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출퇴근 오솔길
토실토실 알도토리가
마치
길목 구간구간 마다
흩뿌려 놓은 것처럼
즐비하여,
여간 조심해
걷지 않으면
미끄러져 낙상을 하거나
예고 없이 떨어지는
알 도토리에 여지없이 맞아
머리가 깨어질
위험이 다분할 정도로
씨알은 굵고 여물다.
도토리
키재기 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큰 놈은
웬만한
밤톨만 한걸?
올해는
분명
도토리 풍년이
틀림없다.
주변 사방에서
투둑투둑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문득
아주 먼 옛날
도토리 키 재기하던
고만고만한 악동들과
도토리 나무가 즐비한
앞 동산을 뒷마당
텃밭처럼 여기고 사시던
판동이네와 창옥이네
두 할매들과의
팽팽한 신경전에서
두 할매분의 경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한가 싶으면
여지없이 우르르
앞동산 도토리나무
숲으로 뛰어들어
알 도토리를
찾아 줍곤 하던,
그러다가도 금방
"네~이놈들~~" 하고
벼락같은 고함이
들릴 때면
행여 잡혀 지서에라도
끌려갈세라
혼비백산하며
쫓기고 쫓던
그 여리고 순진했을
어느 꿈같은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지나가는
추억 하나
그리움 한가득히
가슴이 몽글몽글
부풀어 오른다.
그 당시엔
"네~이놈들~~ " 하시는
그 한마디 일성이
왜 그토록 큰
공포감으로 다가왔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고 재밌을
따름이지만
-----------,
그렇게 황급히 흩어져
줄행랑쳤던 악동들은
금방 또 다시
당산나무 아래로 오롯이
모여들어 서로의 획득물을
전리품 처럼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며 많고 큼을
자랑질해대다가
서로 기분 좋게
씨익 웃곤 해해거리며
구슬치기처럼
도토리치기에 열 올리다
해 넘어간 줄 모르고
놀이에 빠져들었던
그 신나고 기 넘치던 시절,
구슬치기에 능했던 것처럼
도토리치기 또한 남달랐던
창영이 성만이,
그처럼 애써 주웠던 도토리를
욕심없이 선심 쓰듯
수입이 시원찮은 친구들께
선뜻 나눠주곤 했던
경종이 승희,
행동이 귀신처럼 날래고 민첩했던
인택이 정기를 비롯하여,
진상이 정철이 희성이
영섭이 홍식이 선경이 ,
철희 병호 도현이 두곤이
영만이 주영이 판열이
용선이 성안이 백철이,
강주 동식이 재석이 길성이
만기 진구 봉영이 용택이
용렬이를 포함,
만영 일곤 춘기 용복이
종희 길호 두식 천식 기선
진수 호섭 준희 정렬
동진 만호성 등등,
그 시대 그 시절
그 꿈 속 같은 곳을 풍미하던
해맑고 순박했던 영혼들,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용솟음치는 찡한 그리움에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다.
서둘러 앞서간
친구와 아우를 비롯한
형들도 있다지만
다들 환갑을 넘어
칠순열차를 대기 중인
적잖은 연식으로
이 세상 타고난
팔짜껏 재주껏 욕심껏
열심히 애써 살아 내며
세상사 인생사에
웬만큼 닳고 부대끼는 동안
이제 막
늦 철이 들어가려는
원숙한 나이에 즈음하여,
맨땅에 헤딩 질을 하듯
용쓰며 살면서도
제대로 올곧게 잘 살았는지?
누구나 그러하였을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고
설움도 또한 컸을 테지만,
오붓이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 큰 다름없이
삶이며 인생이
그저 고만고만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닐른지~~
아~ 물론!!
어쩌다 개천에서
용 난 것처럼,
개량종 밤톨 같은
왕 도토리도 있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숨길 수는 없지만,
2022년
도토리가 풍년인
이 가을에
나의 설렘과 그리움이
쉬 사라지지 않도록
소망컨대,
해밝은 영혼이
나를 지배하던
어느 깨복쟁이
그 시절 한 때처럼
꼰지배기를 서가며
도토리 키 재기라도
한번 해 봤으면
좋겠네~ 좋겠다~~
참 좋겠네!!~
2022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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