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끝자락에서,
집 나서면 고생인줄 뻔히 알면서도
피서 겸 동해안 가족여행을 가자며 졸라대는 딸아일
이 핑계 저 핑계 삼아 겨우겨우 달래 왔는데,
광복절로 이어지는 연휴가 목전에 다가오자
숨넘어갈 듯 안달복달이다.
약 복용하는 시기라서 집 떠나기가 매우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움을 지가 더 잘 알면서도 저도 저지만,
지 엄마의 한여름 내내 눅눅한 일상과 휴가 중인
지 동생의 무료함을 달래주고픈 욕망에서 대신 내게
떼를 쓰고 있음을 내가 왜 모를까?
14일(목요일) 저녁
다행히 늦도록 작업을 마무리하고
퇴근해 돌아오니 아내와 아들은 보이지 않고,
딸아이만 나를 잔뜩 기다리고 있었던 듯,
식탁에 저녁상을 차려내며 바짝 코앞으로 당겨 앉는다.
“엄마는?” 하고 묻자
은정이네 전화 받고 나갔다며, 대답먼저 하라는 듯 성화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좋다 그래!!~ 어디든 함 가보자!!~”
항복하듯 승낙을 하자
“정말!!??”하며 한 번을 더 되묻고는 기쁜 듯
환호의 비명을 지른다.
곧장 지 엄마께 전화를 해대고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자 약속을 마친 후 밥 수저질을 재촉한다.
저녁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밖으로 나오자
내 팔을 끌어다 억지스럽게 지 팔 안에 끼워 넣고
연인들처럼 다정스럽게 걸어보라며 아양을 떨어댄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해봤을 낯간지러운 사랑(?)놀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법 익숙한 듯 다가오는 딸아이의
정 표현에 그저 묵묵히 팔을 그대로 둔 채 걸으며
그 느낌과 기분에 적응 해보려고 애를 써본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스치고 간다.
참으로 귀엽고 예쁜 귀한 선물 이었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 예쁘다 했지만,
커가는 내내 얼마나 예쁘고 똑똑했던지
행여 아플세라 넘어질세라
눈에서 멀어지고 나면 이 세상을 잠시도
살아낼 수 없을 소중한 보물이었으리.
그 보물을 소유하려 했었음이 과분한 욕심이 되었던지
서로 누리고 나눠도 부족할 긴긴 시간을
서로의 가슴에 깊은 상처와 원망을 안으며 허비해버린
우를 범한 후, 간신히 서로를 다시 바라보며 다가서자는
복원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 이제 겨우 부녀 사랑에 잠시
눈 떠갈 무렵이었는데, 예기치 않은 병마에 얼마나 놀라서
가슴 졸이며 애달아하고 전전긍긍 하였던가?
그러나 그 힘들었던 위기와 난관은 오히려 우리
가족에게 더 뜨겁고 더 찐한 사랑과 믿음을 유발시켜
더 없이 굳건한 가족애로 화합하고 뭉치는 계기가
돼주지 않았는가 하는 다행스러움도 있었음을 깨달음과
함께, 우리 부녀지간에도 급작스런 변화 발전이 있었음을
이렇게 실감하며, 살며시 딸아이와의 팔짱을 풀어서
딸아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어 힘껏 어깨동무를 하며
모른 척 앞만 보고 어두컴컴한 밤길에 신이 난 듯
바삐 걷는다.
지난 내 생일 때 용돈과 손 편지를 전해주는
딸아이한테 그동안 병원 생활의 소회를 털어 놓으며
그동안 못해봤던 부녀사랑에 함 푹 빠져보자고
사랑 고백의 답장을 써주었던 사실을 기억하며,
그 사랑 고백이 효과를 발하고 있음이라 여기고
낯간지러운 이 사랑 놀음을 은근히 즐기며 길을 걷다가
마트 앞으로 걸어 나오는 아내와 아들을 발견하고
이내 합류하여 곧장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의외라는 듯 물어오는 아내에게 혜영이 성화에
굴복하기로 했으니 그리 이해하고 대충 먹 거리와
주전부리 거리는 여기서 준비하고,
낼 아침 일찍 가락시장에서 장어를 좀 구해서
어디론가 함 가보자고 하자 아내도 아들도
덩달아 얼굴이 금방 활짝 밝아지며
환한 웃음을 한 가득 얼굴에 담는다.
서로들 이것저것을 챙겨가며 한 바퀴를 돌고 나자
금방 장바구니가 그득해지고, 앞 다퉈 아들 녀석이
계산을 마친 후 그득한 장바구니만큼 즐겁고
유쾌 상쾌함이 충만 된 마음으로 박스를 꾸러미 해
하나씩 나눠 손에 들고 어깨 메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도 부산함은 계속 이어진다.
야영에 필요한 텐트를 비롯한 갖가지 준비물이
구석구석에서 달려 나오고 이젠 이러한 준비엔 거의
전문가가 되어버린 아내의 날랜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메모한 쪽지를 봐가며 찾아내듯 빠르고
정확하고 빈틈이 없이 속속들이 들려져 나온다.
그렇게 한 시간여,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내일 아침 07:00시 기상 약속을
끝으로 모두 잠자리에 든다.
15일(금요일/광복절) 07:00
역시 아내는 위대(?)하다.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고망쥐 달그락거리듯이 움직임이 계속된다.
수돗물 소리, 그릇 씻는 소리, 빨래 치대는 소리,
더는 누워만 있을 수 없어 자리를 걷고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아내와 눈이 마주치며,
“아침은 가면서 하쟀는데?“
“그래~애!!~ 대충 좀 치워놓고 갈라고~오~~”
현관 문 앞에 그득히 쌓인 준비물들을 이리저리
세심히 살피고 몇 가지를 더 챙기고 보충하고 난 후,
세수하고 옷을 챙겨 입고 났는데도 아이들은 기척이 없다.
“혜영아!!~ 주현아!!~ 언능 일나 들 나라!!~”
그 한마디에 헐레벌떡 들 일어나더니
왜 이제야 깨우시냐며 오히려 트집이다.
