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잊을세라
올해 또한
때맞춰 여지없이
아카시꽃이 핍니다.
혹여
망각의 무덤에 갇혀
오 가지도 못 할세라
그 향기도 또한
여전하구요~,
예순하고도
일곱 해를 더
묵묵히 아등바등
살아내는 동안,
육신은
삐거덕거리고
영혼은
어제 그제가
긴가민가하도록
버텨내는 동안,
가끔은
삶의 궤도로부터
이탈되었거나
이따금
삶의 벼랑끝으로
끝없는 추락을
하면서도,
해마다
쌀밥통 같은
하얀 아카시꽃이
오늘 이처럼 필 때면,
난 여지없이
내 안의 그곳
그 자리에 가
서 있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오늘 이 아침
아카시 꽃향기가
이처럼 향긋이
내 코끝을 쥐어팰 때면,
내 영혼은 여지없이
그때 그 시절
그 앞으로 홀연히
가 서 있습니다.
나를 꿋꿋이
지탱하게 하는,
내 영혼을 내 자리에
꽉 붙들어 준
내 안의 그
아름다운 곳으로.
2024년 5월 3일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