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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예순다섯 해의 가을 아직 설익은 가을 탓일까? 예순다섯의 가을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컷던 때문인가? 이 가을 채색이 예전같지 않음은, 설마 노안으로 탁해진 시력 탓도 아닐 테지만, 무쇠솥처럼 여전히 펄펄 끓는 심장에 열정이 식은 탓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 위로 아닌 위안을 삼아볼 제, 저 멀리 서녘 산에 턱걸이 하던 해가 하루를 지탱하기 못내 힘에 겨운듯 벌겋게 타오르는 노을 바다로 산까닥질 하듯이 풍덩 빠져든다. 2022년 10월 30일 더보기
대둔산 산벗(12) 산행 산이 좋아 산으로 가는지!!? 산벗님 보고파 산으로 가는지!! 12인승 승합차에 포개 탄 열한 벗님 맞닿은 어깻죽지가 참 따숩고 좋다. 휘이잉~ 휘이잉~ 대둔산 능선, 설익은 단풍잎 헹가래를 치는 소슬한 갈바람도 참 좋고, 사바로부터 천국으로 가는 하늘 건널목 금강 구름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통하는 곧추선 사다리 삼선계단을 아슬아슬 올라서, 마침내 대둔산 정상 마천대 개척탑(開拓塔)문을 두드리고 속세로 돌아오는 길, 사그락 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생애대에 숙연히 올라, 풍광명미에 막걸릿잔 나누며 진 우정 교감하는 두 산벗님과 오롯이 함께함이 또한 참 좋고, 자신의 체력에 맞춤하여 대둔산 등반코스를 안전히 내림한 후, 전주에서 자신의 삶을 빛낸 영기친구로부터 대둔.. 더보기
예쁜 가을 단풍 낙엽 같아야~ 봄꽃처럼 화려했던 청춘도 있었다지만, 나이들수록 잘 물들어 가는 예쁜 가을 단풍잎 같아야~ 화려했던 봄꽃이야 봄바람에 내동댕이쳐진, 짓무른 봄 무덤 이었다면, 잘 물든 단풍낙엽 가을 바람이 남겨두고 간 가을 무덤 이었을지라도, 책갈피 속에 고이 간직 해두고픈 추억 한 잎 그리움 하나 아니더냐!!? 인간의 탐욕으로 하여금 모가지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고서도 또 다시 버림을 받을 꽃 처지라면, 휘고 뒤틀리도록 본연의 소임을 다하고 소진한 채, 한 줌 바람에 떠나야할 때를 주저하지 않는, 초연함과 의연함 숙연함과 겸허함을 간직한 가을 단풍낙엽 같아야~. 2022년 10월 (단풍 물 짙어가는 날) 더보기
지난 여름 갈무리 어제와 다름 없는 일상의 연속 입니다만 어제 퇴근 때와 오늘 아침 출근 시 기온은 완연히 다릅니다. 선선함을 넘어 쌀쌀한 기운이 역력한 옷깃을 세우고 앞섶을 바짝 여며도 냉기가 가시지 않는, 계절은 아니 세월은 또 이렇게 58년 개띠 인생에 더 한겹의 가을 옷을 입히려나 봅니다. 부정과 거역을 허용치 않는 긍정과 순응 만이 삶과 인생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기에, 출근길 지금도 예쁜 산수국의 풋풋함과 엊그제까지도 별 모양을 닮은 꽃댕강나무 꽃의 그윽한 향기와, 꽃길쉼터 한 켠에 잠시 한동안 화려히 출퇴근길을 설레게 했던 꽃무릇과 한여름 퇴근길 보랏빛 예쁜 맥문동꽃도 이제는, 58년 개띠 인생에서 또 한 번 잠시 머물고 간 한여름 고운 추억으로 예삐 갈무리하렵니다. 2022년 10월 7일(금) 더보기
