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슴 시린 밤, 잠 못드는 밤 벌초 행 겸 퇴근길 서둘러 버스에 몸 싣고, 간간이 퍼붓는 가을비와 벌초 시즌으로 인한 고향 행 정체길 기를 쓰고 달려 반 시간여 지체 도착 후, (21:35) 46년 지기 의형과 반가이 도킹 그동안 못 나눈 서로의 삶을 애틋이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비빔국수에 이슬이 두 병을 순식간에 해치운 후, 자정에 가까운 짙은 어둠 속 희미한 온갖 추억이 난무한 옛 신작로를 경운기를 타고 가듯, 택시를 불러 타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모처럼의 여유 그도 잠시, 어슴푸레 윤곽만은 뚜렷한 당산 앞에 성큼 도착 냉큼 문 열고 내려 본가의 창 불빛을 살피며 곧장 골목으로 진입 처가로 들이닥쳐 주무시다 인기척에 잠 깨신 장모님께 문안인사 올리고, 두 처조카의 배웅을 뒤로하며 급히 밖으로 나와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그 골목길.. 더보기 아카시꽃이 필 때면, 행여 잊을세라 올해 또한 때맞춰 여지없이 아카시꽃이 핍니다. 혹여 망각의 무덤에 갇혀 오 가지도 못 할세라 그 향기도 또한 여전하구요~, 예순하고도 일곱 해를 더 묵묵히 아등바등 살아내는 동안, 육신은 삐거덕거리고 영혼은 어제 그제가 긴가민가하도록 버텨내는 동안, 가끔은 삶의 궤도로부터 이탈되었거나 이따금 삶의 벼랑끝으로 끝없는 추락을 하면서도, 해마다 쌀밥통 같은 하얀 아카시꽃이 오늘 이처럼 필 때면, 난 여지없이 내 안의 그곳 그 자리에 가 서 있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오늘 이 아침 아카시 꽃향기가 이처럼 향긋이 내 코끝을 쥐어팰 때면, 내 영혼은 여지없이 그때 그 시절 그 앞으로 홀연히 가 서 있습니다. 나를 꿋꿋이 지탱하게 하는, 내 영혼을 내 자리에 꽉 붙들어 준 내 안의 그 아름다운 곳으로. .. 더보기 색 바랜 기억 저편 긴 세월 변함없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색 바랜 기억 저편의 잠든 넋을 깨웁니다. 내 고향 들녘 일렁이는 초록 물결 짙푸른 청보리밭과, 그 물결 아지랑이 속 꿈을 심던 소년과, 그 소년의 푸르던 시절 함께 웃고 울던 청춘들과, 습관처럼 늘 이맘때면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지만, 이젠 이마저도 긴가민가하여 예전같이 새록새록 설레지 못합니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고 세상은 여전히 내 편일 것만 같지만, 진갑까지 지난 연식은 유통기한 만료라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그 누구라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젠 아무도 고왔던 내 청춘을 기억해주지 않으며, 제아무리 화려한 금춘이었을 지라도 이젠 그 누구도 동경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프지만 이제는 긍정해야만 할 시간입니다. 2021년 5월 9일 더보기 깊은 밤 청개구리 소리 우는지? 노래를 부르는지? 왁자지껄 요란함에 잠시 귀 기울여보니, 개구리 우는 소린지? 내 안에 서글픔 소린지? 모내기 돕겠다고 밤길 달려온 영혼이 어느새 원초적 감성을 회복하며, 숙연하고 애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깊은 밤 내 고향 청개구리소리, 꿈인지 생신지 모를 몽롱한 잠결에 울 엄니의 부르심인지? 내 어머니의 숨결이신지? 울 엄니 누워계시던 그 자리에 내가 누워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5월 30일 (00:35) 고향집 동창을 밝힌 햇님이 모내기를 끝낸 논바닥 수면을 거울삼아 얼굴에 묻은 구름을 닦아내며 세안을 시작하니, 마을 앞 신작로에 경운기 트랙터가 활개를 치고,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웃동네 골목 끝까지, 안개 묻은 햇빛이 세월의 흔적을 헤집듯 달음질을 쳐가는데, 그 정든 이들은 다 .. 더보기 내 안의 향기 찾아 가는 길 차창 밖 초록 물 드문드문, 뭉텅뭉텅 솜사탕이 걸린 것처럼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내 안의 꿈 속 어머니 계시는 그 영혼의 향기임을 익히 잘 알기에,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아련한 기억 속 내 어머니 분 냄새처럼 향긋한 그 골목길을, 천둥벌거숭이 망아지 .. 더보기 청개구리의 연가 청개구리의 연가 덕진뜰 논배미마다 청개구리들 하소 여전하고 짙은 어둠 속 고향의 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긴긴 하루해를 굽은 허리에 지신 채 못줄 더듬으시던 울 엄니 어디를 가시고, 하늘로 치켜든 누이들 허리 꺾일세라 자~~ 어~이~~~ 소리 드높이던 못줄 잽이 그 청춘들.. 더보기 5월의 향기 라일락꽃향기 초로의 가슴을 휘젓다 슬그머니 어물쩍 4월 담장을 넘어가고 나면, 옛 내 고향 청보리 밭에 가물가물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으로 찔룩꽃 예쁜 뚝방길 따라 노랑나비 흰나비 사뿐사뿐 길 떠나고, 웃동네 앞동산 흐드러진 아까시꽃 숲 쑥국새 뻐꾸기 한낮 졸음을 쫓을 때면, 고.. 더보기 설워서 설 내 고향 본가 안마당 가득한 찬란한 새해 첫 햇살 품안아, 부푼 소망 희망찬 설렘으로 힘차게 출발한 새해 첫걸음, 화엄사 톨문을 빠져나오자마자 그새를 못 참고 뒤를 돌아본다. 누구나에게 고향은 으레 그런 곳일 테지만, 잘 가라 손 흔드시는 노모의 가녀린 모습은, 차라리 뒤돌아 숨어..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