서두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열고
물건을 하나 둘 꺼내 엘리베이터에 싣고
바삐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마침내 애마 트럭에 짐들을 몽땅 쑤셔 넣고
집을 나서 가락시장으로 출발을 감행(08:04),
사무실에 들러 어제 작업 공구 및 남은 자재를 내려놓고,
토치램프와 기타 준비물을 한두 가지 더 챙겨
빈 물통에 수돗물을 가득 채워 싣고 가락시장에 입성,
지지난 주에 각별한 재식이 친구 부부랑 산따라 물따라에서
일 년 묵은 약속을 실천에 옮기며 두 가족 휴가를 보내는
기회에 장어구이를 하게 되었었는데, 내내 아이들이 생각나
목에 걸리듯 하여 아내와 약속한바가 있었던 터라 딸아이
원기 보충 겸 장어 활어 상가를 찾았던 것인데,
오늘따라 장어 집에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참을 기다려서 2Kg 77,000원을 아내가 선뜻 지불하고
급히 가락시장을 빠져나와 미사리 방향으로 애마를 몰아
이내 서울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08:50)
잠시 아이들의 폰에서 울리는 음악을 끄게 하고
피서 겸 가족 여행의 동기를 설명하며,
그동안 딸아이의 투병생활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들과 아내의 노고에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오늘 여행은 특정한 목적지 없이 그냥 가면서 결정하고
함께 의논하여 행하자고 내 생각을 말하자
모두가 찬성이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얼마를 못가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 차량 행렬에
막혀 앞차 꽁무니에 바짝 코를 박은 채 꼼짝을 못하고 선다.
아무튼 딸아이가 바다를 보고 싶다했으니 대략은
동해안이고, 아들한테 낚시를 챙기라 하였으니 낚시할 수
있는 동해안 어디쯤이 목적지엔 변함이 없을 뿐인데,
미사리쯤에 이르러선 도통 길바닥에 눌러 붙은 듯
차가 옴짝달싹을 못한다.
지루한 정체가 계속되고 짜증이 가중되기도 하련만
아무도 푸념을 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
두 시간여를 조금 씩 조금 씩 움직여 가던 끝에
양평대교 못 미쳐 광주로 나가는 갈림길에 이르러
도저히 않 되겠다 싶어 핸들을 꺾어 식당가로 진입
한식당 뷔페 간판이 있는 안 마당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식당 안을 기웃거린다. 아주머니 한분이
아직 준비가 덜 됐지만 곧 식사가 나올 것이라며
들어오라 권하시는 이끌림에 못이긴 척 자리를 차지하고
몇 가지 나와 있는 반찬을 덜어 내와 시식을 시작하자
곧이어 마련한 음식들이 맛깔스레 자리를 차지한다.
망중한이 이러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리라.
한가롭게 음식들을 담아다가 서로 먹어보라
덜어주고 먹여주며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자판기 커피까지 뽑아 들고 나서야
아들한테 차 키를 넘겨주며, 생각난 듯이 모두
급히 차에 바삐 오르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여전히 길은 막혀 차는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시간은 스멀스멀 하루를 갉아먹는다.
오후 세시를 넘고 나서야 양평대교를 겨우 건너고
다섯 시를 넘겨 용문에 이르러서야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항암제 복용 3주차라 가장 힘든 시기를 겪는
딸아이가 차츰 힘에 부친 듯 깔아지는가 싶더니,
차가 속력을 내기시작하자 기운을 차리며 속초
닭강정이 먹고 싶어진다며 안달을 떨어댄다.
자연스레 장소는 속초로 정하여진 셈,
아들이 최고 속도를 넘나들며 전력 질주를 시작하고
다소 의기소침해있던 기분들이 기대와 설렘으로
다시 들뜨기 시작한다.
애마가 참았던 질주 본능을 완전히 회복한 듯,
순식간에 홍천을 지나 인제를 넘본다.
그러는 중 아침에 딸아이 식사용으로 도시락에
담아서 온 맨밥을 김에 말아서 운전석 조수석으로
전해주는 아내의 김말이 맨밥에 모두들 맛있다며
더 싸 달라 재촉이고, 그렇게 서너 번씩을 받아서
먹고 나니 점심거리가 간단히 해결 된 셈,
저녁은 속초에 가서 바다를 보면서 우아하게
장어구이로 하자고 정하고 잠시 양양을 떠올린다.
어떻게 경태네를 외면할 수가 있겠는가?
미시령을 넘을까? 한계령을 넘어 양양을 찍을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본다.
제법 긴 시간 동안을 신호음이 가는데 응답이 없다.
자연스럽게 방향은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고고!!~
인제와 원통을 지나면서 아들 녀석의 군대시절 무용담에
면회 다니던 7~8년 전의 기억을 떠 올리다가,
“앗!!~ 저기다!!~ 주현이 첫 면회 와서 묵었던 펜션!!~”
“앗!!~ 저긴 설봉이다!!~ 아직 그대로네!!~”
작은 기억 하나 하나가 가슴을 찡하게 하는 고운 추억이 되어
바람처럼 스쳐가는 우리 가족들의 뇌리 속을 아득한
옛날로 시간을 반추케 한다.
미시령 터널을 우회하여 구 도로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비탈진 도로를 회전할 때마다 몸을 차에 맡긴 채
좌우로 흔들리며 흥을 더하며 즐긴다.
뒷좌석에 아내와 딸아이도 더 없이 즐거운 표정이고,
경사가 급해지고 굴곡이 심해질수록 아들은
바짝 긴장을 더한다. 힘찬 엔진소리만 미시령 중턱에
메아리처럼 흩어져 가고,
꼬불꼬불 7부 능선쯤이나 됐을까?!~
갑자기 밀려오는 짙은 운무가 불쑥 시야를 가로막는다.
차창 문을 다 열게 하여 신선한 바람과 운무를
가슴 깊이 들여 마시며,
“아~~ 시원하다!!~”
“우~와!!~ 정말 상쾌하다!!~”
“우리 앞으로 남은 여름을 생각해서~~~”
“이 기분!!~ 이 느낌을 잘 기억 해두자!!~
우린 그동안 여름 내내 눅눅하고 찝찝했던 기분과 일상을
탈탈 털어서 미시령 고개에 날려 보내며 맑고 신선하고
개운하고 신비스런 영운으로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는다.
딸아이의 얼굴에 생기가 넘쳐나고 우리가족 가슴에는
사랑과 믿음과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유쾌 상쾌한 마음으로 미시령을 내려와
속초 중앙시장으로 내비를 맞추고 진입을 시도한지
20여분, 중앙시장이 가까울수록 차들의 움직임이
둔한가싶더니 마침내 꽁무니를 물린 차들이
시뻘건 눈을 치켜뜬 채 앞차만을 노려보고 서있다.
