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고자
집 나서
산으로 간다.
입추가 막 지난 도심
끈적한 열기 여전하고,
낮게 드리운
검은 비구름 속에서
내 가슴 속 화가 끓듯
우르릉 우르릉
천둥이 울어댄다.
불손하기
짝이 없는 바람이
행패를 부리듯
기고만장하여
이리저리
숲을 들쑤시자
목놓아
소리를 높이던
매미들마저
불안스레
울음을 뚝 그치고,
마침내
저 멀리 도심 한편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뭉텅이째
쏟아져 내리건만,
어찌하여
기고만장한 바람은
내 안의 쓰레기마저
거둬가지를 못하고?
천지를 개벽할 듯한
뇌성과 번개는 또
도심의 저 깊은 우환을
불태워 없애지 못하는가?
2021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