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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부자유친

아들 면회가는 날(D-day)

 

 

이른 아침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내의 정성과 사랑으로 버무린 음식들을 싣고 차에 오른다. 얼마나 가슴 조이며 더디가는 시간을 안타까워 했던가? 이웃 아우님의 승용차를 빌려 타고서 갈까  아님 렌터카를 이용해 볼까? 이리 생각하고 저리 연구 하던 끝에 결국은 11년 동안을 굴리고 굴려서 이리 긁히고 저리 흠집난 나의 애마 화물트럭을 편의상 흔쾌히 선택해서 아내를 옆 좌석에 딸아이를 뒷 좌석에 앉게하고 화물 칸엔 장만한 음식들을 잘 꾸려서 실은 후 콧노래를 흥얼대도 좋을 듯한 기분으로 시동키를 돌린다.오늘따라 나의 애마의 엔진소리도 경쾌하고 부드럽고, 붕붕댐도 시원하고 꽃샘 추위로 인하여 잔뜩 움츠려 쪽시려 하던 봄기운도 투명하게 맑은 햇볕과 부드러운 봄 바람에 제 모습들을 찾은 듯 하다.

 

아들 녀석이 군 입대를 한지 74일!! 얼마나 가슴 조이며 노심초사 했던가? 102 보충대에 아들을 떨구고 돌아서 온 후 삶의 흥미마져 잃을뻔한 날들!! 훈련소 생활, 자대배치 등등에 궁금하고 불안한 생각들로 시간만을 꼽고 헤아렸던 답답한 날들!! 그 답답한 마음들을 훌훌 털어내며 아들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딸애와 아내도 기대에 들떠 흥분된 표정이 역력하고 차창밖을 스쳐가는 한강 풍경도 봄 기운이 완연하다.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져 가는길을 꼼꼼히 기록 하고, 부대 가까운 근처 분위기 좋고 편안한 민박집을 검색하여 예약을 한 후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라고 했던 인제 원통을 향해서 거침없이 가속 페달을 밟는다. 녀석이 체중이 좀 많이 나갔었는데 훈련소 생활 거치면서 불필요한 지방살은 거진 다 걸러졌겠지? 잔뜩 군기가 들어 말과 행동엔 각이 잡혀 있을거고, 우릴 발견하는 순간 왈칵 눈물이나 쏟아 내지 않을런지? 가끔은 사내다운 모습이 2%쯤 부족한 느낌에 강한 아들 되기를 당부하곤 했는데 2%를 충분하게 보충하고 용감하고 씩씩한 대한 육군으로 거듭나 있을런지!!?? 포병연대로 자대 배치를 받고 좋아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사단 본부대로 파견근무를 간다더니 잘 적응을 하는건지?! 궁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어느덧 양평을 지나 홍천을 향하는 이정표가 보인다.인제를 향해가는 길을 체크하며 잠깐 마음을 정리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아내가 전화를 받는가 싶더니 곧바로 "아들이냐" 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어디쯤 이냐며 아들녀석이 인제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단다. 의아하긴 했지만 알았다고 거기서 만나자 하고 속도를 높여본다. 녀석이 알아서 시내로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을려나 짐작하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시 핸폰이 울린다. 다시 전화를 귀에댄 아내가 알았다고 하며 핸폰을 접는다.가족 면회라서 지가 먼저 부대를 나올 수가 없다며 우리더러 부대로 온 후 면회 신청을 해야만 한단다.너무나 당연한 절차를!  이후 서너차례 계속해서 아들 녀석이 전화를 걸어온다.전들 얼마나 간절하고 애타는 기다림 이었겠는가? 그 들뜬 마음을 어찌 다 말로써 표현을 할까!!?


