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뽐내 보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사라져 버림
어떡하나,
조마조마 한
내 맘을 겨우
눈치챈 것처럼,
늦가을 가뭄에
시들시들
생기를 잃어 가는
단풍의 목마름을
때늦게나마
용케 안 것처럼,
시원스럽게
줄기찬 빗줄기를
아낌없이 퍼붓던
지난 주말 밤
세찬 폭우에,
산자락 오솔길
흔적마저 지운 채
빼곡히 포개고 누운
낙엽의
속삭임과 함께,
이 아침
여명을 머금은
만추의 가을색이
한껏 생기를 찾아
본연의 제 빛으로
뭉클 되살아났다.
망연한 이 가을을
기억하기 위한
헛헛한 목마름이며
가을이 남긴
처연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리움이었던 것을,
차마
마음 주지 못한 채
끝내 외면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먼 세월 속
그 소녀를 향한
그리움처럼,
삶에 쫓기고
세월에 휘둘려
벼랑 끝에 내몰린
노 나그네의
어쩌지 못할
목마름처럼.
2022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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