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기다렸기에
저리 세었을까?
얼마나 아렸으면
저리 창백한 모습으로,
얼마나 간절했으면
백화처럼 굳어져서,
얼마를 견뎠기에
망부석을 닮았는가?
잿빛 허공에 빈손 내밀어
입석대를 부르는 것처럼,
망월동 묘지에 말없이 잠든
억울한 영혼을 달래는 것처럼,
얼 만큼 애절했으면
메말라버린 가지에서,
얼 만큼 사무쳤으면
서리꽃을 피워냈으랴?
무등산 상봉
고고한 네 모습에
행여나 내 허물이
티가 될까 두려워,
당겨쓴 털모자
더 깊게 당겨쓰고
조심조심 뒷걸음질로
걸음을 물린다.
2015년 12월 5일
무등산 입석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