이미 사방엔 어둠이 내리고,
아내가 먼저 안 되겠다는 듯이
“혜영아!!~ 우리가 내려서 걷는 게 더 빠르겠다!!~”
뒤를 살핀 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앞서 걷기
시작한다. 딸아이도 급히 내려서 지 엄마의 뒤를
쫓아서 가고,
한참 동안을 우린 앞차 꽁무니에 코가 뀐 채로
뒷 차에 밀리고 앞차에 끌려서 겨우 주차장 까지
진입하여 주차한 후, 아들은 내려서 아내와 딸아일
찾아 나서고 난 차에 남아 적재함을 정리한다.
소문난 맛 집에 긴 줄을 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을 보면 난 정말 한심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건만 닭강정 집 앞에 아내와 우리 아이들이 그
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고객을 그런 식으로 번호표까지 쥐어줘 가며 줄을 세워
기다리게 하는 것은 얼마나 무례하고 시건방진 행위인가?
그리고 그렇게 줄서 기다려 무슨 특별한 맛을 보겠다고
그 무시를 당해가며 그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은 또
무슨 심리인지 내 상식 갖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적재함 정리를 끝내고 살짝 짜증스럽도록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 닭강정 포장 꾸러미를 보란 듯 치켜들며
재밌어 죽겠다는 듯 나타나는 두 아이와 아내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며 서둘러 차에 타게 하고
어디에 가서 잠자릴 정할까 고민하며 주차장을 빠져
나온다. 잠깐 언젠가 양양 남대천 어느 뚝방 아래서
다슬기를 줍던 일을 생각해내고,
“그전 경태아빠랑 낚시하며 다슬기 줍던 그 뚝방,
오늘 거기에 텐트를 칠까?“ 아내한테 묻자
“맞아!!~ 나 거기 한번 다시 가서 고동 줍고 싶었는데,
거기 좋겠네 !!~ 경태네도 나오라 하고!!~“
“혜영아!!~ 그럼 네가 함 아저씨께 전화 함 해 봐!!~”
곧장 전화를 하던 딸아이가
“네!!~ 네!!~ 하더니 실없이 전화를 끊고는
서울서 누나 네가 와서 매형과 이야기 중이라
잠시 후 연락을 하신댔 다고~~~
“아!!~ 그래? 그럼 양양은 곤란하겠는데~~~”
엉거주춤하는 찰나 외옹치항 이정표를 스치고 지나는 순간
언젠가 함 아내와 둘이서 살짝 들러보았을 때 조그만 하고
예쁘장한 항이라 기억 해 두었던 생각이 번뜩 떠올라,
“우리 저기로 함 들어가 볼까?” 라고 슬슬슬 지나자
딸아이가 조그만 더 가면 대포항인데 거기 새우튀김이
맛있고 유명하다며 거기서 유턴해 자기들을 내려주면
그것을 사오겠다고 유난을 떨어댄다.
“좋다 그럼 대포항 가서 새우도 사고 유턴도 하고!!~”
잠시 속도를 올리자마자 곧 대포항 문전이다.
잠깐 동안 신호를 기다리다 차를 돌려 아들과
딸아일 내려주고, 일을 보고나면 전화를 하라 이르고
곧장 아내와 둘이서 외옹치항으로 달린다.
외옹치해변 앞에 차를 세워 아내를 기다리게 해놓고
즐비하게 늘어선 텐트 사이를 지나 어느 임시천막
마트 앞에 멈춰서, 이 곳에 텐트를 설치해도 되느냐고
여쭈자 틈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다 가능하다며
흔쾌히 승낙을 하신다.
진입로를 따라 다닥다닥 설치 된 텐트 대열을 스쳐
안으로 200여m를 들어가자 맨 끝 머리에 자그마한 임시
주차장 바로 옆에 텐트 한 동을 치고도 족히 남을 만한
공간이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휑하니 비어있다.
“옳지!!~ 죽으란 법은 없구먼!!~”
“여기가 곧 내 자리다!!~”고 찜하고
누가 차지할까 조바심치며 급히 내달려 아내를 부른다.
저 끝에 아주 좋은 자라가 있으니 얼른가자고 설치며
빨리 아이들한테 전화해서 택시를 타고 오든가 하라고
하며 시동을 걸자 애들은 가까우니까 천천히 걸어서
오겠다고 했다며 텐트를 설치해도 되는지를
걱정스러운 듯 되묻는다.
“다 알아봤으니 걱정일랑 마소!!~”
“누가 차지하기 전 얼른 가야해!!~”
우린 좁다란 진입로를 바삐 차를 몰고 들어가
바로 그 자리 옆에 바짝 차를 세우고,
“바로 여기여!!~ 어때?”라고 묻자
아내도 반색을 하며 차에서 얼른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바로 10여m 앞엔 해변에 설치해 놓은 가로등이
훤히 불을 밝혀주고 저 멀리 시커먼 어둠 속에선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희미하게 왔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모래를 발로 이리저리 고르고 텐트를 내려서
자리를 잡고 순식간에 텐트를 세우고 나자
아내는 먹거리를 챙겨내며 아이들이 배가 고플테니
우선먼저 장어구이 준비를 하라고 주문한다.
텐트 입구와 차 사이의 적당한 한 곳을 골라
모래를 웅덩이처럼 파내고 컴컴한 주변을 한참동안
헤매고 다닌 끝에 자갈을 모아다 숯불 자리를
만들고 모래를 거둬낸 주변 네 귀퉁이에
석쇠를 받쳐줄 호박돌을 올려놓고 토치에 불을 댕겨
번개탄에 불을 붙인 후, 숯을 올리는데 아무리 봐도
숯이 너무 적을 것만 같다.
그러는 찰라 딸과 아들이 싱글벙글하며 다가와 튀김
보따리를 풀어내고 어두운 먼 밖을 연신 두리번거리더니
장소가 너무 좋다며 호들갑이다. 그러는 두 아이들을
들어오는 입구 마트 쪽으로 손짓하며 얼른 다시 나가서
숯을 좀 구해오라 독촉한다.
차 적재함을 따서 옆으로 펼쳐 수평을 맞춰 고정하니
마치 식탁처럼 훌륭하다.
여름 끝이라 입장료가 없는 줄 알고 얼씨구나 좋아했건만
이 세상 공짜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을 운영회서
나왔다며 입장료 1만5천원에 주차요금 5천원을 합하여
2만원을 내 놓으라신다. 이 파장에 무슨 2만원이냐는
내 항의를, 언제 왔는지 아들 녀석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얼른 2만원을 내어주면서,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오히려 날 달래려는 녀석을 멋쩍게 바라보며 피식 웃다가
바삐 하던 일을 서두른다.
