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토/아들생일)
아들 생일을 핑계 삼아
콧바람 갯바람을 노래 삼던
바람난 아내께 등 떠밀려
아들 애마에 몸을 맡긴다.
(10;25)
초등학교 총 동문회
체육행사 참석을 포기하고
쉬고 싶다는 딸아이를
잔유 병으로 집 맡긴 채,
곱게 간직한 옛 기억을 떠올려
안면도 영목항을 내비에 치고
도심을 지나 국도를 따라서
서해안 갯가로 애마를 내몬다.
황금빛 들녘엔 가을이 무르익고
드높은 하늘 흩어진 구름 안쪽
끝없는 푸르름이 한없이 깊다.
뒷좌석을 독차지한 아내의 콧노래가
그칠 줄 모르며 차안을 맴돌고
아들이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차창 밖 가을 속으로 뒷걸음질 친다.
일순간 스쳐가는 이정표에서
수덕사 안내표시를 용케 발견
아내께 행선지 추가를 묻고
아들한테 경유지 추가를 명해,
내비 여사께 급히 아뢰어
애마의 고삐를 잡아서 이끄니
흥 취한 아내가 룰루랄라~
생일에 들뜬 아들 싱글벙글.
삽교천을 건너 방조제를 달려
마을과 들을 지난 덕숭산 자락,
즐비한 진입로 상가식당에
산채비빔밥에 식후경을 나서(14:10)
진입로 토속 품 상가를 아이쇼핑 후
입장료 9천원(1인/3천원)에 매표를 마치고,
웅장한 일주문을 경건히 지나
수덕사 천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국보 49호 대웅전을 중심으로
경내 주변을 두루 눈에 담아
관음전 앞에 합장 삼배하며
어리석은 중생의 구원을 빌고,
선 미술관 관람을 끝으로
흐뭇해하는 아내와 아들 앞세워
해탈하는 기분으로 산사를 나와(16:30)
영목항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간다.
얼기설기 어깨를 낀 짙푸른
방풍송림이 병풍을 두른 듯 아름답고
비탈진 고구마 밭 긴긴 고랑마다
부지런한 농부님 고단함이 서렸다.
신호등 앞 저만치 우두커니 선 이정표
반포항이 근처에 있다며 연신 곁눈질이니
아들과 동시에 마주친 눈빛에
애마가 알아채고 방향을 튼다.
겨우 한 골목을 들어 왔을 뿐인데
한눈에 드러나 보이는 익숙한 자태
간간이 화보 책에서나 언뜻 봤었던
유명 작가님들의 사진 작품 속에
석양과 고독과 우수와 낭만을 간직한
그 아름다운 서정적인 정경이
내 눈 앞에 확연히 펼쳐진 저 모습이
믿기지 않을 만큼 경이롭고 아름답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밀물이 몰려오는 시간대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음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
먼 모습이나마 보다 가까이서
생생히 눈에 넣어 가슴에 담고
항을 빠져나와 가던 길 찾아
영목항을 향해 더듬어간다.(17:30)
기대 끝에 마침내 다가간 영목항,
예전과 다른 느낌에 사뭇 놀란다.
주변 상가들은 을씨년스러울 만큼
생기를 잃은 지 오래인 것 같고,
해변을 등지고 옹기종기 둘러앉았던
포장마차마저 감쪽같이 사라졌다.
바다 가운데엔 대교를 건설하는 중인지
어마어마한 다릿발이 곳곳에 건설 중이고
꽉꽉 문이 닫힌 상가들 앞으로 들쑥날쑥
차량들이 어지러이 자리를 차지하여
몇몇 낚시꾼들만 항 난간을 오가며
낚시질에 분주할 뿐, 이 순간을 위해
품었던 기대가 한순간에 팍 꺾인다.
싱싱한 횟감 맛을 뵈 주고자했던 마음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 채 바쁜 걸음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주차를 완료한 아들과 아내를 불러
시장기를 확인하고 숙소를 상의한 후,
근처 민박과 펜션을 돌아보며
입실료를 확인 비교 끝에
목적했던 재천 형과의 추억을 남겼던
바로 그 ‘바위섬 펜션’에 마음을 두고
낚시 수퍼에 들러 간단한 낚시 도구와
새우 미끼를 구입한 후 바위섬 펜션
사장님께 입실 예약을 마친다.(19:15)
준비하고 채 10분도 못 걸린 시간인데
금방 선착장에 배를 대시고
배시시 웃으시며 아는 체 하시는
선장님이 무척 반가워 친숙함이 느껴진다.
