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쩍고
청승스럽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추석명절 귀성 길을
애써 외면한 채,
마땅한
핑계꺼리를 찾아
위안이라도 삼아보련 듯,
서둘러 배낭을 챙겨
훌쩍 길을 나섭니다.
한적한 도심
썰렁한 추석 민심
홀쭉 자리 빈
지하철을 빠져나와,
투명한 햇살
눈부신 하늘
한 조각 뭉게구름
산행 길 벗 삼고,
인적 드문
텅 빈 용마산
천상의 소리에
영혼을 달랠 적,
갈잎을 흔드는
서늘한 바람소리에
반소매자락을
살며시 여밉니다.
재색 너울 속
창백한 얼굴로
지는 해 배웅하는
설익은 보름달님,
석양이 노을을 거둬
어둠의 바다를 건넌 후
이내 설찬 만면에
희색이 가득합니다.
그나마 비로소
핑계꺼리를 찾은 듯
영혼마저 달래듯 한
달빛 앞세워
가을 연가를 위안 삼으며
고구려정을 등집니다.
2018년 9월 23일
추석전야 고구려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