07:15분에 집을 출발하여 2시간여를 달려서 오니 인제에 도착한다. 인제읍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 만사 불여튼튼 아는 길도 물어서 가자라는 생각이 들어 차를 멈추고 행인을 세운 후 12사단 본부대 가는 길을 여쭙자 다시 오던길로 나가다 원통가는 길목으로 빠져 나가라 시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신다.내친 김에 쉬어나 가자고 화장실에 들러 여유를 찾은 후 2~3십분을 달리다 보니 원통으로 나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생각 만으론 강원도 산 골짝 겨우 하늘 한평 바라보며 사는 깊은 산골 인줄로만 예상하고 달려 왔는데 사단 사령부가 자리한 곳이라 그런지 본부대 인근 원통리는 리 라고 보기엔 좀 크고 읍이라 하기엔 약간 부족하리 싶은 그러한 마을 이다.


원통리 중심지를 다가가기 전에 부대가 있어 초병을 불러 사단 본부대를 물으니 여기가 본부대라고 하며 면회객이냐며 묻더니 바리케이트를 거두고 차를안내 해 준다.아~ 여기였구나! 그토록 그리며 보고싶어 했던 아들녀석이 여기에 와 있었나 보구나.지정된 곳에 주차를 하고 위병소로 들어가 면회 신청을 하고 잠깐 대기실서 기다린다.(09:40) 12사단을 홍보하는 사진과 문구들이 즐비하고 애인을 면회 온 듯한 숙녀 한 분이 우리 보다 먼저와 전시된 사진들을 훑어보고 있다. 아내와 딸애도 긴장한 모습으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본다.15분여를 기다리자 아들녀석이 대기실 문을 열고 "충성"구호를 외치며 상기된 모습으로 나타난다.(10:00)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었던가!!?? 아내와 딸이 아들녀석을 안으며 얼굴을 붉힌다. 말없이 다가가 아들녀석의 손을 잡으며 "애 많이 썼지"!? "고생했다" 하고 어깨를 안아본다. 그동안 훌쩍 커서 어깨가 많이 높아져 보이고 얼굴살이 많이빠져 홀쭉해 키가 더 훤칠해 보인다. 군복을 입은 아들 모습이 늠름해 보이고 모자에 매달린 송충이 한마리가 대견해 보이기까지 한다.

 

예약한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위치확인하고 출발해서 찾아가니 바로 부대앞 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다행이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2층으로 안내 되어가서 보니 넓고 깨끗한 방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방 키를 전해 받고 서둘러 꾸러미들을 방 안으로 옮겨서 아침겸 점심준비를 한다. 쌓였던 그리움을 하나 둘 풀어내며 시골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게 하고 이런 저런 궁금증을 쉴 새 없이 묻고 또 묻는다.이른 점심을 마치고 아들녀석의 군복을 세탁해서 말리고 필요한 물품들을 메모케 해서 원통으로 다시 나왔다. 군장 가게를 먼저 들러 작업모와 함께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선임한테 받은 작업복에 명찰과 계급장을 달게 한 후 미용실에 들러 이발을 하게해서 민박집으로 돌아왔다.아내가 탕에 받아놓은 뜨거운 물에 아들을 씻게 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내일 19시30까지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보람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를 궁리 해 본다.


뽀얗게 때를 벗고 나온 아들을 쉬게하며 방안에서 온갖 폼 다 잡고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다 청요리 탕수육을 좋아 했던 아들 녀석의 식성이 떠 올라서 물었더니 탕수육은 좀 부담스럽고 자장면이 먹고싶단다. 배달을 시켜볼까 하여 몇 곳에 전화를 해 보니 서울하고는 달리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들 하여 차를타고 다시 중심가로 나섰다. 아들의 전입 축하 회식을 했었다고 하는 청요리 집을 찾아 들어가서 쟁반짜장에 짬뽕을 주문하여 간신히 먹어 치우고, 속옷 가게며 중심가의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다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여러 일가 친척, 이웃 들과 통화를 하고 못다한 이야기들로 다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늦은 시간에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챙겨서 온 이슬이 까지 불러내서 아들의 남은 군대 생활과 우리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위하여 건배를 하며 밤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우리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오늘의 이 행복함이 오래도록 우리가족의 추억속에 기억 되기를 희망 해 본다.(00:20) 

 

2007년 3월 17일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버그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