아내도 아들도 첫 인사를 건네며
신기한 듯 놀란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기껏 5분여 바다를 건너 바위섬에 내렸는데도
그 흥과 설렘에 주체를 못하며
얼굴에 웃음이 가실 줄 모른다.
다시 찾아주셔 감사하다시며
보답하는 차원에서 전망이 좋고 깨끗한
큰 방을 주시겠다며 성큼성큼 앞서
우리를 안내하신다.
문을 열자마자 아내와 아들이 대만족하고
딸아이가 함께 오지 못했음을 못내
아쉬워하며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분 좋고
생소한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며
기쁨과 감동을 금치 못한다.(19:30)
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자청한 아내의 저녁 준비
시간을 틈타 아들과 낚시도구를
갖춰서 섬 뒤 갯가로 나간다.
홀로 매어진 염소의
애절한 울음을 달래주며
외딴집 가로등이 켜져 있는
갯가를 살망살망 다가가
모래와 자갈이 적당히 섞인
해변에 잔잔한 파도가 빗자루
질을 해대는 가까이
낚시도구를 펼쳐 낚시를 매달고
미끼를 꿴 후 파도 저 멀리 휙
소리를 내며 던져 넣는다.
아들도 강 낚시는 종종 해 왔지만
바다낚시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미끼를 꿴 후 날렵하게 휙 하고
낚싯대를 휘저어 추를 멀리 던져 넣는다.
한적한 외딴 섬 아들과 딱 단둘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밤바다를
앞마당삼아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하얀
파도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밤낚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이
뻐근하도록 기쁘고 행복하다.
아들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은 듯, 릴을
감아올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자주
엉키는 낚싯줄을 풀어내면서도 연신 먼
바다를 쳐다보며 추를 던져 넣고서도
낚시에 집중을 못한다.
그러는 중에도 바다 밑 파도 아래엔
눈멀고 배고픈 순진한 놈이 있었던지
새우를 덥석 물었다 발버둥을 쳐대며
뭍으로 끌려서 나오는 놈이 있었으니
우리 부자의 어부 놀음에 용왕님의 선처가
아니고서야 이 어찌 가당키나 할 일인지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예상치 못한 짜릿한 손맛에 즐거움과
기쁨이 배가 되며, 아들도 또한 덩달아서
이 기쁨을 만끽한다.
약속한 저녁 식사시간(20:30)이 임박하자
낚시를 거둬 망둥어 2마리와
새끼도미(?)1마리가 담긴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숙소로 돌아와 아내 앞에
전유물처럼 펼쳐 보이며 자랑을 늘어놓자
아내도 좋아하며 얼른 밥 먹고
또 가자면서 서둘러 저녁상을 차려낸다.
펜션 여사장님께서 마련해주신 숯불에
목살을 굽고, 간단히 준비해온 찬거리로
테라스 탁자에 저녁상을 마련하고,
이러한 자리에 또한 이슬이가 빠져서 되겠는가?
사장님께 부탁하여 마련한 이슬이로
잔을 채워서 아내의 물 잔에 잔을 맞대며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격려하고,
아내의 콧바람 갯바람을 위하여
축배와 건배를 함께 올린다.
아들은 특별한 곳에서 생일을 챙겨주니
더없이 고맙고 감사하다며
아내는 아들과 당신덕분에 좋은 곳 구경하고
이렇게 멋진 곳으로 데려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흐뭇해한다.
생소한 곳에서의 들뜬 기분이었던지
자연스럽게 아들과 아내와 나 사이의 불편한 점
소원했던 점으로 이야기를 옮겨가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 해보려는 마음을 잃지 않아서, 서로
부족했던 점을 기분 좋게 인정하고 수긍하며
고쳐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들을 하고나니,
그동안 오래도록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애로
갑자기 친구가 된 것처럼 가까워져있음을
뜨겁게 공감한다.
