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5)
황급히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만반의 산행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06:20)
새해 벽두 첫날부터
스스로 한 자신의 약속에
결행을 하고자하는 굳은 의지와 함께
새해 첫 태양을 보며 새롭고 힘차게
또 한 해를 시작 하리라는 욕망을 품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도심 거리,
희미한 가로등 불빛 속에
칼날 같은 예리한 냉기가 숨겨져
철갑을 한 옷 속으로 송곳처럼 파고든다.
지난 밤
가까운 이웃 분들과
TV속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가며
새벽까지 이어졌던 망년회의
취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9℃일 것이라 예보했던 온도보다
훨씬 더 매섭고 찬 체감온도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바삐 장안평역 계단을 내리 밟는다.
새 해, 첫 날, 초행 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새삼 가슴은 벅차고
머릿속은 투명하게 맑고 개운하다.
새해 첫 새벽을 힘차게 열며 다가오는
지하철 안에 몸을 싣자 텅 빈 좌석에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한 승객들의 표정이
더없이 사무적이고 일상적이기만 하다.
곧장 다음 역 군자에서 하차 긴 환승로를
뛰 듯 이동한 후 7호선으로 환승하고
두 정거장 째, 용마산 역에서 급히 지하철을
빠져나오며,
문짜를 찍어 용마산 접근 중임을 알린다.
영구아우와 한 약속이 혹한으로 인하여
무산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금치 못하며-----------
새 해를 보기 위해 산으로 몰려드는 인파가
꽤 붐빌 거라는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이 여지없는 혹한 탓이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등산로에 접어든다.(06:55)
숨고를 새도 없이 급경사 능선을
잰걸음으로 오르자 금방 몸에 열기가 오르고
숨이 막힐 듯 목구녕 안으로부터
새어나오는 숨소리가 마치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는
거친 숨소리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진다.
손은 깨질 듯이 시리고 아리지만
가슴은 뜨겁고 벅차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깨어나듯
산은 기지개를 켜고,
도심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눈동자를
하나 둘 거두며 잠을 깨기 시작한다.
용마산 중턱 전망대에 올라서자
한 두 팀 인적이 보이기 시작하고,
영구아우로부터의 소식도 도심 새벽 전경사진과
함께 전해져온다.
문득 작년 오늘, 아내와 함께 새해를 보러 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작년 오늘도 새해를 보기 위해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이 산길을 힘겹게 올랐던
기억과, 구름을 짚고 살포시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딸아이의 무탈과 우리 가족의
평안을 간절히 빌고 소원했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현실은 소원과는 달리 어렵고 힘든 한 해가 되었다는
사실에 피식 쓴 웃음을 흘리고,
오늘 새해 소망은 나와 우리 가족만의 안녕을
소망하기 보다는 내 주변과 이웃과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안과 사랑과 행복을 축원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 그랬듯이,
백날 천 날을 자기 행복을 비는 것 보다는
누군가의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다보면 자신의 소망 또한 더불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처럼!!~
가슴에 담은 고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
생각해내며 용마산 몬당을 향하여 힘찬
걸음을 이어간다.
이윽고 용마산 몬당 삼각철탑(07:30)
예상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새해맞이 인파가 삼각철탑 둘레에 진을 치고
여기저기 전망 좋은 데는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 차
발을 동동거리면서도 동녘 해 오를 자리를 주시하며
극심한 추위를 감내한다.
작년 기억을 떠 올려 적당한 장소를
골라 자리를 차지하고 영구아우의 위치를 묻는다.
인파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삼각점 철탑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연락에
각자 위치에서 해를 본 다음에 만나자는 문자를
손 호호 불어가며 찍어 보내고 나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가있는
동녘을 함께 주시한다.
조금씩 동녘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해 오를 자리가 선명히 그 전조를 보이기 시작한다.(07:45)
그리고 잠시
마침내 모든 새해맞이 객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듯이,
지역에 따라 구름으로 인하여 새 해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구름 한 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모습으로 일순간 털끝만큼의 형체를 살짝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불빛에 빨갛게 반사되는
야생 맹수들의 눈동자처럼 부릅뜬 눈으로
산을 넘보고 있다가 마침내 곧 산을 짚고
그 밝고 붉고 빛나는 몸뚱이를 치솟아 올리며
찬란한 해돋이가 장관을 연출한다.(07:52)
주변이 일시에 탄성과 함성으로 해를 반기고
온 누리에 축복과 희망과 기쁨과 광영의 빛이
번져나간다.
내 가슴에 자리한 고운 벗님 들!!~
내가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
주변과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랑과 축복과 건강과 기쁨이 충만하여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을미년 새해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산신령님이시여!!~
내 아부지시여!!~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해에게 주고,
사람들 틈새를 겨우겨우 비집고 나와서
영구아우를 만나고, 여태 함께 있었다는
봉영아우를 찾아낸 끝에 반가이
새해 첫인사를 나누면서 함께 손을 모아잡고,
새해 우리 함께 건강하게 열심히 대차게 살아보자며
굳은 의지의 악수를 나누고 힘껏 파이팅을 외친다.
아차산 4보루를 지나 대성암으로,
8각정을 거쳐 아차산 주차장을 찍고
영화사 삼거리를 지나
어느 해장국집에 비좁은 한 탁자를 차지하고
두 아우를 마주한다.
죽음의 문턱 직전에서 아들 녀석의 목숨을
담보로 제2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복영아우께
진정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건강과 함께
축복의 덕담을, 영구아우의 성실한 삶과
변함없는 고향 선후배간 관계 유지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아울러 어렵고 힘들었을 복영이를 지근에서
지켜보며 그 아픔과 어려움에 함께했을,
그리고 그 깊고 뜨거운 우정에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을 두 아우간의
남다른 우정을 부러워하며,
그 우정이 변함없이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기를,
더불어 우리 세 사람 간 오늘의 이 추억이
오래도록 기억 될 수 있기를 소망함서
새 해 새 마음 새 열정을 위하여
막걸리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친다.
2015년 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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