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침묵했던
한겨울 동장군의
한풀인가?
그나마
이 겨울을 추억케 하기 위한
때늦은
마지막 몸부림인가?
참았던 울분을 터트리듯
마치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칼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가차 없이 도심을 휘갈깁니다.
반 쯤 창을 열고
못 올 뻔한 손님 반기듯
얼굴을 내어뵈니,
한겨울 향수가
훅하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서둘러 배낭을 챙겨
밑바닥에 쳐박힌
아이젠을 맨 위로 올린 후,
따뜻한 꿀물 한 병을 채워
배낭 옆구리에 꽂아 넣고
사뿐사뿐 산으로 갑니다.
길었던 그 동안
그 긴 침묵의 속내를
알아 보련 듯,
하얀 눈꽃이 간직한
그 순백의 향수를
한껏 누려 보련 듯,
아득한 기억 속
앞마당에 흰눈이
떡가루를 쏟아 붓듯
펑펑 퍼붓던
그 어느 한겨울 날,
언 손 호호 불며
맨손으로 눈사람을 뭉치던
그 아이처럼,
언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온 앞 뒷마당을
방방 뛰어다니며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던
옛 고향집
그 백구처럼,
눈보라가
칼춤을 쳐대는
아차산 3보루에서
무심한 세월에
마치 한풀이라도 하는 듯이,
짜릿한 설렘으로
예순세 번째의
가는 또 한 겨울을
헹가래칩니다.
2020년 2월 16일
한겨울 늦 손님 눈꽃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