누나가 함께 못함에 섭섭한 맘 키우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있을 땐 우리 끼리
충분히 즐기고 누렸으면 좋겠다며,
다음 기회엔 누나랑 함께 더 좋은 곳에
가면 되지 않겠냐는 아들의 말을 끝으로
그동안 일상에서 지친 서로의 마음과,
가슴에 쌓인 눅눅함을 탈탈 털어서 바위섬에
버리고 흐뭇한 맘 고맙고 감사한 마음과,
바닷바람 갯바람 섬 냄새 파도소리로
가슴을 훈훈하게 채우고 나니,
이 세상 더 부러울 게 없을 만큼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설거지 꺼리를 가만가만 챙겨
싱크대에 놓아두고,
낚시 갔다 온 후 내가 해치울 테니
이 근처에 얼씬도 말라 이르고,
낚시도구를 챙겨서 이미 밤 깊은 섬
해안가를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아내를 이끌고 아들을 앞세워
갯가로 나간다.(22:00)
아내를 가로등 밑 바람이 덜 미치는
곳에 의자를 끌어다 앉히고
아들과 익숙한 솜씨로 미끼를 꿰서
힘껏 파도 속으로 던져 넣은 후
낚싯대에 촉을 곤두세운다.
저 멀리 어둠 속으로부터
스르르 하얀 포말을 밀어내며
어느새 금방 내 발끝까지 다가와서는,
촤르륵 촤르르륵 소리를 내며
모래밭 자갈 속으로 사라져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참으로 꿈속과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자신과 주변에서 비롯된
가장 작은 느낌 하나,
가장 사소한
감정 하나로부터 생겨나는
가장 유치한
설렘인지도 모른다.
삶과 현실로부터 생겨나는
작은 느낌 하나,
소소한 감정 하나를
쉬 흘려버리지 않는
소박하고 진정어린
작은 설렘 하나가
자신의 가슴으로부터
샘물처럼 우러나와
그 샘물이 물결처럼
나와 우리와 그 주변으로
파장되어 번져갈 때
서로 함께 교감을 이루는
그 기쁨!!~
그 느낌!!~
그 사랑이
곧 가장 아름다운
행복이 아닐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
짙은 어둠이
파도를 삼키고
파도가 촤~악 촤르르륵
어둠을 재울 때까지,
아내랑 아들과 함께
사랑을 낚고,
망둥어를 낚고
행복의 바다를 낚으며,
흐뭇한 추억을 건져 올린다.
파도에 새로운 또 하루가 밀려오고
섬과 바다를 에워싼 어둠이
용왕님까지 꿈나라에 들게 하시니
우리도 내일 운전할 아들을 생각하여
낚싯대를 거둬서 숙소로 돌아온다.
(01:30)
10월 9일(일)
창문에 꽂히는 햇살에 번쩍 눈을 뜬다.
바다 해돋이를 보고 싶었었는데~~
햇살이 밝은 것으로 보아 이미 일출은
한참 지났으리라.
아내와 아들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옷을 꿰입고 살며시
문을 여는데 경첩에 녹이 슬었는지
문소리가 요란하다.(07:30)
눈을 뜬 아내한테 쉬~잇!!~ 하고는
낚시하고 있을 테니 어여 더 자라고
숨죽여 말한 후 낚시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나와 어제 밤에 갔던 길을
찾아 가려는데, 해안 가까운 쪽에
사람 다닌듯한 희미한 흔적이 있어
살금살금 따라서 가다보니
음산한 산죽나무 숲 오솔길이 이어진다.
빽빽이 우거진 산죽 숲에서
금방 산짐승이라도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오싹함을 참아가며 숲을 헤치고 나가다 보니
바로 어젯밤 낚시를 했던 그 지점이
눈앞에 확 펼쳐진다.
우연찮게 지름길을 찾아서
금방 올 수 있었던 것.(07:50)
찬란한 햇살이 해수면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상쾌한 섬 갯바람이 머릿속 잡념까지
탈탈 털어간다.
저 멀리 섬과 섬 사이에
그림처럼 펼쳐진 해면에는
조그만 배들이 종이배처럼 떠있고,
가까이 양식 망이 쳐져있는 주변에는
크고 작은 목선과 보트들이 한가로이
그 난간에 강태공 들을 빙 둘러 세운 채
태공들의 손놀림만 분주할 뿐이다.
