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영 아우의 꽁무니를 따라
불암산 문전에 입산을 고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숨 막히는 초록 늪에
비지땀을 비 오듯 쏟아가며,
깔딱 고개를 쎄 나게 엉금엉금 넘어
거북바구 등 타고 정상 맡에 당도하니
태극기 휘날리는 508고지 불암산 꼭대기
고추잠자리 떼 열열이 환영 비행 신나고,
수락을 등 업고 태능을 바라보는
불암의 암봉(巖峯)이 더없이 수려하다.
첫 대면한 불암의 신성한 정기를
두 팔 벌려 가슴에 한가득 안고
7월 불볕 해를 머리에 인 채
태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쫓다
어느 한적한 송림 마루턱에
아우와 오붓이 자리 펴고 앉아
갈증과 허기를 가까스로 채우며
서로의 가슴을 살며시 넘본다.
아들의 몸 일부를 빌러
다시 태어난 제2의 삶,
한동안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죽음을 준비한 적도 있었을 것을,
아들의 목숨을 빌어 자신이 살고자했던
그 힘든 과정과 결정의 순간을 겪으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또 얼마나 망설였을까?
얼마나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을까?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내며
행여나 그 가슴에 응어리짐은 없었는지?
그렇게 힘든 죽음의 끝으로부터 얻은 삶에
혹시나 가족 간 부담과 불편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그 속내를 살피며
은근슬쩍 말머리를 거기에 잇는다.
일가족이 일본에서 거의
정착을 이뤘을 무렵,
자꾸만 건강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서
하던 사업을 중단하고 빈번히 혼자서
일본과 내국을 오가며 휴식과 검진을
거듭한 끝에, 결국은 가족이 함께 일본에서의
삶을 모두 접고 귀국을 선택하게된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의 끝에서 불효자식으로서
마지막 부모님을 위한 죽음을 준비하는
최후의 참담한 결정이었고, 막상 죽음 앞에
초연히 섰을 때는 가족은 가족이었기에
더 말할 것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꼭 한번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생각나는 모든
친구한테 전화를 걸며 운명의 마지막을
정리할 때도 있었다며,
몸 져 누었을 때 제일 그리운 것은
친구들뿐이더라고, 어느 한 친구의 이름을
감동스럽게 부르며 많은 주변과 이웃과
지인들의 은혜를 입었지만 그 중에도 그
친구께는 죽을 때 까지 갚아도 못 다할
은혜를 입었노라 눈가에 이슬처럼 맺힌
눈물을 애써 감추려고 햇빛 쨍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컥한 가슴을 간신이 달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가슴까지 찡하게 저려와
아우의 절망과 눈물과 그리고 친구의 의미를
다소나마 어렴풋이 짐작을 하게한다.
죽어도 부모님 계시는 고국에서 죽으리라는
마지막 일념으로 아들의 보호 하에 시체처럼
귀국 후, 여의치 않은 현실과 옥죄어오는
병마에 나날이 피폐 해져가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다보면서 차라리 눈을 감은 채,
삶의 끈을 놔버리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기도
했었다는 말에 뜨거운 것이 가슴을 울컥 치밀고
올라 마침내 명치끝이 먹먹해져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촉촉이 젖은
아우의 눈을 한동안 바라보며 그 참담했을 속내를
살며시 그리고 포근하게 가슴으로 어루만진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두 번 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처절하게 죽음을 준비해본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동안 저 아우의 가슴을 함 들여다보고
자그마한 내 마음을 그 가슴에 건네며
다소나마 위로와 격려와 힘을 보태고자 했던 것이
오늘 여기 이 신선한 곳에서 아우와 단 둘이
이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내 마음을 잘 읽었는지 속내를 적나라하게
내보여준 아우가 참으로 진정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또한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아우의 내면에 존재한 심리적 불편함과
섭섭함이 혹시 조금이라도 잔존해 있었다면
모두가 해소 되고 복원 돼 줬으면 하는
나만의 작은 바람으로 진정어린 마음을 다한다.
지난 북한산행 때만해도 뒤쳐진 아우보기가
자꾸만 맘이 쓰이고 염려스러웠는데
오늘 산행에서는 오히려 나를 앞질러가는
아우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며 왠지 모를
다행함과 찡한 연민이 가슴으로 전해지며
둘만의 오붓하고 흐뭇한 산행이 돼서
오늘 이 시간이 참 기분이 좋고 유쾌함을
감추지 못하며 남은 물음을 마저 잇는다.
“아우한테는 그 불행 이전의 삶과,
그 이 후의 삶이 각각 어떤 의미인가?“
산다는 것 자체가 아우한테는 형용키 어려운
특별한 의미일 테지만,
나로서는 짐작도 못해볼 우문 아닌 우문이었지만,
별 망서림 없이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그 꾸밈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전엔 그냥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과 욕심만이
허파가 터질 듯 빵빵해서 가족 간에도 소원함이
늘 있어왔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족 간의 사랑과
믿음은 더 깊고 단단해져 그저 편하고 행복하고~,
주변과 이웃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 이외엔
가슴에 더 담을 공간이 없을 것 같다며,
더 큰 의미는 이제 친구들에 관한 일이면
언제 어디서든 친구 그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는 진정어린 말을 끝으로, 우린 일어나
자리를 걷고 유쾌 상쾌 통쾌한 마음이 돼서
불암산의 추억을 오롯이 그 곳에 남겨둔 채,
도심으로 향한 꼬불꼬불한 먼 숲길을 한참 동안
내려와 화랑대역 전철에 몸을 싣는다.
사진을 정리해 카톡에 전하며,
“오늘 아우 덕분에 첫 산행을 하게 된
불암산의 자태도 참으로 멋지고 좋았지만
불암에 기대서 자신을 되찾고
제2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우의 그
마음과 의지가 더 예쁘고 훨 더 보기 좋았다”
문자를 찍으며,
불암산에서 복영 아우와 함께했던 흐뭇한 시간을
가슴 깊이 예쁜 추억으로 갈무리한다.
둘 만의 산행계획에 들떠 밤잠까지 설쳤다는
복영아우의 불암산 산행 안내와 함께
먹거리 준비에 깊이 감사하고,
화랑대역 근처 어디에서 냉면이라도
한 그릇씩 땡겼더라면 더없이 좋았을 것을
그냥 돌아와 지금 생각하니 못내 미안하고
큰 아쉬움으로 남아~~~
2016년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