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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밤마실

. 사위의

요청에 못 이겨

모양내서

여권사진 찍고,

마눌님

콧바람타령에

달밤에 체조하듯

밤 마실을 떠난다.

 

어둠이 장막을 치고

하루해가

수면에 드는 시각,

화양강으로 이어지는

가로등 불빛을 쫓아

질주하는 속력만큼

마눌님 콧노래소리

드높고,

서러운 달빛만큼

내안의 해묵은 그리움

시리도록 애잔하고

애달프다.

 

숯검정 칠한 수면에

하루가 스물스물 잠기고,

한줄기 손전등 불빛에

놀란 대사리들이

속절없이 물 밖으로

붙들려져 나온다.

 

자정에

수변 암반 상

닭백숙 냄비가

남부러울 게 없는

만찬이 되고,

병나발을 부는

이슬이 반병에

일상의 온갖 시름이

빈 술병처럼,

저만치 나가떨어져

고꾸라진다.

 

짙은 어둠자락

그늘 막으로 가리고

적재함 바닥에

홑이불 깔고 누워,

마늘님과의 도란도란

오가는 이야기 속에

하루의 끝으로부터

또 하루의 시작을 잇는다.

 

하이트 맥주공장으로

끊임없이 오가는 불빛

규칙적인 출차 소음에

잠 못 들고 일어나,

새벽바람을 가르며

여명 속을 달린지

한 시간 반 여,

지인의 주말농장에서

새로운 하루를 열며

신선한 채전으로부터

환갑인생을 이어간다.

 

 

2018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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