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산 산행을 약속한
고운 벗님들이 모여든다.
지하철역 상봉에서
성봉과 상봉을 이룬 후(08:30)
달려오는 중앙선 열차에
희창과 상현을 도킹하고,
수원으로부터 내달리기 시작한
규현,은석,재식,형배친구가
정식친구가 기다리는
용문역을 향하여~~~~~
오락가락하는 장맛비가
잠시 쨍하는 시간을 틈타
용문역 앞 차도 선상에서
동시 합류의 반가움을 나누고,
한여름 무더위가 후끈거리는
용문 시가지를 시원스레 벗어나
마침내 오늘의 산행 예정지
중원산 입구에 다다른다.
장맛비로 인한 계곡물 증가로
우회 산행 로를 더듬더듬
이순이 코앞인 아홉 금춘들이
청춘을 꿈꾸던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어감서
중원산 진격을 시작한다.
긴긴 세월 모진 풍파를
의연히 견뎌낸 아름드리 숲,
흠뻑 젓은 초록 잎새마다
방울방울 맺힌 옥구슬방울~
빗물인지 초록물인지?
땀방울인지? 눈물방울인지?
자욱한 연무를 드리운 능선이
속살 비치는 여인의 젖무덤처럼 아름답고
질퍽한 육산 흙냄새 숲 냄새가
푸른 시절 영혼을 슬며시 깨운다.
빛나던 청춘시절
여름방학을 학수고대 끝에
지리산 등반에 나섰던 풋풋한 추억의
세 벗님들 얼굴이 환영처럼 떠오르며
피아골 어느 계곡을 바람처럼 더듬는다.
오늘 이 산행을 함께 누리는
재식이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같은 하늘아래 함께 살아가는
그때 두 친구가 또한 못내 그립다.
죽을 만큼 가쁜 숨소리를 내면서도
끊이지 않는 우스갯소리와
등 뒤로 느껴지는 든든한 벗님들의
해묵은 우정이 참 좋다.
덧없는 세월, 세상풍파 버티고 견뎌낸
아름드리 참나무들의 저 묵직함처럼
변함없는 오랜 벗님들과 함께함이
참 좋고 또한 행복하다.
열외나 낙오한 친구 한사람 없이
서로들 내밀어준 손잡고 꼬리 물고,
비 범벅, 땀 벅벅, 우정 흠뻑,
유쾌 상쾌 통쾌함으로
마침내 중원산 800고지에
모두 함께 족적을 찍는다.(12;30)
아름드리나무가 빼곡하여
거의 원시림에 가까운 숲과 능선에 비해
수수하리만큼 소박하고
꾸밈새 없는 소녀처럼 순박한
시골친구 같은 중원산 정상!!~
잠시 장맛비를 거두는가 싶더니
손님을 맞듯 햇빛에 살짝 웃고,
이내 수줍은 듯 연무자락을 끌어서
슬며시 그 모습을 가린다.
바리바리 챙겨온 음식들을 내 놓으며
어깨가 으쓱인 벗님들과 달리
겨우 물 한 병 달랑 꺼내든
내 어깨가 초라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운무에 가려진 주변 조망에
살짝 아쉬움을 뒤에 남겨두고
신선한 바람, 신성한 정기 담아
도일봉 방향으로 하산을 준비,
가파르고 날선 험한 바윗길을
조심조심 내려서 계곡을 더듬는다.
물 불어난 계곡을 팬티바람으로 도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심신을 달랜 후,
용문 어느 오리 진흙구이 집에 자리를 틀고 앉아
산행에서 못 다한 추억을 되살려 잇는다.
달착지근한 쐬주를 목구녕 안으로 털어 붓고
푸짐한 오리백숙, 구이를 질겅질겅 씹어가며
한여름 초복더위를 고운 벗님과 함께 달래니
이 어찌 아니 기쁘고, 왜 아니 행복하랴?
오늘을 함께한 이 귀한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이 나라에 헌법이 공포 된지
68주년이 되는 날 이라지만,
제헌절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진 검사장 파문에 세상은 어지럽고,
청와대 민정 우수석의 의혹에
온 나라가 양철지붕에 우박 쏟아지듯 소란스러우니
잠시 유쾌 상쾌했던 이내가슴에
훅하고 스치는 습한 열기가
이내 또 혈압을 살짝 올린다.
7월 17일(제헌절 . 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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