수락에서 보물 찾아 가슴에 담다 설익은 가을 길목에서 본격적인 가을로 진입하는 10월 시작의 첫날, 지난 7월 아차산 산행 이후 긴 침묵으로부터 깨어나, 영구 아우의 산행 초대로 당고개역으로 가는 길, 도심을 벗어난 지하철 창밖엔 구름과 안개가 간간이 드리운 비좁은 틈새로 빛 내림과 함께 드러난 하늘은 굳이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지 않더라도 확연할만큼 완연한 가을이다. 설렘과 기대 속 약속한 당고개역 1번 출구에서 반가이 상봉하여 (09:30) 마을버스(10번)를 타고 15분 여를 이동 청학리에서 하차, 차도를 건너서 작은 다리 하나를 지나 마당바위를 거쳐 사기막고개를 넘어 소리바위까지 가는 길, 앞서서 길을 찾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기다리며 나의 동태를 살피고 몇 마디를 나누고는, 살며시 내 등 뒤로 돌아와 나를 앞세워 길.. 더보기
산벗(8) 백운대 산행 근우회 산 벗님 산행 나들 잇길 우이동 들머리가 들썩들썩하고, 반야봉을 접수했던 병출이친구 뒷태에 북한산 등산로가 비좁아 보인다. 인수암을 지나 백운산장을 거쳐 백운봉 암문에 이를 떄까지, 웅장한 자태와 수려한 용모로 눈길을 사로잡는 인수봉의 유혹에 앉으나 서나 붙박이처럼 시선이 꽂힌 채 외면치를 못하고, 태극기 휘날리며 하늘 높이 치솟은 오늘의 설정 고지 백운대의 위엄에, 교차 통과로 인한 기다림의 불편을 애써 감수하면서도, 안전대 와이어 줄에 겨우 의지한 채 등정의 의지만은 꺾을 줄 모른다. 마침내 열외 없이 아슬아슬 조심조심 줄지은 대열을 따라 정상에 족적을 올리고, 잠시 정상 정경을 조망할 겨를도 없이 대열에 떠밀려 정상을 빠져나와, 암벽등반 동호인들이 개미 떼처럼 들러붙은 인수봉을 마주하고 한적.. 더보기
도토리 풍년, 도토리 키 재기 오가는 출퇴근 오솔길 토실토실 알도토리가 마치 길목 구간구간 마다 흩뿌려 놓은 것처럼 즐비하여, 여간 조심해 걷지 않으면 미끄러져 낙상을 하거나 예고 없이 떨어지는 알 도토리에 여지없이 맞아 머리가 깨어질 위험이 다분할 정도로 씨알은 굵고 여물다. 도토리 키재기 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큰 놈은 웬만한 밤톨만 한걸? 올해는 분명 도토리 풍년이 틀림없다. 주변 사방에서 투둑투둑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문득 아주 먼 옛날 도토리 키 재기하던 고만고만한 악동들과 도토리 나무가 즐비한 앞 동산을 뒷마당 텃밭처럼 여기고 사시던 판동이네와 창옥이네 두 할매들과의 팽팽한 신경전에서 두 할매분의 경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한가 싶으면 여지없이 우르르 앞동산 도토리나무 숲으로 뛰어들어 알 도토리를 찾아 줍곤 하던, 그러다가도 금.. 더보기
가을 나그네 산허리를 휘젓는 거침없는 바람에 조금 전까지 후텁지근했던 도심 열기를 말끔히 털어냅니다. 창연한 햇빛이 가득한 도심 오밀조밀 예쁘고, 진초록 틈틈이 색 바랜 갈참나무 잎은 이미 가을 분장을 시작한 듯, 하늘도 보란 듯이 반쯤을 비우고 그 끝이 훤히 보일 듯 말듯한데, 늦더위에 내몰려 용마산에 내쳐진 노 나그네, 난마돌 블랙홀로부터 변방까지 떠밀려온 뽀송뽀송한 바람에 잠시 한시름을 잊고, 지난 이맘 때 어느 나그네가 그랬던 것처럼, 설익은 가을 길목에서 석양노을을 벗 삼고 가을 타는 나그네가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2022년 9월 18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