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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소갈딱지 대 자연의 규범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저 나를 포함한 나약한 인간들만이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더워서 죽겠다 추워서 못살겠다 를 입버릇처럼 뇌까리고, 잰 듯 오가는 해와 달을 빠르다 더디 간다 세월 탓을 해대며 변덕이 죽 끓듯 할 뿐, 처서가 하루 지난 이른 아침 말죽거리 공원, 하룻밤 새 삼베바지에 방귀 새나가듯 열기가 빠져나간 치유의 공간에, 어제 저녁과는 사뭇 다른 선선함이 살갗을 간지럽히고, 거위벌레(?)의 산란기를 맞아 무수히 잘려 흩어진 도토리 잔해 더미에서 오히려 뭉클한 추억과 함께 신선함을 덤 얻는 출근길, 이름 모를 뭇 풀벌레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이 되어주고 새소리 매미소리가 합주를 이루는, 마치 환상의 소나타 연주가 이러할까 싶을 상큼함과 발랄함과 안락함과 평온함이 나의 이 아침을 들.. 더보기
낯선 바람 달궈진 가마솥처럼 여전한 한증막 열기 속 풀숲에 서성이는 건 낯선 바람이 틀림없다. 채 깨어나지도 못한 예민한 가을 손 이미 바람 냄새를 알아차린 듯, 제 몸 하나 추스리지도 못한 채 신음소리처럼 가냘픈 곡성을 낸다. 저처럼 시작한 애처로운 곡성은 날이 가고 밤 깊을수록 애절한 통곡이 되어 달님과 별님의 밤샘 눈물 자아내 방울방울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될 테고, 진초록 숲을 적신 방울방울 아침이슬은 해님의 노을을 한껏 품은채 시뻘겋게 닳아 올라, 내 가슴이 짓물러져 응어리진 설움까지 남김 없이 불을 싸질러 불꽃처럼 타오르리라. 언제나처럼 잠시 또 그렇게 낯선 바람은 또다른 바람을 불러와, 또 한 세월의 강을 잰 듯 건너뛰어 어느 낯선 간이역으로 홀연히 데려가 줄 것이지만, 이내 통곡이 멈추고 마침내 세.. 더보기
오색 설렘 오랫만 밝은 햇살에 한여름 내내 쌓인 꿉꿉함을 털어냅니다. 햇빛 쨍한 풀밭 위에 서답을 널어말리는 개운함으로, 한여름 내내 죽었다 살아난 해가 창백한 얼굴로 겨우 제자리를 찾고, 수마가 휩쓸고 간 도심 여기 저기에 잔뜩 쌓여진 수해 더미처럼, 장마 구름 뭉개다 간 하늘 여기 저기에 뭉텅뭉텅 쓸어다 모아진 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예쁘게 드러납니다. 마치 내 안에 숨겨놓은 오색 설렘처럼 요~ 울다가 지친 매미는 잘 달래서 보내고, 겨우 살아 돌아온 햇님 주변을 차마 떠나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도는 고추잠자리 불러 앉혀서, 내 안의 오색 설렘 꽁지에 매어 달아 님께 보내볼까 합니다. 2023년 8월 20일 더보기
광복절/말복 도심을 휘젓는 바람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하늘을 짓누른 구름 또한 예사롭지가 않으며, 한여름 내내 불가마 속 이던 용마산엔 울다 자지러질 매미 소리마저 뚝 끊긴 채, 성난 바람만 화풀이를 하듯이 가녀린 초록 숲을 쥐락펴락 해댑니다. 뽑힐 듯 꺾일 듯 몸부림을 치면서도 의연히 견뎌낸 저 유연함을 기개로, 단 하나 단 한 번뿐인 자신의 목숨쯤이야 기꺼이 바쳐서라도 찾아 지키고자하셨을 이 땅의 독립과 번영이었을 것을, 여직 청산치 못한 일제의 잔재세력과 버젓이 가로 막힌 분단의 철책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섣부른 위정자들의 저 천박함을 보시는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도심 전주에 들린 태극기만 그날의 기쁨을 재현하는 것처럼, 그때의 그 함성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 두 팔을 곧게 치켜 올려 만세를 부르듯.. 더보기
죽음의 늪으로부터 뚜벅뚜벅 아내의 생일을 겸한 휘녀석의 나들잇길 "소풍"으로부터 집으로 돌아와, 주일 산벗산행 약속을 놓친 아쉬움을 접고 차라리 잘 되었다 맘 편히 여백의 시간을 누림 해보리라 일탈을 시도하려는 찰나, 개구리들의 요란한 함성 휴대폰 소리가 일탈의 꿈에 초를치며 순식간에 일상 모드로 자동 재 돌입 한다. 몇 마디를 나누고 15분 후 도킹을 약속한 후 서둘러 배낭을 챙겨 휙 어깨에 들쳐메고, 지하철역 계단을 훌쩍훌쩍 내리뛰어 폐문 직전 간발의 차로 지하철 열차에 진입 한 정거장을 이동 후, 곧 7호선으로 환승 용마산 역에서 하차 급히 지상으로 솟구쳐 튀어올라, 물 한 병과 진태고량주 한 병을 뽑아 계산을 마치고 배낭 양 옆 주머니에 급히 꽂아 넣음과 동시 용마산 능선을 바람처럼 올라챈다. 거친 숨소리에 진초록 갈참나뭇.. 더보기
꽃길에서 머문 바람 솟구친 성난 파도의 격렬한 몸부림도, 꽃길에서 한동안 머물고 간 한 자락 바람이었을, 훌쩍 왔다가 사라지는 흔적 없는 떨림도 꽃길에서 잠시 머물다 간 한 줌 바람이었던 것. 2022년 7월 22일 더보기
태양의 실종 태양의 계절 7월에 태양이 실종된 지 이미 오래전, 진득한 빗줄기에 깜박 비멍에든 채, 후텁한 열기마저 한동안 잊은 듯 하염없는 시간 여행에서 돌아갈 줄 모릅니다. 2022년 7월 13일 (장맛비 줄기찬 날) 더보기
태양의 달 태양의 달이 도래한지 이미 오래전 발열하는 태양의 온전함을 본지는 여직 기억조차 없다. 태양을 잃어버린 도심 빌딩 숲에 끈적한 열기는 예년을 능가하고, 초록 숲에 정적을 깨며 일렁이는 바람마저 끈끈한 열기에 기가 꺾인 듯 비실비실 주저앉는다. 작년에 이 숲에 있던 초로객 노령 딱지를 붙인 채 잃어버린 태양을 찾아 도심과 산과 하늘을 염탐하는 중, 땀과 삶과 세월의 바다에 풍덩 빠져 헤어나지를 못한다. 2022년 7월 9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