아내와 딸아인 적재함 바닥을 말끔히 정리하고 음식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하고, 금방 숯불에도 불꽃이 일어나며
열기가 오르고, 백사장 여기저기서 피~융!!~ 피시식!!~~
소리와 함께 간간이 불꽃놀이가 이어지기도 하며
해수욕장 분위기가 사뭇 고조된다.
석쇠를 불 위에 올려서 석쇠위에 쿠킹 호일을 깔고
반으로 접어서 손질된 장어를 집게로 집어
호일위에 한줄 두 줄 세줄 길게 잘 펴서 올려놓는다.
아내와 두 아이들은 적재함 안에서 새우튀김과
먹 거리들을 내서 펼쳐놓고 아빠도 어서 올라오라
재촉한다. 지글거리며 말려드는 장어를 연신 펴고
뒤집으며 불판과 적재함 사이를 오가며 제비 새끼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듯이
아내와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번갈아가며 입안에
넣어주는 음식을 달게 받아먹으며 짜릿한 행복에 취한다.
드디어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 준비했던 메뉴
장어구이를 양념소스를 발라서 먹음직스럽게 자른 후,
접시에 호일을 깔고 그 위에 그득히 한 접시를
담아 아내와 두 아이 앞에 척 하고 내 놓으며
“자 함 맛들 봐!!~” 아빳표 장어구이여!!~“
기다렸다는 듯 딸아이가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리더니
“우~와 진짜 맛있다!!~ 엄마도 함 맛봐보셔!!~”
별 기대하지 않은 것처럼 딸아이만 쳐다보고 있던 아내도
한 점을 맛보고 나더니
“야!!~ 진짜다!!~ 비린내도 안 나고 참말로 맛나네!!~”
“당신도 올라와 한 점 해 봐요!!~”
장어접시에 금방 젓가락질이 불이난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였으니 시장이 한맛 한 셈 아니겠는가?
“아들!!~ 이런 때 술 한 잔이 없어서야 말이 않 되겠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내가 얼른 술병을 찾아 꺼내서
아들 손에 쥐어준다.
내 잔과 아들 잔에 술을 채우고 아내와 딸아이 잔에
물을 채운 후, 우리는 더 없는 행복감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과 사랑을 위한 건배와 축배를 올린다.
이렇게 멋진 자리를 있게 해준 딸아이와 아내와 아들한테
그 고마움을 표하고, 이렇게 좋은 곳에 추억을 심을 수
있는 우연의 기회와 순간에 감사하고, 이렇게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여유와 행복에 더없는 기쁨을 만끽하며
외옹치 해변에 전혀 예측 불가했던 또 하나의 추억을 심는다.
한참 동안을 구워서 올리고 먹고 마시는 동안 식욕이
다 했는지, 잘려나가고 겨우 남은 작은 위 때문인지,
딸아이가 차 적재함에서 일어서며 맛있게 포식을 했다며
나를 차 적재함 위로 밀어 올리고 장어 굽기를 자청해
나서고, 아들과 한잔 두잔 술에 이슬이 두 병이 힘없이
나가 떨어져 눕는다.
집에서 준비를 서두르며“술은?”이라고 물어왔을 때
세 병이라고 했었으니 마지막 한 병이 남았을 터,
마지막 한 병까지 내 놓으라 손짓을 보내니,
한 병을 줄이고 대신 맥주를 준비했다며 맥주 챙길
시늉을 한다.
“아~~그럼 됐네!!~”손을 저으며 과일을 주문한다.
웬만큼 배도 부르고 다들 흡족한 표정인데 딸아이가
“이제 한 줄 남았는데 어떻게 해?”라고 묻자
아내는 됐다고 손사래를, 아들 녀석은 다 먹고 치우자며
더 굽기를 주문한다. 마지막 한 줄까지 몽따 구워서
접시에 올리고, 아들 몫으로 반을 나누고 그 반으로
세 몫을 나눠 각자 해치울 몫을 배분한다.
그렇게 깨끗이 접시를 비우고 과일 까지 곁들인 후
아들과 난 서둘러 텐트를 고정 진지 구축에 나서고
아내와 딸아인 설거지에 나선다.
1인용 텐트까지 펼쳐서 적재함 위에 가뿐이 올려서
취침준비를 마치고, 우린 나란히 백사장을 가로질러
파도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백사장을 핥고 있는
파도 가까이에 빈 비치파라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고 나란히 함께 앉는다.
여름 끝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은 드문드문 한 둘 눈에 띠고,
해변에 거칠게 부서져 내리는 파도소리만
정적을 깨우다 이내 아쉬운 듯 하얀 포말을 남기며
씻은 듯이 사라졌다 다시 또 밀려들고 또다시 사라지고~
끈적함이 있긴 하지만 여름을 의식치 못할 만큼
그 시원함이 우릴 더없이 편안하고 흐뭇하게 한다.
살며시 일어나 파도가 휩쓸고 가는 모래 위로 걸어 나가
스르르 밀려왔다 발을 적시고 사라지는 하얀 물거품을
보고 있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는 깨끗한 모래위에 손가락으로
급하게 글을 써간다.
“우리 딸 혜영이 무사쾌차를!!~”이라 쓰고
얼른 뒷걸음질을 친다.
금방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흔적 없이 그 글 자국을 거둬가고,
또 깨끗한 모래위에 하얀 포말을 남기며 스르르 모래무덤을 남긴다.
어둠 속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내며 두 팔을 벌려 높이 올리는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이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아빠!!~ 뭐라고 쓴거야?!!~~
“어~~응!!~”
“아빠 소원!!~”한참 생각에 잠기 듯 하다가 조용히
말을 잇는다.
“모두 저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를 봐봐라!!~”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이나 인생사가
저 바다와 파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 하얀 파도처럼 격렬하게 요동이 치기도 하고,
또 한동안은 고요함 속에 정적이 머물기도 하고,
우리 삶에 어려움이 닥칠 때면 아마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아무런 예고 없이 거세게 몰아닥쳐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가 어느 순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하지만 그 격랑 속에서 정신을 잃고 묻혀버리고 나면
삶도 인생도 그냥 그 끝에서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게지,
고요와 평온의 순간을 경험 해보지 못한 채,
그러나 바다는 그러한 것들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
그냥 끊임없이 바람과 파도와 고요와 포말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거든,
우리한테도 죽는 날 까지 저와 같은 파도와 격랑은
잠시도 쉼 없이 계속 될 것이고,
지금 혜영이한테 찾아든 병마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폭풍과 파도가 닥쳐 올련지도 모르는,
그런데 그것은 그 한 곳에 항상 머물러있지는 못해,
그냥 또 저 파도의 흔적처럼 사르르 지나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 것이거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수도 없는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그 때마다 오늘 파도 앞에서 아빠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굳고 강하게 살아내야 해, 다들 알았지?!!~
“특히 우리 혜영이!!~ 약해지지 말고 힘내고??!!~”
두 아이를 양 팔에 감싸고 아내한테로 다가가
함께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우리 혜영이 지금까지 버텨오면서 고생이 많았고,
앞으로 크리스마스 때 까지 무사히 잘 견디고 이겨서
이 병마를 물리치자!!~” 그리고 당신도 정말 고생 많고
고맙고!!~ 아들 또한 감사해!!~” 울 아들 요사이
부쩍 힘들어 보이고 표정이 까칠하던데!!~~“
밝게 돌아올 그 때까지 물으려 하지도 않고, 부담주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테니,
아들!!~ 더 힘내고 더 뜨겁고 치열하게 열심히 살자!!~“
그리고 모두 함께 큰 소리로
“화이팅!!~”“파이팅!!~”을 외친다.
