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끝이
정점을 넘어선다.
기염을 토해내던 한여름이
등을 보이고 돌아서 간다.
아차산 3보루를
맴도는 고추잠자리도
땀 냄새 풀풀 풍기며
대성암 문전에 합장한 나도,
거부할 수 없는
대 자연의 순리에 의한
멈출 수 없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처럼,
어둠을 품 안으며
길 재촉하는 아차산에
폭염 속에 휩쓸려
등 떠밀려 가는 것처럼,
보랏빛 고운 맥문동 꽃 미소를
그냥 외면키 못내 아쉬운 듯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며
어느새 성큼 저만치 간다.
2014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