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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슴 시린 밤, 잠 못드는 밤 벌초 행 겸 퇴근길 서둘러 버스에 몸 싣고, 간간이 퍼붓는 가을비와 벌초 시즌으로 인한 고향 행 정체길 기를 쓰고 달려 반 시간여 지체 도착 후, (21:35) 46년 지기 의형과 반가이 도킹 그동안 못 나눈 서로의 삶을 애틋이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비빔국수에 이슬이 두 병을 순식간에 해치운 후, 자정에 가까운 짙은 어둠 속 희미한 온갖 추억이 난무한 옛 신작로를 경운기를 타고 가듯, 택시를 불러 타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모처럼의 여유 그도 잠시, 어슴푸레 윤곽만은 뚜렷한 당산 앞에 성큼 도착 냉큼 문 열고 내려 본가의 창 불빛을 살피며 곧장 골목으로 진입 처가로 들이닥쳐 주무시다 인기척에 잠 깨신 장모님께 문안인사 올리고, 두 처조카의 배웅을 뒤로하며 급히 밖으로 나와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그 골목길.. 더보기
기를 쓰고 달리던 길 내 어머니 살아실 제 기를쓰고 오가던 길 울 어머니 떠나신 후 차차차차 멀어진 길, 명절 무렵 통화 시엔 이번에 오냐? 언제 오냐? 혼자 오냐? 꼬박꼬박 물으시다, 막상 명절 맡이 되면 차 맥히고 길 맥힌디~ 뭐들라고 먼 길 오냐시며 정작 오지말라 시던 길, 설 명절 추석 명절을 6년 여 접어 두었던 길, 긴 동안 걸어 둔 문 오랜 동안 닫힌 문 열고, 이른 새벽 어둠을 가르며 기를쓰고 달리고 돌아, 하루에도 열두 번 씩 창문 먼 밖 넘보시며 울 어머니 노심초사 잠못 이루신 그 자리로, 그리운 맘 앞세우고 헛헛한 맘 애써 눌러 천국에 계신 내 어머니 계묘년 설 세뱃길 간다. 2023년 2월 21일 더보기
진달래꽃 4월 첫 시작의 날 빛나는 아침 햇살 살폿한 애무에, 수줍어 얼굴 붉힌 진달래꽃이 가슴 찌잉하게 예쁘다 못해 울컥 눈물겹도록 곱고 서럽다. 꿈속 어느 아득한 애정이 꽃피던 시절,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사뿐히 다가와 환한 미소를 짓던 곱고 아름다운 그 소녀의 상기 된 얼굴처럼, 장롱 속 깊이 간직만 하신 채 한 해 한두 번 옷 정리를 하실 때나 살며시 꺼내 동정과 옷고름을 매만지시며, 원망인지 서글픔인지 모를 미소를 지으시다 다시 소중스레 차곡히 넣곤 하시던 울 어머니의 연분홍 그 저고리처럼, 2022년 4월 1일 더보기
언젠가부터 언젠가부터 문득문득, 나의 그리움 끝에는 늘 당신이 서 있습니다. 때늦은 회한의 사무침을 어루만질 듯, 만면에 자혜로운 미소를 지으신 채 슬픈 듯 가여운 듯, 세월 지나면 까맣게 잊어지리라 여겼지만, 추모일이(5주기) 가까울수록 문득문득 더 그립기만 합니다. 2022년 3월 14일 ************** 언젠가부터 습관처럼, 내 시린 기억의 끝에서 늘 예외 없이 그대를 마주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 번의 청을 끝내 외면한 채 돌아서버린, 매정했던 나의 처신에 정중히 머리 숙여 참회하는 마음으로, 안개 속처럼 희미해져만 가는 그대 슬픈 모습을, 어느 하늘아래 어디서든 귀하고 소중히 살아만 있어, 이 세상 원망 없이 행복할 수 있으시길 축원하고 기도하는 간절함으로~~. 2022년 3월 17일 ***.. 더보기
깊은 밤 청개구리 소리 우는지? 노래를 부르는지? 왁자지껄 요란함에 잠시 귀 기울여보니, 개구리 우는 소린지? 내 안에 서글픔 소린지? 모내기 돕겠다고 밤길 달려온 영혼이 어느새 원초적 감성을 회복하며, 숙연하고 애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깊은 밤 내 고향 청개구리소리, 꿈인지 생신지 모를 몽롱한 잠결에 울 엄니의 부르심인지? 내 어머니의 숨결이신지? 울 엄니 누워계시던 그 자리에 내가 누워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5월 30일 (00:35) 고향집 동창을 밝힌 햇님이 모내기를 끝낸 논바닥 수면을 거울삼아 얼굴에 묻은 구름을 닦아내며 세안을 시작하니, 마을 앞 신작로에 경운기 트랙터가 활개를 치고,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웃동네 골목 끝까지, 안개 묻은 햇빛이 세월의 흔적을 헤집듯 달음질을 쳐가는데, 그 정든 이들은 다 .. 더보기
내 환갑의 여름 지독한 여름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예전에 경험치 못한, 어느 꿈같은 시절 한여름 한낮 불볕 태양을 맨 등에 지고 어머니와 둘이서 보릿대 벼늘을 두면서도 폭염이라는 언어를 떠올려보지를 못했던, 혹서기 훈련 중 완전군장에 산악구보를 하면서도 질리지가 않았었건만, 칼바람 동장군.. 더보기
내 안의 향기 찾아 가는 길 차창 밖 초록 물 드문드문, 뭉텅뭉텅 솜사탕이 걸린 것처럼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내 안의 꿈 속 어머니 계시는 그 영혼의 향기임을 익히 잘 알기에,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아련한 기억 속 내 어머니 분 냄새처럼 향긋한 그 골목길을, 천둥벌거숭이 망아지 .. 더보기
내 어머니 뵈러가는 날 바람이 일지 않기만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비에 젖고서도 더 예쁜 벚꽃을 먼발치서 조마조마 바라봅니다. 개나리 목련꽃 살구꽃 앵두꽃, 방울방울 맺힌 저 빗방울은 정녕 봄비일 테지만, 아~ 제겐 분명 눈물입니다. 재색운무 짙게 드리운 저 하늘도 눈물, 차창에 부딪쳐 으깨져 방울방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