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

열망의 촛불 두둥실 밝은 한가위 보름달 온갖 소망 매달아 새벽길 보내고, 가을 녘 고향 뜰 아련한 갖은 추억 먼 세월 새록새록 반추하고 돌아와, 명절 끝 헛헛함 가누지 못 하고 습관처럼 용마산 사색의 자리 찾아, 불쑥 명치끝을 후비는 소슬한 바람과 함께 어느새 훅 맞닥뜨린 시월의 문을 열며, 내 안의 시린 가을에 열망의 촛불을 켭니다. 10월 1일(일) 더보기
중추가절 더보기
기를쓰고 가는 세월 기를쓰고 가는 세월 예순여섯 고개를 넘고, 쳇바퀴 돌듯 돌고도는 나날 이내 또 추석이 코앞입니다. 망우산 넘어 가는 저 구름 한가로이 유유자적 하건 만, 용마산 전망대 퍼질러 앉은 기진맥진 노 나그네, 망우산 까마귀 까~악~ 까악!!~ 희롱 섞인 부름에, 아직은 두 다리 기둥처럼 짱짱하니 택없는 소리 말라고 벌떡 일어서이다. 2023년 9월 23일(토) 더보기
평범한 진리에 준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일각의 망서림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배낭 하나 챙겨 훌쩍 어깨 메고 휙 집을 나서는 이 자유로움이 참 좋다. 아직 열기 가득한 부산한 도심 골목과 산 숲 정적을 깨며 숨어 우는 풀벌레 소리 또한 그러하고, 연무에 갇힌 도심 드넓은 하늘 높게 드리운 구름과 간간이 오가는 바람도 참 좋다. 가픈 숨소리와 앙가슴을 타고 주루룩 흐르다 겉옷을 적시는 땀방울의 감촉도 그러하고,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 올바른 사고와 냉철한 이성으로, 자연의 소리를 분간하는 감성과 세상의 선 악을 구별해 보는 눈과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분별하는 온전한 오감의 예리한 작동은 얼마나 큰 축복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히, 한 점 어긋남 없이 따박따박 오가는 시간과 세월은 또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이젠, 버릴수록 .. 더보기
낯선 가을 구름 짙은 하늘 바람 한 점 없고 초록 짙은 용마산 정적만 깊다. 가쁜 내 숨소리 만 숨 멎을 듯 높고, 간간이 들리는 망우산 까마귀 소리 저승 문전을 맴돈다. 한여름 소릿꾼 방 빼 나간지 오래고 아차산은 이미 가을바람을 들였건만, 분간못한 전령사는 본분마저 망각한 채 마주한 이 가을이 서러워 목메듯, 실낱같은 곡소리가 애처롭기 짝이 없다. 세월 무뎌진 나그네 가을 문턱에 웅크리고 앉아 마주한 이 가을이 낯설어 서글픈 것처럼. 3023년 9월 3일 더보기
예순여섯 번 째의 가을 대자연의 법칙에 준한 한결같은 순리 일테지만, 예순여섯 번 째 마주한 이 가을 앞엔 왠지 모를 이방인 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내면에 솟아 난 설움 덩어리가 습관처럼 어김 없이 배 밖으로 나와, 가을 읊조리는 풀벌레 소리에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 가을이 온통 핏물이 들 때까지 짓물러지도록 아리고 저리다가, 설움에 겨운 전령사들이 하나 둘 슬며시 뱅 빼 떠나가고, 허무에 넋 잃은 들녘 허수아비마저 논두렁에 스러져 몸져 눕고 나면, 그 설움 내 설움 낙엽과 함께 바람에 헹가래쳐 보내고 하였건만, 마주한 이 가을 저 풀벌레 소리는 예년의 그 애절함 같지 아니하고 인근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처럼 가늘고 여리기만 하니 이방인의 낯빛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이 가을 전령군이 코로나에 걸렸든지? 풀벌레 발성기관에 노안.. 더보기
백조의 꿈 어~허헛 참!!~ 이 귀여운 녀석이 하는 짓 또한 신통방통 이로세~~, 어디서 어떻게 저런 행위를 저 조그만 눈 속에 쏘~옥 담았다가 저 여린 몸을 휘저어 발산하며, 저리 앙증맞은 손, 발짓 몸짓으로 저 귀염을 떠는 것인지!!? 호수공원에서 춤추며 노니는 우아한 백조를 보았는지? 어느 재롱잔치에서 발레리나 여친을 보고 반한 그 흉내를 내고자 저러는 것인지? 음악에 따른 춤 사위가 제법 그럴싸히 운치가 있고 매력있는 것이 정녕 미래에 춤쟁이가 되려고 저러는 것인지? 그야말로 한마리 백조처럼 이 세상을 훨훨 날아 올라보고픈 우아한 발레리노의 비상을 꿈 꾸는 것은 아닌지? 그저 손지 사랑에 더 점점 바보가 돼 가는 할배 가슴에, 웃음과 사랑과 기쁨을 샘솟게 함과 아울러, 이 하부지의 하루 또 하루를 들었다 놨.. 더보기
낯익은 아침바람 냄새 지난 밤 잠 못 든 비몽사몽의 몽롱함에서 벗어나련 듯, 스르륵 창문을 열고 마주한 어둠 묻은 아침, 하룻밤 새 사뭇 다른 이 아침의 낯익은 촉감에, 긴 안도의 숨과 함께 예순 다섯 해를 꽉 채워 살고서도 아직 순응치 못한 나의 우둔함에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대자연의 흐름에는 한 점의 그르침도 없다는 사실을 누누이 지켜봐오면서, 늘 저처럼 한결같이, 물처럼 바람처럼 이름 없는 들풀처럼 티 없이 살고자 하였거늘, 들끓는 태양 불면의 한여름 밤 앞에 더운 땀방울과 함께 여지없이 허물어져 내린,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변덕이 죽 끓 듯 했던 나의 한여름 밤 푸념이 못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닳아오릅니다. 2023년 8월 8일 (立秋)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