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갔습니다.
흔적처럼 미련처럼
어지럽게 흩어진,
잔해더미를 뒤로한 채
또 그렇게 갔습니다.
어느새
흩어진 잔해더미 사이로
진눈개비가 스며들고,
이순이 목전인 노객의 백발처럼
하얀 눈발은 세월의 늪이 됩니다.
그렇게 홀연히
가을 떠나던 어느 날,
둘이 만나 하나가 되자했던
지고지순한 백년의 약속은
오늘처럼 또 그렇게
서른 번을 오갑니다.
강산이 세 번은 변했을 만큼
앞만 보고 달려온 외곬의 세월!!~
내 삶의 반을 지지고 볶고 산
풍랑 같은 애증과 연민의 세월!!~
참으로 숨 가픈 삶 이었고
참으로 질풍 같은 세월이었소.
오늘만큼은 바삐 산을 내려가
장미꽃 두 송이를 꼭 사서 가리라.
30년간 줄곧 시들지 않은
오직 한 마음 생화 한 송이와,
남은 세월 다 할 때까지 변치 않을
일편단심 당신 뿐 조화 한 송이를!!~
예쁜 꽃집에서 곱게 포장해
등 뒤에 살짝 감추고 들어가
살며시 아내 손에 감싸 쥐어주고
30년의 수고를 진정으로 위로하며
이순의 반을 동고동락한 세월!!~
사랑으로 감사하며 자축하리라.
2015년 11월 29일
장가든지 서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