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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수락에서 보물 찾아 가슴에 담다

설익은
가을 길목에서
본격적인 가을로
진입하는
10월 시작의 첫날,

지난 7월
아차산 산행 이후
긴 침묵으로부터
깨어나,
영구 아우의
산행 초대로
당고개역으로
가는 길,

도심을 벗어난
지하철 창밖엔
구름과 안개가
간간이 드리운
비좁은 틈새로
빛 내림과 함께
드러난 하늘은
굳이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지
않더라도
확연할만큼
완연한 가을이다.

설렘과 기대 속
약속한 당고개역
1번 출구에서
반가이 상봉하여
(09:30)
마을버스(10번)를 타고
15분 여를 이동
청학리에서 하차,

차도를 건너서
작은 다리 하나를 지나
마당바위를 거쳐
사기막고개를 넘어
소리바위까지 가는 길,

앞서서 길을 찾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기다리며
나의 동태를 살피고
몇 마디를 나누고는,
살며시 내 등 뒤로
돌아와 나를 앞세워
길 안내를 하며,
근간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힘들지 않느냐
쉬어가기를
청하기도 하는,
세심한 배려 속
굳이 말하지 않고서도
서로 느낌 만으로
이심전심 마음을
읽고 나누는
친 형제와 다름없을
막역한 고향 아우,

우리 둘 외
다른 등산객을
만나기 힘들만큼
외지고 한가한  
등산 코스여서
둘만의 오붓하고
여유로운 산행,
서로의 감정과
생각에 더더욱
집중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친밀감 형성에
더없이 만족하며,

불쑥 반갑게
장성한 아들과
딸을 앞세우고
동반 산행에 나선
어느 부부 가족을
앞질러 가며
반가움에 더해
부럽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 동안,

경사 각도가
다소 위험스러운
암반으로 형성된
거대한 암릉 한 곳에
마치 부엉이 한마리가
잔뜩 웅크린 채
머리를 좌로 돌려
먼 도심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고독한 바위 형상을
가리키며,


지난 번 산행에서
이 근처까지 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그냥 돌아갔었다는데,
오늘 비로소 형과 함께
이 기묘한 바위를
가까이에서 보게 돼
매우 기쁘다는,

소리바위 주변을
위험으로부터 조심조심
한 바퀴를 돌아보며
아연하게도
바람이 부는 날이면
이 바위에서 기묘한
바람소리가 들려
소리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래를 들으며,
소리바위로부터
주변을 벗어나
멀리서 바라볼수록
왠지 모를
고독함과 묵직한
서글픔을
간직한 듯한 느낌을
서로 공감 동감한 후,


내원암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자락 바위 능선을
타고 넘다가
헬기장 앞에서
우회 안내
플래카드를
눈여겨보며,
당초엔
기차바위를 경유
주봉(정상) 등정을
계획 했었으나,
보는 바와 같이
헬기장으로부터
기차바위 방향으로
계단설치 공사 관계로
등산로를 통제 중이니,
아무래도 기차바위
우회로를 따라
주봉에 접근 해야
될 것 같다는
아우의 설명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제법 멀리 돌아
한참 동안
급경사지를 힘겹게
오른 끝에
거의 주봉 인근에
근접할 즈음,

형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비경의 바위가
근처 어딘가에 있다며
급경사지를 아슬아슬
내려가는가 싶더니 곧
소리치며 어서
내려오기를 종용,

아니나 다를까
마치
인위적 물리력을
가해 만든 것 처럼
깎아세운 듯한
두 암벽 사이에
서울 동북부에서
의정부까지의 경관을
숨겨 간직한 채
칼로 툭툭 빚어
다듬어 놓은 듯,
귀 형상 같기도 하고
외계인의 눈처럼
구멍까지 뚫린
기이한 형상을
등 뒤에 비스듬히
감추고 서 있는 암벽
(외계인바위)을
신비스레 바라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오묘함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하고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겨우 마음을 가다듬어
구도를 요리조리
신중히 옮겨 가며
폰 카메라에 담은 후,

우린 대단한 보물을
건져올린 듯 의기양양
다시 암반과 계단을
거뜬히 올라
주봉 정상 인증 사진을
촬영키 위해 긴 줄을 섰는
인파를 비껴,
우측 암반 상봉으로 올라
수락산 정상의 경관을
폰 카메라에 담은 후
오늘의 목표 설정을
완료한 것처럼
서둘러 정상을 내려온다.

수락산 주봉으로부터
하산 길은 이미
서너 차례 이상
다녔던 터라
우린 어렵잖게 하산길을
잰듯 내려오며 전망 좋은
익숙한 곳을 골라
쉬어갈 자리를 정하고,
준비해서 온 참 거리를
꺼내 펼쳐
아우가 준비한 컵라면을
뜨거운 물에 불리고
사과 감 귤 번데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일상의 변화와 주변의 안부
삶의 애환 등에 서로의
진정함과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위로와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12:30)

서로에게 꿋꿋한 힘과
굳건한 용기를 북돋워
수락산의 신선한 기운과
정기로 기 충전 하고,
철모바위를 들러
코끼리 바위를 거쳐
하강바위에 발도장 찍고
도솔봉 귀임봉을 스쳐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10월,

가을이 무르익는
시월 시작의 첫 날
영구 아우와의
흐뭇한 산행 끝
뒷풀이로
수락산역 인근
닭갈비집에서
서로의 내면 일부를
더 깊이 들여다보며
더 가깝게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을
덤하여 마무리하고,
(16:30)
수락산 전철역으로
향하는 두 마음이
왠지 모를 유쾌함과
가뿐함에
10월은 내내 설렘과
기쁨으로
충만할 것만 같은
좋은 예감으로
보무당당히
일상의 영역으로
사뿐 뛰어든다.


2022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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