아내도
“우리 지금처럼만 열심히 건강하게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자!!~”
두 아이들도 한 목소리로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파도소리마저도 숨을 죽이며 그러는 우리 가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고,
백사장에 짙게 내린 어둠도 우리들 가족애를
소리 없이 너그럽게 포용하듯 한다.
우린 그렇게 기쁜 맘으로 오늘을 마무리하고 텐트로 돌아온다.
아들녀석이 적재함 위 텐트를 차지해 안으로 들고
사방에 모기향을 피워 안전을 확인한 후,
아내와 딸아이가 차지한 텐트 속으로 살며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눕는다.
16일(토요일)07:20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피곤함 탓이었을까?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이루지 못하였었는데,
한 번도 깨는 일 없이 잠을 아주 푹 잘 잤다.
밖이 훤하게 밝아 눈을 뜨고 반 쯤 일어나
살며시 지퍼를 열고 좁은 틈새로 밖을 내다보니,
벌써 태양은 수평선 위로 떠 오른 지 이미 한참이나
지난 듯하다. 백사장엔 밝고 맑은 햇볕으로 가득하고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는 하얀 띠를 펄럭거리며
잔뜩 성이 난 것처럼 잠시도 그침 없이 세차게 달려오다
멈추고 또 달려오다 사라지고.....................
“에~이!!~ 차~암!!~”
“해가 뜨는 걸 보고 싶었는데!!~”
실망하며 다시 지퍼를 잠그고 그 자리에 눕는다.
누운 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내와 딸아이가
꼼지락 대는 것을 보고서야 일어나 앉는다.
“당신이랑 혜영이랑 잘 잤어?~”그때야 눈을 뜨며
“응 그냥저냥!!~”
딸아인 잠자리가 많이 불편했는지 등이 고여 혼이 났다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걱정스레 살피며
텐트 안에서 그런 채로 뭉그적거리다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대충 닦고 텐트를 열어 밖으로 나온다.
아들도 텐트 밖으로 나와 텐트를 걷고, 아내와 딸아인
멀리 화장실을 향해 가고, 아침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차 안을 한참동안 뒤적이고 있는데,
금방 돌아온 아내가 등 뒤에서 어깨 넘어로
“뭐 할라고?”
“우리 밥해줄라고?” 하고 묻는다.
“그래!!~” 내가 아침밥 준비 할 테니까 참견 말고
어서 들어가 더 쉬어!!~” 라고 말하며 등을 떠민다.
“자~ 뭘 해먹을까?!!~ 남은 거 몽땅 털어 넣고 김치찌개?”
혼자 말처럼 하는 말에 아내가 들어가다 말고 다시와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디!!~”라면서
차에서 이것저것을 챙겨 내 놓고 또 참견을 하려고 든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잔소리 말고 얼른 들어가 쉬소!!~
다시 아내를 떠밀어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 하고,
쌀을 씻어 쌀뜨물을 내 국 냄비에 받아놓고 대충 물 조절을
하여 버너에 올려놓은 다음, 국 냄비에 적당량 된장을 풀어서
간을 본 후, 감자를 삐져서 넣고 양파도 썰어 넣고, 마늘도
저며 넣고 매운 고추도 뚝뚝 잘라 넣고, 멸치까지 팍팍 넣어
한쪽으로 놓아놓고, 벌써 김이 오르며 끓기 시작하는 밥솥에
불 조절을 하며 뜸을 들게 한 후, 얼른 들어서 내려놓고
국 냄비를 불에 올린다. 아내와 딸아인 분주히 움직이는
날 못미더운 눈초리로 텐트 안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될 대로
되란 듯 아들을 대동하고 파도 구경을 나간다.
즐겁고 기쁜 맘으로 휘파람을 불어가며
적재함 위를 정리해 은박 돗자리를 펴고,
먹을 수 있을만한 것은 죄다 꺼내 그득하게 모아놓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된장찌개의
간을 보는데 너무 싱겁다. 소금을 10원어치 정도 넣고
저은 다음 다시 간을 보고 있는데, 배가고파 죽겠다며
쪼르르 적재함으로 들 몰려온다.
망서릴 틈 없이 적재함 위로 올라앉아 수저를 듦과 동시,
일제히 된장찌개에 수저를 담갔다 맛을 보더니
“우~와!!~”
“맛있다!!~”
“진짜 맛있다!!~
“먹을 만 해!!~”
“밥도 정말 꼬들꼬들 맛있게 됐어!!~”흡족해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향해,
“어때?” 아빠도 이만 함 젬병인 아니지? 어깨를 으쓱
으스대자 이제부터 앞으로 종종 아빠가 식사준비를 해도
되겠다며 은근슬쩍 멍에를 씌우려든다.
우린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가롭고 여유롭게 백사장를 거닐며, 파도구경도 하고
텐트 안에서 부족한 잠을 충당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내를 손짓해 한가로이 해변을 걷는데 무슨 단체에서
아이들과 함께 단체 해수욕을 온 것인지 제법 많은 인파가
튜브를 의지하고 파도를 타며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우린 걸음을 멈추고 가까운 파라솔 아래 빈 평상 하나를
차지해 걸터앉고 그 신나는 놀음을 구경한다.
“당신도 함 해볼텨?”
“정말? 우리도 함 혀봐?”우린 마주보며 웃고는
그들을 보는 재미만으로 대리만족에 그친다.
