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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여백의 시간 갈망과 비움 충만과 허탈 체념과 안도 회고와 성찰 고독과 여백의 시간을 지나, 긴긴 동면의 밤과 혹한의 강과 죽음의 늪을 건너야 하는 침묵의 시간 동통의 나날과 먼먼 또 한 새봄을 잉태 키 위한 긴 기다림의, 기회의 시간!~ 인고의 세월!~ 2022년 11월 30일 더보기
이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나이 홀연히 가는 가을에 이끌려 헐레벌떡 휩쓸려갑니다. 불현듯 떠나는 바람 쫓아서 기를 쓰고 뜀박질도 해봅니다만, 잰듯 항상 앞서가는 세월은 그러거나 말거나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휘적휘적 날개가 돋친듯 저만치 앞서서 잘도 갑니다. 행여 놓칠세라 훼까닥 잃을세라 정신 바짝 챙기고 쫓아가 봅니다만, 이젠 마지막 숨 붙어 있을 때까지 제정신으로 버틸지는 그 아무 것도 장담치 못합니다. 2022년 11월 20일 더보기
못내 감추지 못한 세 살 천둥 번개가 난무하던 지난밤을 기억하며, 오늘 아침 이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찬찬히 지켜봅니다. 함초롬히 젖은 채 살포시 등 포갠 무수한 낙엽들의 초연함과, 맨몸이 드러나도록 빨개벗겨지고도 바람을 거부치 않는 낙엽수의 의연함과, 비록 꽃이 아니고 향기를 갖지 않았어도, 꽃처럼 곱고 석양 노을처럼 황홀한 저 단풍잎의 당당함과 꿋꿋함을, 짙어가는 헛헛함과 깊어가는 서글픔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아 보기도 하지만, 더해가는 나잇살과 불어나는 똥뱃살과 깊어 가는 주름살에 못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2022년 11월 16일 더보기
황홀한 아픔 맘껏 뽐내 보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사라져 버림 어떡하나, 조마조마 한 내 맘을 겨우 눈치챈 것처럼, 늦가을 가뭄에 시들시들 생기를 잃어 가는 단풍의 목마름을 때늦게나마 용케 안 것처럼, 시원스럽게 줄기찬 빗줄기를 아낌없이 퍼붓던 지난 주말 밤 세찬 폭우에, 산자락 오솔길 흔적마저 지운 채 빼곡히 포개고 누운 낙엽의 속삭임과 함께, 이 아침 여명을 머금은 만추의 가을색이 한껏 생기를 찾아 본연의 제 빛으로 뭉클 되살아났다. 망연한 이 가을을 기억하기 위한 헛헛한 목마름이며 가을이 남긴 처연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리움이었던 것을, 차마 마음 주지 못한 채 끝내 외면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먼 세월 속 그 소녀를 향한 그리움처럼, 삶에 쫓기고 세월에 휘둘려 벼랑 끝에 내몰린 노 나그네의 어쩌지 못할 목마름처.. 더보기
이제 이 가을도 보내야 할 때 이제 가을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예순다섯 해를 습관처럼 줄곧 그러했듯이 그냥 또 그렇게 놓아 보내야만 합니다. 깊은 공허와 짙은 허무 시린 적막과 저린 고독의 바다로부터, 애툿한 기억 속 고운 추억만을 남겨 무수히 포개 널리고 흩어진 저 낙엽들의 방황을 뒤로한 채, 애잔한 그리움과 처연한 동통의 고통을 묵묵히 참고 삭이며, 이젠, 타다 남은 석양노을에 불씨 하나를 살려 가슴 안에 촛불처럼 환히 밝히고, 혹한이 휘몰아칠 겨울의 강을 한 걸음 한 걸음 건너야만 하기에. 2022년 11월 7일(立冬) 더보기
예순다섯 해의 가을 아직 설익은 가을 탓일까? 예순다섯의 가을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컷던 때문인가? 이 가을 채색이 예전같지 않음은, 설마 노안으로 탁해진 시력 탓도 아닐 테지만, 무쇠솥처럼 여전히 펄펄 끓는 심장에 열정이 식은 탓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 위로 아닌 위안을 삼아볼 제, 저 멀리 서녘 산에 턱걸이 하던 해가 하루를 지탱하기 못내 힘에 겨운듯 벌겋게 타오르는 노을 바다로 산까닥질 하듯이 풍덩 빠져든다. 2022년 10월 30일 더보기
대둔산 산벗(12) 산행 산이 좋아 산으로 가는지!!? 산벗님 보고파 산으로 가는지!! 12인승 승합차에 포개 탄 열한 벗님 맞닿은 어깻죽지가 참 따숩고 좋다. 휘이잉~ 휘이잉~ 대둔산 능선, 설익은 단풍잎 헹가래를 치는 소슬한 갈바람도 참 좋고, 사바로부터 천국으로 가는 하늘 건널목 금강 구름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통하는 곧추선 사다리 삼선계단을 아슬아슬 올라서, 마침내 대둔산 정상 마천대 개척탑(開拓塔)문을 두드리고 속세로 돌아오는 길, 사그락 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생애대에 숙연히 올라, 풍광명미에 막걸릿잔 나누며 진 우정 교감하는 두 산벗님과 오롯이 함께함이 또한 참 좋고, 자신의 체력에 맞춤하여 대둔산 등반코스를 안전히 내림한 후, 전주에서 자신의 삶을 빛낸 영기친구로부터 대둔.. 더보기
예쁜 가을 단풍 낙엽 같아야~ 봄꽃처럼 화려했던 청춘도 있었다지만, 나이들수록 잘 물들어 가는 예쁜 가을 단풍잎 같아야~ 화려했던 봄꽃이야 봄바람에 내동댕이쳐진, 짓무른 봄 무덤 이었다면, 잘 물든 단풍낙엽 가을 바람이 남겨두고 간 가을 무덤 이었을지라도, 책갈피 속에 고이 간직 해두고픈 추억 한 잎 그리움 하나 아니더냐!!? 인간의 탐욕으로 하여금 모가지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고서도 또 다시 버림을 받을 꽃 처지라면, 휘고 뒤틀리도록 본연의 소임을 다하고 소진한 채, 한 줌 바람에 떠나야할 때를 주저하지 않는, 초연함과 의연함 숙연함과 겸허함을 간직한 가을 단풍낙엽 같아야~. 2022년 10월 (단풍 물 짙어가는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