저들과 바다와 섬과 하늘을 끌어안을 듯
두 팔을 힘껏 벌려 가슴이 드러나도록
기지개를 펴고 심호흡을 해본다.
저 하늘 한 점 구름처럼
바다 한 복판에 떠있는 종이배처럼,
근심걱정 하나 없는 자유다!!~
거리낄 것 하나 없는 여유다!!~
이 순간만큼은 어제도 내일도
담보하지 않는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 인 오직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낚싯대를 펼쳐 바늘에 새우를 끼운 후
작은 잡념하나까지 뭉쳐서 추와 함께
바다에 휙 던져 넣고는
자유와 여유와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눈부신 햇살과 감미로운 해풍과
바다와 섬과 하늘과 갈매기들까지
나를 감싸고 어루만지며 위로를 하듯 한다.
슬그머니 나타난 아내가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다가와 많이 잡았느냐고 묻고는
아무것도 없는 빈 봉지를 들어 올려보며
피식 웃고는 주현이가 깰까봐 살며시
나왔다며 멀찌감치 앉는다.
그러는 아내가 새삼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 그랬는가!!?~”
“잘허고 잘 나왔네!!~
“이런 호젓한 곳에서 보이
각시가 참 더 멋지고 예삐네!!~“
“어쩐가? 우리 이런 곳에서 어부질함서
우리 둘만 살먼 살만 허것는가?
기분 좋게 웃어 보이며,
“못 살거이 뭐 있껏소!!?
“언능언능 애들 보내고 나서 어디든
가든가 오든가 헙시다!!~”
우린 마주보고 유쾌 상쾌히 웃으며,
벌써 3년 전 딸아이가 아프기 전 서울 인근을
찾아다니며 자그마한 펜션 및 집을 보러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이제 다시 함 시도를 해 보까?”
“혜영이도 웬만큼 회복을 하였으니?”
“근디 벌써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를 것인디?”
“계산이 맞을랑가 몰러!!?”
아내도 웃음을 거두며
멀리 낚시꾼들을 가득 태운 배를 넘어다보며
“저런 배는 많이 비쌀랑가?”
“허허허!!~ 참말로 서방 하나 있는 거
저 먼 바다에 내보내 어부 시킬라고?“
깔깔대고 웃는 아내의 손에
낚싯대를 쥐어주고
뭔가 느낌이 이상하면
무조건 낚싯대를 낚아채라
일러주고 멀찌감치
뒷걸음질로 물러나 아내를
클로즈업 사진을 찍어댄다.
우린 그러고도 오래도록
새우 미끼를 갈아 끼워가며
원 없이 낚시를 즐기다가
새우미끼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아쉬운 듯 갯가를 나서며
해안 산죽나무 숲 오솔길을
헤치고 나오다 아내를 슬그머니
어깨 안아 입맞춤하고
“각시 사랑하네!!~”
“고맙고 행복햐!!~”
“인자 웬만큼 콧바람이 사그라지는감?”
기분 좋게 웃어주는 아내의
손을 마주잡고 산죽 숲을 빠져나와
펜션 테라스를 올라서는데도
아들은 기척이 없다.
우린 다시 걸어 나와
펜션 마당과 섬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예쁜 꽃 화분에서 뿌리를 잘라내
종이컵에 옮겨 심어 집으로 가져갈
분을 만들기도 하며
한가롭고 여유 있는 행복을
맘껏 누리다가 퇴실시간이 염려가 되어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아들도 일어나 유쾌 상쾌히
아침을 맞이하고,
아침식사준비에 나서는 아내를 도와
식사를 준비한다. 준비라기보다는
냄비에 물 잡아서 묵은 김치 썰어 넣고,
삼겹살 넣고 팔팔 끓이다가
풋고추 넣고, 마늘 저며 넣은 후,
대충 끓여 상에 올리니
아내도 굿!!~ 아들도 엄지 척!!~
김치찌개 한 그릇씩에 밥알 한 톨
남김없이 누룽지까지 끓여서 싹쓸이 먹고
깔끔, 말끔하게 설거지까지 마친 후(11:30)
짐을 챙기며 펜션 사장님께 퇴실을 알린다.
