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한 게 생원인가?
일상을 탈출한
회갑을 맞은
견공처럼?
운명인가?
필연인가?
남항진
동이 트는 해변
파도가 금 긋고 간
용궁과 속세간의
경계선상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서로의 두 눈빛이
번개가 치듯 마주칩니다.
흠칫 멈춰 서던 게 생원
이내 경계를 풀고
만세를 부르며
옆걸음질을 칩니다.
돌아가자 소리치는
파도의 만류를 뿌리치며
이 세상 어딘가에
은신처를 찾아 나설 것처럼,
보다 못한 견공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은폐물을 거두며
돌아가라 애원해보지만,
이미 작심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홀연히
바다를 떠나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저 애절한 몸짓처럼,
어쩌면 우리들 삶도 또한
이따금씩 저러고픈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회갑을 맞은
묵직한 세월 앞에
내보일 것 하나 없는
허망한 것이라면
더더욱
나 어떻개?
넌 어떻게?
항간에는 인생을
육십부터라고는 하지만
머잖은 근간
엊그제까지만 해도
환갑이면 인생
유통기한 만료일
아니었던가요?
왠지 모를 가슴 뭉클
애틋한 연민의 정에
연신 하얀 손 내미는
애달은 파도를 불러 와
게 생원을 달래서
용궁으로 돌려보냅니다.
2018년 7월 1일
동이 트는 남항진 백사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