이따금씩 높은 파도가 한꺼번에 밀려와 뒤섞인 파고에
튜브가 뒤집혀 물속에서 허우적대다 간신이 밖으로 들려져
나오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죽을 듯 기침을 해대다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 어른 아이들을 볼 때면 입을 가리고
킥킥대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꽤 한참동안을
그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문득 어제 재천 형과의 연락하기로 한 약속이
생각나서 전화기를 꺼내 급히 통화를 시도한다.
금방 연결 음이 끊기며,
“아!!`”지금 막 출발하려던 참인데~~ 어떡헐껴?~“
“거기까지 가긴 넘 멀고 난 홍천으로 갈까 하고있쓰!!~”
“그래요?”
“그럼 시간 맞춰 나도 그리로 이동할게요!!~”
“알았쓰!!~”
“장소 정해짐 다시 연락할껴!!~”
아내한테
“우리도 서서히 준비를 해야것는디!!~”
아내를 일으켜 텐트로 돌아온다.
아이들한테도
“이제 서서히 준비해서 일단 인제로 넘어가자!!~”
“서울우유 아저씨가 홍천으로 오시겠다네!!~”
아이들도 어제 오면서 통화내용을 들었던 터라
알고 있다는 듯, 슬그머니 일어나 준비를 서두른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며 경태부친의 전화가 온다.
매형께서 와 계셔 시간을 못 냈는데 지금 이리로
오겠노라고~ 혜영이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으니
우린 염려치 말고 매형 잘 모시라 하고, 다른 약속도
있고 하여 지금 철수중이라고 이해를 구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총알처럼 달려와 우릴
지쳐 주저앉을 때까지 휩쓸고 다녀도 모자랐을 것을,
다소곳이 그러마고 전화를 끊는 느낌이, 지난번
서울에 왔었을 때 있었던 일에 꽤나 섭섭함이 깊었는가
싶어진다.
그날 밤 딸아이가 며칠째 입맛 없어 하기에 집 밖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친구의 서울 왔다는 연락에
어차피 집에서 잘 거 아니냐며 우리 집 근처로 오라하여
만나는데, 어디선가 전주가 있었던지 흥이 오른 표정으로
딸아일 위로해야 한다며 대뜸 노래방을 가자 들이댄다.
혜영이가 지금은 그럴만한 기운도 기분도 아니라며
말리는데도 당최 들으려 하지를 않아 간신히 겨우겨우
아내와 아이들을 집으로 들어가라 하고, 둘이서
노래방으로 갔다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
상대방 이야기에 너무 소홀한 채, 위로 아닌 위로가
너무 짜증이나 나도 모르게 발끈하여 심하게 화를
내주었던 기억이, 서로 화해는 했었지만 아직은 그
가슴에 남은 섭섭함이 조금은 기억되어 있으리라.
서둘러 짐들을 챙겨 적재함에 묶고,
여름 끝자락에서 외옹치 해변에 우리가족의 흐뭇한
추억을 고스라니 묻어둔 채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를
뒤로하고 외옹치 해변을 나선다.(11:30)
여름 끝자락을 살며시 접어 서로의 가슴에
예쁜 갈무리를 하고.........
올 때는 미시령을 넘었으니 갈 때는 한계령을 넘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아들!!~ 경험을 하였으니 아는 길로 미시령을 넘어가자!!~”
아들은 알았다는 듯
“아빠!!~ 그럼 일단 내비를 찍어주세요!!~
내비를 인제 터미널에 맞추고 콧노래를 불러가며
수월하게 속초 시내 인근을 벗어난다.
차창 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며 촘촘히 줄지어 달려가는
앞차들을 바라보다가 올 때, 너무너무 극심했던 지,정체의
기억을 떠올리고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미시령으로 가는 외곽도로에 접어들자 훤히 드러나 보이는
미시령에 비구름이 잔뜩 걸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진회색 구름이 산 아래까지 무섭게 가라앉는다.
미시령 터널과 구도로 사이를 고민하던 중,
도로변에 호객 푯말 복숭아 1만원에 20개라는 문구 발견하고
“아빠!!~ 우리 복숭아 좀 사갈까?”라는 딸아이 말에,
급하게 아들이
“어떻게 해요?!!~”
“그러자 그럼!!~”
“가판대가 보이면 거기서 세워 줘!!~“
그런 후 우린 복숭아를 사서 꾸러미하고, 터널 전
휴게소에 들러 비설거지 겸 볼일 들을 마치고 나서
아들을 조수석으로 앉게 한 후 미시령 구 도로를
택해 달린다. 잠시 방향을 놓친 내비아줌마의 횡설수설에
약간의 헤맴을 감수한 후 짙은 안개와 한두 방울씩
차창을 두들기는 빗방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꼬불꼬불 기세 좋게 미시령 고개를 넘는다.
“언제든 배고프면 말해!!~”
“션한 물 흐르는 계곡 나오면 쉬면서
라면 끓여서 먹고 가게!!~”
된장국에 배들이 든든했는지 점심생각이 없다는 듯
별 반응들이 없고, 뱀처럼 꼬불꼬불 몇 고비를 넘은 끝에
미시령 정상에 도착, 찐한 운무를 배경삼아 사진도
한 컷하고, 신선한 공기도 폐 속에 한껏 담아서
인제에 진입한다. 햇빛이 쨍한 아직은 열기가 다 가시지
않은 여름 끝자락, 살며시 국도를 빠져나와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설악 어디쯤에서나 길 양쪽을 살피며 슬슬슬
지나다가 큰 다리 하나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후 아들과
교각 밑에까지 내려가 주변을 살피고 나서, 교각 밑
물가까지 제법 거리가 있긴 하지만 물 맑고 그늘지고
좋긴 한데, 아내와 딸아이가 내려가기가 곤란하리라
생각하고 뚝방을 올라오자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어떡케요?”
“당신하고 혜영이가 내려가자면 어렵겠는데!!~”
오히려 아내가
“물도 좋고 그늘도 좋고, 다 좋기만 하구마!!~”
“날 더운디 헤매지 말고 저리로 갑시다!!~”
딸아이도 차에서 나와 양손에 주섬주섬 먹 거리를
챙겨들고 성큼성큼 교각 밑으로 내려가고,
아들과 나 역시 씨익 웃으며 물건들을 챙겨들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돌을 골라 앉을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돗자리를 펴 쉴 공간을 확보한 후,
버너에 물을 올리며,
“라면 들 다 먹을 거지?”라고 묻자 아내가
“아침에 밥 남은 것도 있쓴깨 세 개만 끓여 보씨요!!~”
냄비에 물을 덜어 세봉 끓일 물을 맞춘 후
라면 세 봉지를 꺼내 스프를 풀어 넣고 불을 키운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 아들은 물 안으로 들어가
찝찝함을 씻어내며 그동안 닦지 못했던 그릇과
잡다한 것들을 물속에 담가두고 말끔히 헹궈서 건져내기
바쁘고, 딸아인 돗자리에 앉아 음악 감상에 빠져있다.
