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용마산에
가녀린 새소리가 들리고
침묵하는 먼 도심으로부터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처럼,
용 빠진 바람에
숲이 경련을 멈추고
구름을 삼킨 해가
하얗게 질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낮은 회색하늘 가까이
겨울 산이 까치발을 서고
먼발치 한강수변
물그림자도 짙습니다.
이렇듯 동면의 땅에
소소한 변화가 감지되면
이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진갑을 꿀꺽 삼킨 노객
해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겹겹의 세월틈새
반복의 윤회 속에
습관처럼 그 숨결을
기억해냅니다.
2019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