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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참벗과 용마산~아차산 산행(부부동반 2차)

이틀을 내리 연장

부스럭대던 비가

그러기도 지루했던지

겨우 멈추는 아침,

 

지난 5일 산행 약속을

오늘로 미루었음을

넌지시 아내께 알리고

따라서 나서 주리라

은근히 시위하듯

서둘러 배낭을 챙기는 내게,

딸아이의 입덧이

순조롭지 못함을 걱정하며

동탄으로 가야 한다고

눈을 흘기는 아내를 달래

의기양양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지난봄

재식 친구 부부와

아차산 산행에서

다시 함 와보고 싶다는

언급이 있었던 터라,

거부할 수도

모른 체 할 수도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더욱 없는 친분관계라는 점을

아내 또한 잘 알기에,

혼자서 동탄으로 가기도 어렵고

재식부부의 산행 동반을

쉬 거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였으리라.

 

비가 개인 직후라서

촉촉이 비를 머금은

5월 도심이

낮게 드리운 연무에

유난히 푸르고 상쾌함을 더한다.

 

용마산 지하철역 지하 출구

먼저 도착한 친구 부부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지난주 연휴 동안 친구부부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 완주에

부러운 표정으로

칭찬과 축하를 아끼지 않으며

곧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기분 좋게 밖으로 나온다.

습한 공기와 진무가

5월 녹음에 신선함을 더하고,

오히려 햇빛보다는

이처럼 흐린 날씨가

산행하기가 더 좋다며

두 연인의 오가는 대화가

친밀감이 깊다.

 

지난번엔

등산로 정비공사로 우회하면서

약간 길을 잘못 들기도 했었지만,

오늘은 익숙한 길이라서

조망 좋은 곳을 골라가며

길을 안내함에도

짙은 안개로 인하여

조망을 즐기지 못함에

다소 아쉬움은 있으나,

진 연무 속에

한껏 푸르른 신록을

맘껏 체감하고 들이킬 수 있는

또 다른 운치에 깊이 빠져들며

기쁨과 즐거움을 서로 나눈다.

 

 

용마산 정상

삼각 철탑이 철거돼있음에

약간의 의아함을 뒤로한 채,

코로나19로 인하여

산으로 모여든 듯한

북적대는 산행객 틈새

한적한 곳을 차지해

자리를 펼치고,

준비해온 먹거리를 꺼내놓으니

과일이며 찐 감자 떡 등이

넷이 먹고도 족히 남을 만큼

풍성하고 먹음직스럽다.

 

 

두런두런 오가는 대화 속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 두텁고

우리 두 오랜 우정이 더한층

깊이를 더해가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차산 4보루를 지나

3보루를 거쳐

종전 산행로를 피해

해맞이공원을 경유

 

 

고구려정을 통과하는

3시간여 산행을 가뿐히 마치고,

지난번 내려가는 길에

오리전문점을 봐 두었다며

점심은 그곳으로 가자는

재식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잰 듯 걸음을 재촉한다.

생태공원에서 동의초교를 지나

신성시장 방향으로 가는

도심 상가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름을 예의 관찰하며,

코로나 19로 인하여 쌓인 피로감과

경직된 소비심리가 사회적 불안과

경제 불안을 더욱 가중시켜,

잔뜩 긴장되고 위축되었던 마음들이

지방자치 별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으로 인하여,

꽉 막혔던 사회적 심리적

억류와 구속으로부터

탈출구를 만난 듯이 거리로 나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활력이

되살아나는 듯한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나 보임이

나만의 느낌이고 생각인가?

하는 맘으로 목표했던

유황오리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줄지어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맛 객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맛 집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나의 생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이른다.

 

잠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한 끝에 비좁은 한 테이블을

겨우 차지하고 앉아,

코로나19의 안전거리는 고사하고

드나드는 손님과

오가는 대화 속에 서로 뒤섞인 채,

오리주물럭의 진수를

오감으로 음미하며

두 부부간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용마산 아차산의 산행과

뒤풀이를 덤 하여 쌓는다.

리필 메뉴를 챙겨 오면서 슬그머니

계산까지 마치고 오는 친구께

한편은 나무라면서도 한편은

진정 감사한 맘을 전하며,

 

오늘 아침 아내께

산행을 함께 마치면

동탄 딸아이 집을 함께 갈 수 있다는

약속을 했던 터라,

친구 부부께 우리의 동탄행을 설명하고

가는 길에 동행해 줄 것을 부탁 후,

함께 장한평 집에 들러

딸아이 집에 들고 갈 물건들을 챙겨

애마에 싣고 수원을 경유

동탄으로 가는 길,

 

산행 후의 노곤함으로

피곤하고 졸리기도 하련만

뒷좌석에 자리한

두 여인의 오가는 이야기가

서로 정겹고 다정스럽기만 하다.

 

 

5월 10일

(재식부부와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두 번째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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