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를 휘젓는
거침없는 바람에
조금 전까지
후텁지근했던
도심 열기를
말끔히 털어냅니다.
창연한 햇빛이
가득한 도심
오밀조밀 예쁘고,
진초록 틈틈이
색 바랜 갈참나무 잎은
이미 가을 분장을
시작한 듯,
하늘도 보란 듯이
반쯤을 비우고
그 끝이 훤히
보일 듯 말듯한데,
늦더위에 내몰려
용마산에 내쳐진
노 나그네,
난마돌 블랙홀로부터
변방까지 떠밀려온
뽀송뽀송한 바람에
잠시 한시름을 잊고,
지난 이맘 때
어느 나그네가
그랬던 것처럼,
설익은 가을 길목에서
석양노을을 벗 삼고
가을 타는 나그네가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2022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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