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난무하던
지난밤을 기억하며,
오늘 아침 이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찬찬히 지켜봅니다.
함초롬히 젖은 채
살포시 등 포갠
무수한 낙엽들의
초연함과,
맨몸이 드러나도록
빨개벗겨지고도
바람을 거부치 않는
낙엽수의 의연함과,
비록
꽃이 아니고
향기를 갖지 않았어도,
꽃처럼 곱고
석양 노을처럼 황홀한
저 단풍잎의 당당함과
꿋꿋함을,
짙어가는 헛헛함과
깊어가는 서글픔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아 보기도 하지만,
더해가는 나잇살과
불어나는 똥뱃살과
깊어 가는 주름살에
못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2022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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