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예쁜
노란 은행잎이
마침내 자유를 얻고
도심 거리를 질주한다.
마치 가을몰이를 해가는
기세 좋은 바람보다
한걸음 더 앞서려는 듯,
등산로 돌계단을
베고 누운 낙엽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빨개벗겨진 갈참나무는
파란 하늘 우러러
빈손 허공을 휘젓는다.
산 거죽을 훑고 가는
매몰찬 바람 등살에
신음하듯 사각거리는
가랑잎 소리가
마치 세월 등살에 휘둘려
용마산 몬당을 헉헉대는
쉰여섯 초로객의
거친 숨소리와 같다.
2013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