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딸바라기

 

 

 

 

그래!!~

딸 고맙다!!~

생신이라 기억하고,

꾹꾹 눌러쓴 손 편지에 용돈까지 챙겨주는

딸이 있음이 참으로 흐뭇하고 행복하다.

 

맞아!!~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 어디에 있을라고?

하지만 병원을 오가며 함께 봐왔지 않았어?

성한 사람이 또한 어디에 있을라고?

 

너무도 뜻밖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선고에

처음엔 왜 하필 내 딸이? 그러다가 수술만 하면

괜찮겠지 했던 게, 항암제 처방 화학요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어오며, 이러다 어쩌면 맘껏 사랑도 한번

못해본 아깝고 사랑스런 딸을 좋은 기억

고운 추억 하나 없이 영영 잃을 수도 있겠다라는 절박감에

퇴근 후 병원을 걸어서 오가며 불빛도 없는 컴컴한 밤길을

지날 때면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설움에 복받쳐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헉헉 소리 내 울다

인기척이 들리기라도 하면 미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눈물을 훔치며 한양대병원 뒷길을 허겁지겁 도망치듯

뛰며 오가기도 했었다.

그 때에 비하면 이제 너나 아빠나 마음에 안정과

여유를 회복한 것도 사실이지만,

4주 항암제 먹는 동안 날이 갈수록 점점점 풀죽어 가며

애처롭게 약해져가는 네 모습을 보면서도 아빠로서

아무것도 대신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음에

전전긍긍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가슴 아프고 속상할 따름 였다만,

어느 부모가 병마에 시름하는 자식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서 태연한 척 외면한 척 할 수 있을까만,

이제 딸로 인한 그런 아픔마저도

너그럽고 관대 해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네가 아빠한테 그렇게 말 했듯이

아빤 널 믿으니까!!~

잘 견디고 물리쳐서 더 강하고 단단한 딸로

다시 태어나리라는 것을 아빤 확고히 믿으니까!!~

그래서 올 크리스마스엔 우리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과, 신의 축복과 은총이

충만하리라는 것을 한 치도 의심 없이 믿으니까!!~

 

 

!!~

그래 이제 반밖에 안 남았다!!~

그 귀중한 시간동안 그 동안 시간에 쫓겨

못 해봤던 것, 차근차근 빠뜨린 것 없이 다 누려보고,

체면과 눈치가 무서워 아빠랑 함께 못 해봤던

부녀지간의 사랑에도 우리 함 푹 빠져보자.

연인 같은 부녀지간처럼 능청맞은 사랑도 좋고,

닭살 돋을 만큼 시시덕거리는 헤픈 사랑도 좋다.

그 동안 못 주고 못 받았던 사랑

후회 없을 만큼 켜켜이 쌓아 가보자!!~

 

우리 예쁜 딸이 병마를 떨치고 세상 속으로

힘차게 발돋움 해 나갈 때 까지 언제나 지금처럼

네 곁에 아빠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테니 그때까지는

추호도 아빠를 밀어낼 생각일랑 절대 없기다!!~

 

아빠 걱정하고 있다는 거 잘 알지만,

너무 염려치는 말고, 물론 지금 여러모로

힘든 것도 사실인데 아직은 충분히 견딜만하고

또한 힘도 여전하니~~~~~~~

그리고 아빤 지금 이 상황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느낀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지내놓고 나면

더 잼있고 추억이 깊다는 전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딸이 아프게 되면서부터 아빠랑 엄청 가깝고

친하게 됐다는 사실을 너도 잘 알지?

 

언젠가 내 사랑하는 딸이 아빠보다도 더 사랑할거라는

언놈을 끌고 와, 울고불고 안달하며 제발 놓아 달라

애원할 날이 오면 아빠도 그때면 서서히

아빠 인생 제 2막을 열어갈 것이니

우리 함께 그 날을 기약하자!!~

그리고 힘내자!!~

 

!!~

사랑한다!!~.

 

 

아빠 귀 빠진날 아빠가!!~

'삶의 이야기 > 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절부절  (0) 2014.07.16
보내는 반, 가야 할 반  (0) 2014.07.01
눈물  (0) 2014.05.12
내 고향 청보리 밭엔  (0) 2014.05.07
잔인한 4월  (0) 201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