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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귀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단 한번의

마지막 길을,

지난 늦은 밤

떡집 매형께서

이승에서의

막차를 타시고

이내

그 길을 가셨다.

 

그렇게 정해진

돌아가야 할 길은

누구에게나

가차 없이

부지불식간

들이닥치는

것이기에,

 

부정도

느껴볼 겨를 없이

내 아버지께서

그렇게 가셨고,

어느 누구는

농약을 먹고

억지스럽게 갔으며

형래형님은

목을 매고

고독히 가셨다.

 

새파랗게 젊은 청춘

판종이가 홀연히 갔고,

정규도 그 길을 가고

인균이도 가고

선경이도 서둘러

그 길로 돌아갔다.

 

지난

불과 한 해 동안

은혜로우신

내 어머니께서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실 것처럼

그 길을 가시고

절친의 부인께서는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통 크고 정 많던

종원이형께서는

돌연히 그 길을

말없이 가셨다.

 

슬픔과

상실감으로부터

채 헤어나보기도 전

지난주,

앞날이 창창한

이종 간 처남의 귀천으로

어느 덧 내 주변가까이서

죽음에 자주 접하는,

죽음을 깊이 생각할

시기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어느 누구께선

소풍을

나오셨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구께선

고통의 끝으로부터

또 다른 어떤 이는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 이면에는 늘

슬픔과 눈물

아픔과 고통을 동반하며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가끔은 차라리

그나마 다행인 것처럼

때로는

서글픈 구원처럼,

위로 아닌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제각각 인연의 몫은

가깝고 깊을수록

더 힘들고 사무치다.

그나마

긴 세월 지나면

그마저도

까맣게 잊어져 가리니,

 

가죽을 남겨서

무엇에 쓰던 말든

이름은 남겨서

어디에 팔든 쓰든

무슨 소용

무슨 의미?

 

누구나 예외 없는

그 한 외길 인걸

앞서가신 그들처럼

나도 가고

너도 가고,

가는 나도 말이 없고

오는 너도 말이 없을

남은 이들 또한

지금의 나처럼,

잠시 아프다

또 잊어지면

그만 일 것이지만,

 

나 돌아가는 그날

지금과 뭐

다를 리 있으랴만,

난 그 순간이

슬픔이기보다는

기쁨이고 싶다.

난 그 날이

축복이었으면

참 좋겠다.

이 세상에 오면서

부여받은

모든 과업으로부터

종료를 알리는,

이 세상과의

모든 인연에

고운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난 그 순간을

기쁨으로 맞고 싶다.

 

환갑잔치처럼

칠순잔치처럼,

 

돌아가는 나나

남은 모두에게

 

슬픔과 아픔이기보다는

좀은 아쉬운

작별과도 같은

기쁨과 축복인 동시에,

후련 섭섭하면서

한편은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잔잔한 이별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한여름 내내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기상관측사상

유례가 없었다던

수은주가 40여도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폭염 속에,

앉은뱅이처럼

방안에서만 맴도시다

한쪽 다리마저

잘라져버리신 채

절름발이 외발로

이 세상을 지탱하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쩌면 그나마

구원인지도 모를

천명을 받드셔

귀천의 길에 오르셨다.

 

영정사진 위에

희미하게 겹쳐서 보이는

앞서가신

떡집 누님의 모습과,

두 분께서 돌아가시며

차마

뒤돌아보기 힘드셨을

경숙이 조카를

마주하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져

얼른 조카를 외면한 채

얼굴을 쳐들어

천장을 두리번거린다.

 

이끼 낀 세월

저편 뒤로

희미해진

떡집누님 기억이

불쑥 되살아나,

잊어진 아픔에

울컥 마음 슬프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조카들의 오열에

뜨거워진 가슴

뭉클 서럽다.

 

가시는 길에

부디

미련 여한

남기지 마시고

가벼운 영혼으로

훨훨 날아오르셔서

맑고 고운 영혼으로

극락왕생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축원 올립니다.

 

 

201885

나은병원 장례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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