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이
겨울 용마산에
눈꽃으로
피어나고,
못 오신 줄
알았던 동장군은
칼바람을 앞세워
부지불식간
불쑥 들이닥쳐,
혼돈하던
가을 잔해 더미를
소금절이 하듯
사푼히 숨죽이고,
한겨울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한달음에 냅다
끌어다 놓습니다.
산을
뭉개버릴 듯한
거센 바람에
쏴~아 쏴아~
우~웅 우웅~
울부짖듯
신음소리를 내는
바짝 움츠린
한겨울 숲과,
가을과 겨울과
봄이 혼재한
혼미한 하늘
깔끔히 갈아엎고,
냉기 가득한
파란 하늘에
어디론가 급히
뜀박질 해 가는
길 바쁜 구름,
백내장 만을
탓잡았던 흐릿한
도심 안개까지
골목이 훤히
드러나보이도록
단칼에 날려보낸
거대한 칼바람
덕분에,
모처럼
청명한 가슴
개운한 느낌
알싸한 기분으로,
꽁꽁언 손
호호불며
한겨울 진미에
깊숙히 빠져듭니다.
2023년 12월 16일(토)
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