예전에 느껴보지 못하였던 편안함, 느긋함, 여유로움,
행복감이 우리 네 가족 각자의 가슴에 한껏 충만해 있음을
느낌으로 읽는다.
아침에 남은 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복숭아 과일 등 주전부리꺼리를 꺼내 후식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설거지거리를 챙겨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뽀송뽀송 그릇을 닦아서 바위 위에 엎어 포개고
수저 또한 깨끗이 닦아 한켠에 모아 놓고
두어 걸음 더 물 깊이 들어가 허리를 굽혀 머리를 물에
반쯤 담궈 시원하게 머리를 감는다.
땀 염분과 모래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나니 참으로
가뿐하고 상쾌함이 그지없다.
아내와 아들도 따라 들어와 물에 발을 담그고,
아내가 갑자기 생각이 나는 듯,
“주현아!!~ 1인용 텐트바닥에 먼지가 잔뜩 묻었던데,
가지고 와서 이 깨끗한 물에 씻었으면 좋겠다!!~“
아들녀석도
“맞어!!~ 지금 가져와 빨아야겠다!!~”며 금방 올라가
텐트를 찾아서 내려온다.
물에 담가서 이리저리 흔들고 부비고 빨아서 햇볕이 잘
비치는 바위 위에 쫙 펴서 돌멩이로 군데군데 눌러
말려두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 형으로부터 기다렸던
전화벨이 울린다.
“홍천 화이트공장 옛 상륙훈련 교장에 도착했쓰!!~”
“아~ 거기요?”
“뭐를 준비 해가요?”
“뭘?~ 다 준비를 해 왔는데?!!~”
“그럼 목살이나 좀 하고~~~ 쌈 꺼리는 있어요?”
“아!!~ 그래~ 상추나 좀 사오든가!!??~”
“알았어요!!~ 여기 인젠데~~ 좀 있다 출발 할게요!!~”
전화를 끊고,
“자~~ 이젠 홍천으로~~~ 살살 준비 해보자!!~”
텐트를 개켜서 보관 주머니에 넣고, 각자 한두 가지씩
들고 메고 이고 챙겨서 뚝방을 오른다.
뚝방을 올라서 햇볕으로 나오자마자 더운 열기가 훅 하고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차 문을 열어 잠시 열을 식히고 나서
아들한테 운전대를 맡겨 홍천으로 향한다.(17:00)
앞서 달리던 차들이 점점점 속도가 줄고,
딸아이가 뒷좌석에 스르르 눕는 것으로 보아 많이
피곤한 듯 보이고, 그러는 딸아일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심히 살핀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 지체와 정체가 이어지고,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며 우린 마침내 홍천에 진입한다.
시내를 경유 마트를 찾기 위해 터미널 근처로 차를 몰아
축협 매장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주차하고,
목살과 상치와 버섯 등 내일 아침 김치찌개 껄이
콩나물까지 구입, 아들이 내민 카드에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식수통에 수돗물을 가득 채워 실은 후,
아득한 먼 옛날 그 이가 살살 갈리던 실거리 사격장으로
바삐 향한다.(18:40)
잠깐 스쳐 지나는 길에 옛 사단사령부를 발견하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더듬는다. 월요일 아침이면 전투화
삐까번쩍 물불광을 내서 갈아 신고, 등 주름 세줄 칼같이 세운
일장 복 말끔히 갖춰 입고 단독군장에 사령부 연병장까지
구보로 이동, 사단 사령부 연병장에서 행해지던 그 칼 같은
군기로 각지고 절도 있는 사열이며, 사단장 관사 야간 경계근무,
기상나팔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예외 없이 일조점호 후
여름이건 겨울이건 상관없이 상의 탈의 아침 구보,
숨 가팠던 일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사령부를 지나
우측에 헌병대(?) 좌측에 화지대, 보충대, 보충대를 지나
좌측 공병대, 우측 수색대, 수색대 뒤 보안대,
마치 온라인상의 지도에서 로드뷰를 보고 있는듯하다.
“아빠 하이트맥주공장인데!!~”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우회전!!”
얼마를 가지 않고 좌측에 탑 차 한대와 형 차가 나란히
주차 돼있는 것을 발견하고
“저기다!!~”저기다 차를 세워라!!~”하여 막 주차를
끝내고 나오는데 형의 조카분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온다. 이미 초면은 아닌 터라
서로 옛 아들 면회 때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내릴 짐이 많으면 저 안쪽으로
더 들어가 주차를 하라는 안내에 다시 차를 몰아
안쪽으로 진입하자 길 옆 조그만 공간이 하나 보이고
탁 트인 강변 백사장을 지나 물가에서 낚시를 담구고
있는 형이 보인다.(19:00)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차에서 꺼내들고 강변으로 다가가자
“어서들 오셔!!~”
“고생들 하셨쓰!!~”형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오고,
손을 내밀어 반가이 악수를 하며 아내와 아이들도 또한
반갑게 맞아 인사를 나눈다.
이미 야외용 바비큐 불판엔 고기가 올려져있고,
밥도 먹 거리도 다 준비가 돼있다.
우리 뒤를 헐레벌떡 쫓아온 조카님께서 왈,
여지껏 그렇게 야외를 함께 나다녀 봤어도 단한 번 이런
식사준비를 해본 역사가 없었는데, 오늘만은
귀한 손님들이 올 것이라며 어찌나 사람을 다그치든지
자신의 삼촌 색다른 면을 봤다며 힘들어 혼이 났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떨면서 형님 가족이 오신다 하길래
정성껏 준비했단다. 자신이 책임지고 오늘 모든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며 손 빠르게 고기를 구워낸다.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고 황송한 환대인가?
