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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5월의 신록 화려하지 않아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향기롭지 않아도 꽃처럼 빛나는, 찬란한 햇빛에 흥건한 초록빛은 5월을 추억하려는 신록의 무지갭니다. 어느 먼 옛날, 존재감 만으로도 꽃처럼 아름답고 꿈 하나 만으로도 별처럼 빛났던 청춘의 푸른 날개를 단 파랑새의 날갯짓처럼, 아득히 먼 세월의 뒤안길 젊음이 메아리치던 인생 꽃길에 잠시 떳다 사라진 초록 무지갯빛의 선명한 흔적처럼. 2022년 5월 28일 더보기
만호형의 귀천 전생에서 무슨 큰 잘못을 했었기에 태어나 모정을 느낄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여의고, 이 마을 저 동네로 전전긍긍하며 아비 등에 업혀 젓 동양으로 명줄을 이은 기구한 팔짜를 타고나, 이 세상 온갖 고생 맨몸으로 감당하면서도 조금도 주늑들지 않고 굴하지 않으며, 잡초처럼 꿋꿋이 자신의 삶을 서울 한 도심에 당당히 뿌리 내린 강인한 형께서, 고작 한 달여 투병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렇게 허망히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던지, 구천 가는 길 잠시 멈추고 어디 말이나 함 들어보고 싶소 만, 이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홀연히 떠났기에 그럴 수 조차 없음이 더 허망하고 가슴이 미어질 뿐, 매번 통화 때면 바쁘다~ 일 한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시던 형이, 그저 밤낮없이 일에 미쳐 죽을 둥 살 둥 하던 형이, 어.. 더보기
불꽃 잔치 바삐 도심 골목길을 가다 잠시 한 곳에 눈길 머무는 순간 자석에 쇠구슬 끌리듯 도심 담장 속으로 또르르륵 빨려들어갑니다. 초록 넝쿨 가지가지마다 피어오른 불꽃은, 청춘과 열정에 불을 댕기려는 싱그러운 5월의 불꽃잔치인지? 초록과 정열이 한데 어우러진 청춘예찬을 위한 한마당 축제인가? 그때는 몰랐지만, 이처럼 짙푸른 진초록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빛나고 역동적인 청춘의 빛이며, 저처럼 붉고 강렬한 불꽃은 삶 중 가장 뜨겁고 활기찬 열정의 순간이었던 것을, 이젠 아련히 먼 어느 세월 모퉁이에 부적처럼 묻어 둔 표식이 된 채, 석양길 서성이는 나그네의 설움을 그나마 지탱해주는 아련한 추억일 뿐, 2022년 5월 19일 더보기
아카시 꽃향기 골똘히 산길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바람결에 묻어 온 향기를 쫓아 지그시 눈 감은 채 코 끝에 촉을 세워 본능적 더듬이질을 합니다. 잠시 곧 후각세포 속에 기억 된 그윽한 향기 앞에서 마치 그립던 이를 마주한 것 것처럼 찡한 환희와 아늑한 설렘을 감추지 못합니다. 먼 세월 그 땐 향긋하고 달달한 꽃놀이 였던 것이 이맘때면 늘 목 마른 그리움으로 있다가, 언젠가부터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지탱케 하는 한줄기 빛인 동아줄이자 명치끝이 저릿한 고향의 냄새라는 사실을 앎니다. 지금은 비록 아련한 기억 속 추억들만 뭉클한 흑백사진 처럼 색 바랜 타향같은 고향이지만, 더보기
안절부절 아카시꽃 향기 머무는 자리에 비 묻은 바람이 안절부절못합니다. 봄 언저리를 맴도는 노 나그네의 방황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비 묻은 바람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찔레꽃처럼 요. 2022년 5월 13일 (아카시 꽃향기 머무는 자리에서) 더보기
아카시꽃 불기 2566년 이 땅에 석가님 오심으로 하여금 온 누리에 부처님의 은덕과 자비는 충만한가? 50년 동안 이어온 어버이날로 하여금 우리 가슴에 어버이의 은혜와 보은의 마음 또한 충만한지? 부처님 오신 날 어버이날까지 겹쳤으니 자비로운 세상 은혜로운 축복이 아닐 수 없건만, 아서라~ 오색연등마다 제각각 꼬리표를 매단 인간의 끝없는 저 욕망 덩어리들, 절 기둥이 휘청거리도록 주렁주렁 걸렸으니 속세에 빚쟁이가 된 부처 부도라도 나실까 염려스럽고, 어제는 내 어머니의 생신이었던 것을 가신지 5년 남짓에 불효의 기억마저 어느덧 가물가물, 물거품 사라지듯 영영 잊어질까 못내 부끄럽고 죄스러운데, 때맞춰 핀 아카시꽃 향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태곳적 향수를 오롯이 간직한 채 무뎌진 말초혈관까지 펌프질을 해댑니다.. 더보기
아득히 먼 길 끝 봄처녀 살랑살랑 4월의 강을 건너고, 신록의 화신 뚜벅뚜벅 5월재를 넘어 오면, 도심 후미진 철제 담장에도 화려한 불꽃 타오르고, 설핏한 삶 언저리까지 아카시꽃 향기 향수 겨운 날, 노랑나비 흰나비 짝짝이 너울너울, 앞다퉈 숨박꼭질하며 예쁜 꽃길 떠날 적에, 옛 고향 사래 긴 청보리밭 물결 위, 아롱아롱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 가물가물 사라진 아득히 먼 길 끝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가뿐사푼 떠나려네. 2022년 4월의 강을 건너며, 더보기
꽃비 봄 처녀 새 풀 옷 입고 제 오시는 도심 골목길, 단골 손 꽃나비 채비도 전인데 봄바람 헛손질에 꽃비가 내리고, 진달래 피고 새가 우는 연분홍 꽃천지 용마산 숲길, 봄바람 꽃바람 잠시 머물 틈 없이 길 바쁜 진달래꽃 산 몬당을 넘는다. 한자락 일장춘몽 깰까말까 하건만, 어느 아득한 땔나무를 베 나르던 시절, 성삼재 넘어 쐐때기 밭에서 쐐 나뭇동을 질 때처럼 숨은 턱턱 막히고 걸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2024년 4월 10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