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고 거센 기운이
성난 바람을 앞세우고,
단풍 설은 가을 산을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나무 끝을 떠나온 낙엽들은
미처 자유를 깨닫지 못한 채,
거친 바람에 몸을 못가누고
황망히 산속을 나뒹굴고,
간신히 매달린 잎새들은
행여나 떨어질세라,
기를 쓰고 매달려 애원하듯
가지 끝을 붙들고 늘어진다.
몰아치는 세월과 세파 앞에
사정하듯 삶을 붙들고 선,
내 모습 또한 저처럼
애처롭고 황망한 것이었으리.
참으로 조마조마한 시간 이었다.
참으로 불안 초조한 날 들이었다.
모든 산을 헤매고 뒤져
산삼이라도 구해야 했을 귀중한 시간에,
아무런 보장도 확신도 없는
권고 하나 뿐인 무모한 것에(TS-1),
주치 원장님만을 믿고 따르며
차마 거부 할 수조차 없었던,
숨죽여 바라보며 병원을 오갔던
1년여 간의 항암 투병 4 싸이클!!~
4주 투약 2주 휴약 끝에
검사로 이어지는 반복의 시간!!~,
딸아이의 처치가 오죽이나 딱했으면
무심한 세월마저도 외면치 못하였던지,
4주와 2주 사이를 뜀박질하듯
잰걸음으로 바삐 넘나들고,
다시 또 2주와 4주가 거듭 될수록
딸아이는 스러질 듯 스러질 듯,
아슬아슬 버티고 견뎌내며
손꼽아 그 날들을 헤아려 넘었다.
복용한지 3일 만에,
된서리를 맞은
코스모스가 그러하였을까!?
1년이 100년처럼
멀고 아득하기만 했던 세월!!~
이제 마지막 4 싸이클 째의
전반기 끝이 코앞에 와 있다.
이제 겨우 남은 두 달여!!~
그 시간의 끝이 저만치 보인다.
더 세차게 불어오소서!!~
더 거세게 몰아쳐주소서!!~
더 가차 없이 휩쓸어 가소서!!~
여운 미련 남김없이
송두리째 거둬 가 주소서!!~
내 딸아이 위장에 잔존해있는
천하에 몹쓸 악질 암세포들과,
안쓰러운 내 아이 간뗑이까지 넘보는
모질고 사악한 기운까지,
모두 한 몫에 싹싹 쓸어 모아
몽땅 한 입에 탈탈 털어 넣고,
가을 산을 휘몰아쳐가는
기세 좋은 저 바람처럼!!~
그 바람에 자유를 얻고
용마산몬당을 나는 저 낙엽처럼!!~
파란 하늘을 비상해 오르는
저 황홀한 자유의 기쁨을,
부디 내 예쁜 딸아이 가슴에도
거세게 휘몰아 용솟음치게 해 주소서!!~
2014년 11월 2일
거센 바람이 가을을 몰아 부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