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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연민 초로의 눈에 만추의 산은 왠지 모를 연민을 낳는다. 절정을 경험 해버린 핏빛 단풍의 넋 잃은 허탈감. 오솔길 모퉁이 구석구석 수북이 쌓인 낙엽의 침묵. 솔바람에 소스라치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산울림. 벌거숭이 빈 손짓에 차디찬 손 내미는 석양노을. 작은 바람의 스침에도 신음하듯 .. 더보기
가을비 은행잎 은행나무 가로수 밑을 무심코 지나다 말고 심장이 멎은 것처럼 꼼짝을 못하고 멈춰 선다. 흩뿌려진 세월의 조각들인가? 빛바랜 삶의 잔해들인가? 빗물에 질척거린 아스팔트 차도와 인적에 몸살 앓는 인도 보도블럭에 시리도록 추적대는 가을비에 이끌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순응하고 .. 더보기
패랭이꽃 굴지리 화양강변 한적한 어느 비탈에 외로이 핀 패랭이꽃이 아름답다 못해 차라리 서글픈, 핑크빛 고운 미소 가을 햇살에 수줍은 듯, 가냘픈 몸 바람에 기댄 채 창백한 하늘에 얼굴을 붉힌다. 수줍어 얼굴 붉히던 곱살스런 그 모습처럼, 굽이져가는 화양강변 서글픈 내 추억을 아는 것처.. 더보기
가을 문턱 추석 달을 보낸 하늘엔 창백한 공허 물속처럼 깊고, 진초록을 물린 용마산은 어느새 붉은 노을을 삼킨다. 10월이 열리는 문 틈 사이로 이미 가을은 저만치 가고, 가을을 닮아가는 초로의 가슴엔 애잔한 설움만 하늘처럼 깊다. 2012년 10월 1일 더보기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작은 결실 하나에서도 큰 기쁨을 나누게 하여주시고 붉디붉은 석양 노을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뵈지 않도록 하여주시오소서!!~ 텅 빈 들녘 홀로 남은 허수아비처럼 내 마음도 새하얗게 비워내 줄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고, 파란 하늘을 유영하는 새털구름처럼 소슬바.. 더보기
고향 가는 길 미친녀(女) 널뛰듯이 허겁지겁 일마치고 장인님 생신 뵈러 버스타고 고향 가는 길 바람도 세월도 쉬었다 갈 휴게소에 내려 하늘 보니 고향하늘 저편으로 밤 그림자 자욱하고 중천에 뜬 반쪽 달님 반가운 듯 방긋방긋!!~ 고향하늘 달님 속에 그리운 얼굴 솔솔~~ 어둠 내리는 차창 밖으로 옛 .. 더보기
한여름의 침묵 숯가마 속 같은 열기를 품은 산에 깊은 침묵이 흐른다. 간간이 울어대는 매미들 소리만 정적을 깨우며, 한 자락 남은 한여름 열기를 겨우 붙들고 있을 뿐, 하늘엔 잔뜩 비구름 실려 쫓기 듯 허겁지겁 바람몰이를 하는데, 별안간 출현한 까마귀는 어쩌자고 그렁그렁 눈물고인 잿빛 하늘에 .. 더보기
작은 여유 소박한 행복 맘먹고 가족끼리 외출이라도 한번 해 볼라치면 그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 일쑤였던 딸아이가, 웬일로 며칠 전부터 8월 15일을 지정하며 자진해서 가족 나들일 제안해 놓고는 아무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곤 했었다. 그럴 때면 석연찮아 미심쩍어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