불굴의 용기가 되어주길!!~ 2021년 2월 7일 더보기
술 붓는 날 깊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 해밝은 햇살에 바람 한 줌 없는 날, 초록에 겨운 단풍잎이 홍조를 띄고, 붉게 취한 해가 노을을 뿜는 날이면, 백발이 설은 나그네 눅눅한 허물을 벗고, 벌겋게 달은 가슴에 술을 붓는다. 2020년 10월 17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