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깊은 밤 청개구리 소리

우는지?

노래를 부르는지?

왁자지껄 요란함에

잠시 귀 기울여보니,

 

개구리 우는 소린지?

내 안에 서글픔 소린지?

모내기 돕겠다고

밤길 달려온 영혼이

어느새

원초적 감성을 회복하며,

숙연하고 애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깊은 밤 내 고향

청개구리소리,

 

꿈인지 생신지 모를

몽롱한 잠결에

울 엄니의 부르심인지?

내 어머니의 숨결이신지?

울 엄니 누워계시던

그 자리에 내가 누워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5월 30일 (00:35)

 

 

 

고향집

동창을 밝힌 햇님이

모내기를 끝낸

논바닥 수면을 거울삼아

얼굴에 묻은 구름을 닦아내며

세안을 시작하니,

마을 앞 신작로에

경운기 트랙터가

활개를 치고,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웃동네 골목 끝까지,

안개 묻은 햇빛이

세월의 흔적을 헤집듯

달음질을 쳐가는데,

그 정든 이들은

다 어디를 가고

빈 골목 바라보고 선

당산나무조차 왜

말이 없는가?

어쭙잖은 일일 농부

주름진 눈꺼풀만

내려앉을 듯

무겁기만 하고,

먼 세월 어느 모퉁이

그 정겨운 모습들이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새록새록 떠오른다.

 

고단한 삶의 애환을

신음처럼, 한탄처럼

입으로 풀어내시며,

질펀한 우스갯소리에

못자리판이 떠나갈 듯

웃고 우시던,

우리엄니들의 애환 서린

그 시절 못자리판이

시끌벅적한 소란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그 바로 저만치,

총총 초롱초롱

이슬을 매단 채

초록 팔 벌려

촘촘히 어깨를 끼고,

키 재기 하듯이

밀집대형을 이루며

줄을 맞춰선 모판이

잘 써레질된 논머리에

붙박이 한 것처럼

터를 차지하고 있고,

그 위로 깊은 정적이

5월 끝자락 햇살에

꿈틀거리는 듯하며

어설픈 농군의

손길을 기다린다.

 

 

수렁 깊은 논바닥에

합판을 깔아 길 내고

모판 뜯어

논두렁으로 옮기는 일

십 수분 만에

목구녕에서는

휘파람소리가 나고,

필지별로 배분하여

논머리 농로 난간에

줄 세워 놓아두었다가,

바람에 모가 시든 바람에

물 가둔 논바닥으로

다시 넣고 하는 사이

하루해가 저물고,

1958 연식 육신은

한나절 반 만에

녹초가 되고 만다.

 

뜻밖에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상경하시다

실시간 카톡 문자에

위치를 파악하고

차를 돌려 논머리까지

찾아오신 진기 형의

현지 위문(?)방문은

깊은 고향 애와

선후배간 고착화된

뭉클한 사랑과 의리로

그나마 오랜 연식이기에

더 빛나고 아름다운

귀하고 소중한 행복으로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5월 종점)

 

이른 새벽 04:20분,

어렴풋한

비가와 큰일이라 시는

형님의 음성에 깨어

밖으로 나와,

여명 속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가 쨍한 것보다

모내기엔 더 낫지 않을까

애써 스스로 위안하고

태연한척 형님께도

비가 온들 얼마나

더 오겠냐며

안심시켜 드리며,

모내기준비를 서둘러

경운기에 농기구를 싣고

들로 나서시는

적재함에 훌쩍 올라,

보슬비를 맞으며

새벽을 열고

들로 나가는 마음이

더없이 상쾌하고

상큼하다.

 

매해 농번기마다

늘 마음뿐이었던 것이

미안스럽고 죄스러웠는데,

이른 새벽아침

비를 맞아가며

형님과 함께 경운기를 타고

들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행복하고 흐뭇함을

금치 못한다.

 

삼밭골 몬당에서

지켜보시는

울 엄니 아부지께서도,

새벽길 열며

사이좋게 지나가는

우리 형제를

가까이서 바라보시며,

얼마나 기꺼워하시고

흐뭇해하실지

생각만으로도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다.

