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끝
정월 초사흘,
청승스런
번개산행 공지에
다섯 친구를
채우지 못하고,
이 친구 김 친구를
끼워 맞추듯
요래 저래 흥정을 붙이다
계획취소 일보직전
우여곡절 끝,
정 대장 최후 결단에
피치 못해 동의를 한 후,
웬일로 자진해서
따라나서겠다던
아내를 재촉해 꼬리 달고,
용마산역 약속장소로
서둘러가는 마음이
잔뜩 흐린 하늘과는 달리
은근슬쩍 설렘이고
살폿한 기쁨이다.
설 분위기와는
전혀 무관한 거리,
용 써보지도 못한 채
무뎌진 한겨울 도심,
선잠에서 뒤척이듯
동면에 들지 못한 용마산
뒤척이는 바람마저
이미 냉기를 잃었다.
재식친구와 나
그리고
웬만큼 친숙해진 두 부인,
반가운 인사를 교환하며
용마폭포공원을 돌아
용마산 정상을 향한
우회 산행 로,
서로의 거친 숨소리마저
거북스럽지 않을 만큼
이미 친숙한 두 부부사이,
잘못 든 산길을
엉금엉금 뒤돌아 나오면서도
줄곧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긴 세월동안
서로의 가슴에
깊숙이 자리한
세월 이끼 낀 막역지우,
골동품이 이러할까?
된장 간장이 이럴까?
세월 묵을수록
새록새록 우러나는
진국 절친이
참 좋다.
40여년의
모진 세월풍랑 속
마을 어귀 당산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는 우정을 간직한 채
우뚝 서 있는 친우가
더없이 참 좋다.
부부간 서로의
허물을 알면서도
애써 이해하고
덮어주려는
두 부인 간
맘 씀씀이가
고맙고 감사하고,
마음 생기는 대로
언제든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음이
또한 참 좋다.
용마산을 넘어
아차사 4보루를 지나
대성암을
휘돌아보며,
면면이 예쁘고
오밀조밀 풍광이 좋다 시니
더더욱 기쁘고 고맙고,
자욱한 운무 속으로부터
왈칵 비라도 쏟아질 듯한
혼탁한 하늘마저
그냥 더불어
마냥 좋기만 할 따름.
포토 존을 놓칠세라
가던 걸음 멈춰 세워
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두 시간여를 지난 끝에,
아차산 고구려정
암반위에 이를 때까지
서울 도심 전지역
360도 조망을
모두 한 눈에 담고,
시장기에 쫓기듯
아쉬움을 뒤로하며
영화사 앞을 가로질러,
중곡동 맛집골목
어느 찌갯집 원탁에
이마를 맞대고 둘러앉아,
뒤풀이 겸 정 나눔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뽀글거리는
김치찌개냄비 속에
깊은 우정
함께 우러나고,
얼큰한 국물에
라면사리 추가하니
꼬들꼬들 추억이며,
우리 친구사이
두 부부사이
쫀득쫀득 사랑이라.
새해벽두
포기할 뻔한
산벗 설 번개산행 계획이
우연찮게
우리 두 부부 간
넷 차지가 되어,
습관처럼
나의 일상을 달래고
명상과 사색을 즐기던
나의 삶 속 산책로를,
절친 부부께
소개할 수 있었음이
평범한 일상을 넘어
특별한 하루로
오롯이 탈바꿈 되어,
또 하나의
고운 여운으로
두고두고
삶에 빛이 될
소중하고 행복한
하루로 기억되다.
2020년 정월 초사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