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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벼랑 끝 또 한해의 벼랑 끝에서 습관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지그시 억누릅니다. 삶 탓, 세월 탓, 세상 탓하며 아쉬움 떠는 이들께, 으레 그랬던 것처럼 위로하듯 연민을 보내지는 않으려 구요~ 세월은 언젠가부터 문득문득 절박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지난해에도 더 지난해부터 그랬던 것처럼.. 더보기
가을 산의 침묵 산엔, 또 다른 변신을 위한 침묵의 시간이 흐릅니다. 깊은 정적 속에, 능선은 이미 초록 위에 주홍색 물감을 덧칠 중이고, 석양을 간직한 고운 하늘엔 옅은 구름 막이 쳐져있습니다. 시간마저 정지된 듯 바람마저도 흔적이 없고, 숨소리마저 기에 눌린 듯 가슴 안에 갇혀 골골거립니다. 그.. 더보기
석양이 노을 두고 간 자리 쏟아지는 찬란한 햇빛 속에, 소슬함이 묻어있다. 석양은 노을을 실어 가을을 퍼 나르고, 바람은 가을을 실어 세월을 퍼 나른다. 내 안에 부는 바람은 가을인가 세월인가?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은 바람인지 가을인지? 석양이 노을 두고 간 자리 바람이 가고, 바람이 가을을 남기고간 자리에 .. 더보기
어서가자 어서 가!!~ 청명하고 햇살 고운 춘삼월 초이튿날, 돋보기 안을 들여다보듯 도심은 맑고 선명하고, 산들바람에 간지럼을 타듯 물오른 나무가 춤을 춘다. 머지않아 지천은 진달래 개나리 만발하고,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눈이 부시게 빛나리라. 화사한 봄꽃이여~ 서둘러 피고 질 지어다. 초록 빛 신록.. 더보기
바람 가는 곳에서 꽃보다 예쁜 노란 은행잎이 마침내 자유를 얻고 도심 거리를 질주한다. 마치 가을몰이를 해가는 기세 좋은 바람보다 한걸음 더 앞서려는 듯, 등산로 돌계단을 베고 누운 낙엽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빨개벗겨진 갈참나무는 파란 하늘 우러러 빈손 허공을 휘젓는다. 산 거죽을 훑고.. 더보기
낙엽이 가는 길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저토록 무참히 붙들려 가는가?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저리도 애달파 보이는가? 무슨 미련 있었기에 그 방황을 멈추지 못한 채, 무슨 열망을 품었었기에 그토록 가련한 육신으로 어쩌자고, 세월을 틀어쥔 바람 앞세워 하필이면 쉰여섯초로 지친 길손 바짓가랑이는 .. 더보기
세월이 내게 묻노니!!~ 간 적도 온 적도 없는 것 같건만 세월은 이미 바다를 이루고, 온 것도 간 것도 아닌 것 같건만 인생은 어느덧 석양을 등졌다. 천년만년 긎 없을 세월 꿈 깨어보니 자투리 난간이요, 세상을 뚱쳐도 시원찮을 삶인데 하얗게 또 하루를 갉아먹는다. 구름처럼 왔다가 사라져간 흔적 없는 바.. 더보기
아들이 가는 세상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이 목구녕에서 휘파람을 분다. 육신을 적신 땀방울이 가슴팍에 흥건하고 갈증을 면한 7월 녹음 더없이 짙고 푸른데, 녹아내릴 듯 이글대는 태양 한 여름을 벌겋게 달구고 반백년을 훨 넘어서 쉰다섯 굽이마저 반을 넘건만 늦었다는 듯 도심 속 매미 음 조율을 서두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