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견딜만한
한겨울 속 이었기에
입춘이 오간지 모르게
살살살 뒷걸음질치고
설설설
저만치 가는 설은
비록 서러운 이들의
설이었다 할지라도,
하나의 끝으로부터
비롯되는
또 하나의 시작은,
또 한 번의 기회이며
또 하나의 축복입니다.
전정가위질하며
봄 준비를 서두는
부지런한 농부의
희망찬 설렘처럼,
설 지난 겨울 산
도심을 탈출한
진갑 나그네의
진부한 포부처럼,
희뿌연 연무 속
미궁의 도심은
겨울잠을 쫓으며
파도소리를 내고,
용마산 몬당에
일렁이는 바람은
분명 또 한 번의
선물 같은 봄입니다.
2019년 2월 6일(수)
(환자구조 이송현장 용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