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삶의 장마 장마에 겨운 진초록 숲 빗물에 흥건하고, 나잇살에 겨운 노 나그네 땀으로 흥건하다. 끈질긴 병마에 만성이 된 도심 연무에 잠긴 채 죽은 듯 잠잠하고, 무딘 삶 인생사 난맥상에 뭉클한 설움 울컥 복받치건만, 그러거나 말거나 토실토실 개도토리 알알이 영글어가고, 그러거나 말거나 끈적한 바람은 거침없이 용마산을 넘는다. 2021년 7월 11일 더보기 태양의 계절 태양의 계절 7월의 문턱을 거침없이 넘어, 불볕 태양 녹아내릴 한여름 속으로 뚜벅뚜벅 가는 우리는, 먼 오래전 청춘이 불같이 타오르던 그 어느 푸르르던 시절, 순결한 마음 불같은 열정으로 이글대는 태양마저 함께 끌어 보듬고자 했던 그 아름다운 때를 기억하기에, 다시 또 마주하는 이 한여름 앞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시절 그 열정을 새삼 추억합니다. 2021년 7월 2일 더보기 반토막 날마다 날마다 서녘으로 간 해는 그렇게 그렇게 죽어갔던 것을, 날마다 날마다 오가는 해에 세월 죽은 줄 미처 몰랐네. 청춘에 오가던 해는 나날이 새롭고 더디 가더니만, 작금에 오가는 해는 흐릿하기만 한 데 왜 이리 날랜가? 어제 그제를 분간 못 하고 오늘을 가늠키 어려운 해가, 어느덧 다 죽어 나가고 반 토막만 남았네. 2021년 6월 30일 더보기 심란 쨍한 하늘에 뭉게구름 한가롭고, 초록 짙은 용마산 자락에 맴도는 바람마저 시원컨만, 까마귀는 어쩌자고 저 소란을 떨어대며 내 주변을 설치고, 산 아래 도심엔 웬 연무가 저리도 무겁고 짙은가? 괴물로 변해버린 아비의 광기에 비난을 퍼붓고자 저러는 것인지? 서글픈 내 속내를 살포시 감싸고프신 울 엄니의 손길은 행여 아니신지? 내상에 비틀대는 버거운 삶에 울 어머니가 그립고, 의욕도 애착도 가치도 없는 하루가 그나마 죽음 가까이 간다. 2020년 6월 20일 더보기 발광 아비인 것이 죄고 못 다 준 것이 한일 것을, 그 하나를 보듬지 못하고 그 발광을 떨었는가? 하늘이 주신 귀한 인연으로 하늘처럼 높고 크다셨는데, 그 서운함 하나를 덮지 못하고 그 원망을 떨었는가? 뭣이 더 소중하기에 혈연을 마다하고 그까짓 게 뭐라고 그 울분을 품으려는가? 먼 세월 지나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고 보니, 그 설움이 두고두고 응어리가 된 채 사는 동안 내내 가슴에 결리는 비우려야 비울 수 없는 회한이던 것을, 2021년 6월 20일 더보기 밤꽃 향기 밤꽃 냄새 그윽한 아차산 고구려정, 마주치는 여인의 헤픈 웃음에 괜스레 낯이 붉고, 이때를 기다렸던 듯 요염한 미소 금계국 산녀 미소처럼 곱고 수줍다. 용마산으로 거슬러가는 틈새산행이 조금은 낯설고 설레기까지 한 것은, 한여름으로 달음질치는 바람 때문인지? 그 바람에 실려 온 밤꽃 냄새 때문인지? 산녀의 미소를 닮은 금계국 때문인지? 2021년 6월 13일 더보기 마음의 여백 열기를 더하며 한여름 속으로 뚜벅뚜벅 가야 할 6월 태양이, 발목 삔 이넘처럼 쩔뚝거리며 가다 서기를 반복합니다. 그렇다고 해가 죽을 리 없고 그런다고 세월이 묵어가진 않을 터, 빗방울 들이치는 초록 여울목 초록 물 흥건한 세월 턱에서, 반쯤 잘려나간 세월 추스르며 반 하고도 또 반쯤 거덜 난 삶 추스려, 차라리 잠시 꿈을 꾸듯이 마음의 여백이라도 찾아볼까 합니다. 곧 6월 태양이 쨍한 햇볕을 발할 것처럼 나의 삶 또한 이내 방랑의 연속일 테니까요. 2021년 6월 11일 더보기 5월의 막차를 타고, 5월의 막차를 타고 여름으로 가는 초록 물 고운 길목, 봄비 겨운 덩굴장미 객혈을 하고 해를 낚은 도심 빌딩 신열이 오른다. 파란 하늘에 드리운 저 구름은 내 맘 알까? 초록 숲에 오가는 이 바람은 내 속을 알까!!? 세월에 목줄 채인 채 개 끌려가는, 삶의 고삐에 발목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서글픈 이 심사를? 우울한 이 속내를!!? 2021년 5월 30일 더보기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