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 눈꽃 폭탄
이 세상에 만연한 온갖 악행과 흉허물을, 차마 두 눈 빤히 뜬 채 지켜볼 수만은 없었으리라. 한 해의 끝자락 그 종착역에 임박하여, 마치 화풀이를 해대는 듯이, 가슴에 응어리진 원망과 울화 덩어리를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소금 덩이를 내리치는 것처럼, 기세 좋게 내리 퍼붓는 순백 눈꽃 폭탄에, 마침내 서울 도심은 꼼짝 못 하게 발이 묶이고, 속앓이 하는 이내 가슴을 훤히 꿰뚫어 보듯, 포용과 관용에 관한 시범을 보이고자 저러는 것인지? 화해와 용서에 대한 진수를 일깨우고자 이러한 것처럼, 하루 동안 내내 이 세상을 향한 노기 찬 눈 삽질을 펑펑 해댄 끝에, 하루해가 저물 무렵에서야 그 줄기찬 대 사역을 멈추고 온 세상에 눈꽃 만발한 백설 천국을 건설하셨나니, 이 은백의 서설에 나의 간절함을 덤 하여 부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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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무상
벽에 달랑 한 장 뿐인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도, 낙엽과의 인연 훌훌 다 떨친 앙상한 벌거숭이 저 겨울나무도, 조각난 세월 바람에 남겨진 한 점 흔적처럼, 솟구친 파도가 산산이 부서져 남긴 포말의 흔적 같은, 처연한 허무 처절한 고독, 혼미한 도심 혼탁한 서녘에 겨우 아슬아슬 형체만 걸린 해와, 그 해를 등 얹고 변 마려운 강아지마냥 아차산 모퉁이를 안절부절못하는 예순여섯 나그네의 삶 또한, 세월 무상 인생 무상 세상사 덧없음을 탓잡고 싶기도 하건만, 어쩌면 늘 그랬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설렘으로 또 다른 하나의 희망을 찾아서, 또 한 새봄을 기다리려는 긴긴 침묵의 애절한 몸부림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으리라. 2023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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