 

여명 속에

저 멀리

오토바이 불빛을 감지하시고

종래친구임을

대번 알아보신 형님,

반가운 인사와 함께

곧장

어제 논바닥에 담가 놓았던

모판을 다시 꺼내

논머리 농로에 건져 올리며

들녘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바로 곧

이양기가 실려 오고,

자청하셔 돕겠다 달려오신

종길형님과 임서방이 합류하여

제각각의 임무를 찾고 나자,

이양기가 논으로 들어서고

모판을 분리해 이양기 등에

잔뜩 얹혀 등짐을 지우자

새끼를 실은 거미처럼

논바닥을 기어가며 잰 듯

모심기를 시작한다.

 

간간이 오락가락을

반복하던 비가

잠깐 그치는 듯하더니,

갑자기 비구름사이로

햇살이 보일듯하다가

이 무슨 환장할 행운인지?

안개 촉촉한 서녁 하늘에

순식간 쌍무지개가

찬란한 원호를 그리며,

일상의 이아침을

기대와 설렘으로 빛나게 하고,

빛나는 이아침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뭉클한 축복을 선물한다.

 

 

호주형님의 도움 추가 합류로

세 형님 간 오가시는 우정에

내 가슴까지 훈훈해지고

형님들의 고품격 우정이

샘나도록 부럽고 존경스럽다.

 

또한,

처가에 모내기를 돕겠다고

어제 이른 아침부터

광주로부터 달려와,

처음 체험한다는

농사일이라면서도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찾아,

빠르고 능숙히

한몫을 해내는 임 서방이

참으로 대견하고

믿음직스럽다.

 

이양기 속도에 맞춰

모를 올리고 모판을 씻으며

논바닥을 고르고,

방을 때우며 뚬모를 꽂고

또 다른 필지로 먼저 달려가

모판을 건지고,

뒤쫓아 오는 이양기에

모를 올리며 모판을 씻고

또 논바닥 고르기가 거듭될수록

목표했던 논배미마다

푸른빛이 감돌고

볕에 그을린 형님의 얼굴엔

안도의 웃음이 짙어지신다.

 

구름을 썼다 벗었다

변덕을 부리던 해가

중천을 두어 걸음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는 즈음,

집 바로 옆

텃밭머리 논배미에

뚬모꽂이를 끝으로

2박3일간의 본가

모내기 조력이 종료된다.

 

내 미약하고 어설픈 힘이

형님께 잠시나마

큰 힘이고 보탬이

되고자 했던 욕심에,

여물지 못한 신체와

강력하지 못한 체력은

거의 완전방전에 이르렀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가볍고

한없이 가뿐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모내기중인 처가에

미안스럽고 죄송한 맘이 크지만,

막바지에 뚬모라도 꽂을

여력이 주어짐에 따라

그나마 다행이고 기쁨이며,

이러함이 곧

나에게 허락 된

행복이라는 믿음으로

나의 오늘에 감사한다.

 

 

거하게

고향의 농번기 정취를

온몸으로 느꼈으니,

시원하게 샤워하고

정갈하게 차려입은 후,

삼밭골 몬당 선산으로

성묫길 나서,

산신님께 신고(삼배) 올리고

조상님께 엎드려 절하고

울 엄니 아부지께

천국의 안부인사 여쭈며,

누님, 형님, 누이동생의

가정을 비롯한

모든 일가친척과

이웃과 주변을 포함한

온가족의 평안을

간곡히 당부 드린 후,

 

수만의 차 배웅 배려에

장인 장모님까지 친히

터미널까지 동승하셔

귀경길을 살펴주시는

그 감사와 고마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17:30시 장흥 발,

센트럴시티행 버스에

가뿐히 오른다.

 

맨 뒷좌석 창가에

커튼을 활짝 젖혀 묶고

의자를 뉘어 깊숙이

등을 묻은 채,

5월의 종점

싱그러운 신록이

바삐 뒷걸음질 치는

버스 차창유리에

시선을 맡기고,

똥이 빠져라 내달리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엔진소리와 함께

가물가물 스멀스멀

아득히 먼 초아의 세계로

깊이깊이 빠져든다.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벗 7월 산행  (0) 2020.08.01
어느 날 문득  (0) 2020.07.08
참벗과 용마산~아차산 산행(부부동반 2차)  (0) 2020.05.21
5월의 기억 저편  (0) 2020.05.06
마침표 찾아가기  (0) 202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