배 타는 곳으로 나와 있으면 곧 배를
대시겠다는 말씀에 우린 밖으로 나와
아들과 또 함께 아내와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돌아다니며 갖은 폼을 다 잡아가며
사진 찍기 바쁘다. 잠시 후
이내 배가 들어오며 매운탕꺼리 만들려고
낚시 중이셨다 시는 사장님 부부와 아들이 탄
뱃머리를 우리가 서있는 앞으로 쑤욱
디밀어주신다. 우리가 배에 오르자 곧
영목항 선착장으로 뱃머리를 돌리시며
가족이 모두 함께 정겨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다음에 딸이랑 같이 한번 오시면 그땐 배타고
낚시까지 할 수 있게 해 주시겠다며 아들은 꼭
결혼해서 온 가족이 함께 다시 올 수 있기를
기대하신다는 정 깊은 인사를 뒤로하고
아들 애마를 찾아올라 행복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영목항을 빠져나온다.(12:30)
30여분이나 달렸을까?
멀리 갯가에 사람들 움직임이 보이고
이정표에 간월도 표시가 선명하다.
“우리 저기 가서 조개라도 캐서갈까?”
마다할 아내가 아님을 잘 안 아들이 급히
우회전하여 간월도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간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갯가로 내려서
썰물로 드러난 갯바닥을 가만가만 살피다
돌 하나를 들추자 숨어있던 빤장게가
걸음아 날 살려라~ 잽싸게 옆걸음질을 친다.
보고 있던 아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잡아잡아!!~”를 외치며 쫓아가 냉큼 잡아 올려
언제 준비는 했는지 검정 비닐봉투를 꺼내
그 속으로 쏙 집어넣는다.
아들과 깔깔깔 한바탕 신나게 웃고 나서
우린 게 잡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갯바닥을 훑고 다닌다. 때론 제법 꽃게를 닮은
안경 알만한 게에 손가락을 물려가며
숨어 있을만한 돌팍들을 모두 뒤집고 다닌다.
저리도 좋은지 청순 소녀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
게를 발견할 때 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서 불현 듯 아내의 소녀 쩍
생기발랄하고 복스럽던 청춘시절을 떠올리곤
갑자기 맘이 울컥하면서,
“그 곱던 사람이 참 많이도 망가졌네!!~”
“못난 나를 만났던 게 죄라면 죄지!!~”
“당신이 뭔 잘못 이겠는감!!?~”
“다 이 못난 내 탓이네!!~”
갯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숱이 두피가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그 마저도 염색이 늦었는지
모근 가까이 새로 올라온 부분이 온통 허옇고
윤기 없는 얼굴 피부에 헐렁한 바지차림의 모습이
미안함과 죄스러움으로 서글픈 자책이 되어
가슴을 아프게 후려진다.
못내 아픔을 감춰보려고
제법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를 보며
“우~와!!~ 거의 한 냄비감은 족히 되겠는데?”
“너무 많아도 의미가 작아지는 겨!!?”
아들도 이제 그만 가자며 간월암을 가리킨다.
아내도 비닐봉지를 들어 올려보고 만족해하며,
우린 갯바닥을 빠져나와 간월암 경내를 천천히
가만가만 둘러보고 간월암의 역사를 살펴보며
부처님께 올리는 아내의 공손하고도 정성어린
삼배를 끝으로 경건하고 흐뭇한 맘으로
간월암을 돌아서 나온다.(14:20)
차에 오르자 아들이
“우리엄마 이제 목적 했던 바를
초과달성 하셨겠네?“ 소원 푸셨쓰까?”
“어!!~” 아들!!~“
“나 진짜진짜 너무너무 좋았어!!~”
“휴~우!!~”
“그럼 이제 콧바람은 다 사그라진 거네!!?”
우린 다함께 유쾌 상쾌 통쾌히 웃어 제치며
차창을 모두 내려, 추수가 임박한 황금 들녘의
풍요로운 가을정취를 차안으로 빨아들인다.
하늘도
들녘도
차안을 스쳐가는
바람과
햇볕도
내 아내와
아들과 딸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빛난다.
그리고
감사하고
고맙다.
소박하고 유치한
작은 설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