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창 너머로
땀 절은 한여름 열기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지그시 닫힌 문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을 동반한,
은은한 풀벌레 밤벌레 소리가
밀물처럼 밀려듭니다.
길고긴 날 밤낮없이
불을 댕겨 태양을 달구면서도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는
내내 가을을 준비해온 것처럼,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거르지도 아니하며
엇가지도 않으면서
거스르지도 아니하는,
털끝만큼도 빈틈없는
대자연의 순리를 따라
한결같은 세월만
억겁을 쌓아 가는데,
밤벌레 풀벌레의
애절한 하소가
여로에 지쳐 누운
초로 객을 깨우려는 듯,
봉창을 두드리며
드높아만 갑니다.
2015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