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첫눈의
빗발치는 융단폭격으로
서울 도심이
초토화되기 직전,
예정된 생업일정을
하는 수 없이 포기한 채
절친의 지원손길마저
사무실로 퇴각요청 후
한나절 반을
사무실서 소일하다
근우회 송년모임까지
불참을 감행,
실로 간만에
애마를 대동하고
김장 겸
고향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지
네 시간 반여,
한치 앞도 분간키 어려운
오리무중의 암흑 속,
긴장한 탓인지?
덜미 끌려오는 탓인지?
무지개터널을 빠져나와
톨게이트를 벗어나면서까지
설렘도 없고
기대도 없는
이 허무는 무엇인가?
환갑을 살아내는 동안
색 바래버린 고향 탓인가?
긴긴 세월 하루 또 하루
하얗게 잃어버린
시간들 탓일까?
기를 쓰고 달려가
까칠한 손 잡아드리면,
왔냐 라시며 다른 손으로
내 손 꽉 잡아 감싸주시던
손가락 마디마디
돌처럼 딱딱하시던
내 어머니의 그 따뜻함,
늙고 앓으신
가녀린 몸으로
당신께서 누우신 채
보존하고 계시던,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 빈자리가
못내 사무치도록
그리운 밤입니다.
2018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