딸아일 데리고 바다를 다녀와야겠다는 말에
어디로 갈려는지 미리서 말하라 셨는데 고성, 속초,
양양을 결정 못하고 출발했던 것이 형한테는 기다림을
드렸던 것이 되었으니 죄송하기도 하고,
매번 이러한 일에는 형과 그 조카님께 신세를 지게
되는 것 같아 미안스럽기도 하고, 아마도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두고두고 갚아도 모자랄 내가
기억해야 될 빚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둠이 스멀스멀 강을 삼키고 하이트맥주 공장에
대형 빌보드간판 불빛이 강변에 짙어가는 어둠을
겨우 붙들고 있다. 딸아이 염려에 텐트를 쳐
여기서 자고 내일 나갈까? 아님 아주 늦게 차 막힘이
덜 하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까를 망설이다가,
한두 잔 권해지는 술에 이겨내지를 못하고 텐트를
설치키로 결정하고, 서둘러 텐트를 들고 와 설치에
들어간다. 역시 바닥 모래를 고르고,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올려서 고정하고 아들과 함께 부산하게
텐트 설치를 마무리한다. 바로 옆 가까이 아들의 1인용
텐트까지 마치자 아내와 딸아이가 텐트를 들락거리며
잠자리를 정리한다.
조카님께서 연신 구어 내는 목살과 갈비, 야채와
과일과 먹 거리가 야외용 식탁에 그득히 쌓여있다.
형은 여전히 낚싯대 형광 찌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식탁을 오가며 잔을 비우고, 조카님은 한시도 쉼 없이
이야기를 해가며 아들의 술잔에 잔을 채우고,
그러는 조카님의 술잔에는 내 손에 붙들린 이슬이가
똥구녕을 쳐들며 꾸뻑꾸뻑 인사를 해댄다.
아내와 딸아인 나란히 앉아 즐거운 듯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만찬을 즐기는 사이 또 하루가 홍천
상륙교장 강변 백사장 위에서 까맣게 저물어간다.
이 여름의 끝자락을 짙은 어둠 수면위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아들은 낚시에 여념이 없고, 딸아인 드리워진 낚싯대가
신기하고 궁금한 듯, 형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살펴보기도 하고, 아내는 텐트 안을
점검하며 침구를 펴고 잠자리를 매만지고, 조카님 연신
두런거리며 물 가운데를 향해 낚싯대를 던졌다 건졌다를
반복한다. 서너 걸음 멀리 거치된 두 대의 낚싯대로
다가가서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 올려 릴을 감아 미끼를
확인하고, 지렁이를 다시 끼워 최대한 힘껏 멀리 던져
넣은 후, 살짝 당겨 고정 대에 고정하기를 반복하고,
살며시 형 옆으로 다가간다.
“안 피곤하요?”
“피곤은 뭘?”
텐트 앞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
모녀의 대화 속으로 끼어들며
안 피곤해? 늦었는데 그만 자지!!??~“
“그보다 혜영이가 내일 먹을 약을 안 챙겼다는데,
약땀시 낼 아침 일찍 가야것네요?!!~
“그래?” 그럼 그래야지!!~“
“일찍 준비해서 밥 먹고 나가자고!!~“ 딸아이가
“아빠 여기 좀 앉아봐!!~”
“왜?”하고 물으며 딸아이 옆에 앉는다.
“나~~ 다 나으면 지금까지 했던 일 그만하고 다른 일을
해 볼려구~~~”라면서 엊그제 제가 다녔던 직장을 다녀
왔다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원장을 만났었단 말여?”
“그런데 아냐!!~ 넌 일도 아니고!!~~ 또 다 나으면 이라는
가정도 어쩌면 너한텐 지금은 부담이 될 수가 있어!!~
끼어들려는 딸아일 조용히 제지하며 말을 이어간다.
“혜영아!!~ 아빠가 너한테 미안한 게 하나 있다.
너 힘들고 지쳐 있을 때 아빠가 가차 없이 그 일에서
손을 떼게 해 줬어야 했는데, 그 것을 못해 줬던 게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후회스러워 죽겠어!!~
넌 지금 빨리 나아야지 하는 생각도 안 돼고,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더 곤란해!!
아빠가 언젠가도 이야기 했었지만 지금은 맘
편히 쉬는 것, 자신을 위로하고 연민하는 것,
이 두 생각 외엔 아무것도 생각해서도 계획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단호하게 못 박았다.
그동안 힘들고 고생하고 애썼으니까 올 크리스마스 때
까지는 오로지 두 생각만하라고 재삼 당부하며,
아무런 흔적 없이 깨끗이 다 나은 후, 때가되면
아빠가 일하러 나가라고 내 쫓아 보낼 거라고 잘라 말하고,
뭔가 이야기하려는 딸아일 다음에 하자며 일어나
성큼성큼 형한테로 다가가 담배 한 개피를 청한다.
“아~~뭣땀시그려?”피지도 않은 담배를 다 달라하고?“
“아~~~이런 땐 딸아이가 측은하고 맘이 답답해지네요!!~
벌써 8개월째니까 저는 내심 불안하기도 하고, 우리들
다 출근하고 나면 저 혼자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할텐데~~ 아무리 변함없이 친하다고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직장 동료들하고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 질 테고,
투병에 지치고 불안하고, 지 앞날 생각하면 더
소심 해질걸!!~ 앞으로 5~6년은 꼼짝없이 묶여있어야
할 텐데, 야무진 아이긴 하지만 혹시 마음이 어두워지고
상처가 생길까봐 맘이 불안 불안하네요.
“아~ 아빠가 뭐란 아빠여?”
“거그 아빠 있잔여?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답답했던 가슴에
바람 틈이 생기며 시원하고 싸한 바람이 강을 건너와
앞가슴을 간지럽힌다. 흐뭇한 침묵이 이어지고...........
빌보드 간판에 불마저 꺼지고 나니
칠흑 같은 어둠이 순식간에 강을 덮는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어, 아내와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어가고 조카님 또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탑차를
향하여 가고 없다.
월척은 아니지만 제법 굵직한 붕어의 손맛을 봤던 터라
그 손맛을 기대하며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찌를 노려보고
있다 갑자기 침묵을 깨우며,
“에~~이!!~~~후딱 가서 한 투망을 해 버릴까?”
주섬주섬 투망을 사리는 사이 면장갑을 찾아서 끼고,
손잡이가 있는 용기를 하나 챙겨서 목걸이형 랜턴을
목에 두르고 휘적휘적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형을
따라나선다. 어둠 속에서 “휙!!~ 하고 던졌던 투망을
서서히 건져 올려 물 밖으로 나와 투망을 펴보는데,
피라미 두세 마리가 정말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듯
퍼덕거리다 모래를 뒤집어쓰고 죽은 듯 배를 보인다.
그렇게 두세 번을 더 하고나서,
“읍써읍써!!~ 이놈들이 다 취침 중인간벼!!~”
처벅처벅 낚싯대 담가 놓은 곳으로 돌아와
다시 낚싯대 펼쳐놓은 파라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담배를 피워 문다.
“그만 잡시다!!~”
“아~~ 자긴 뭘 자?!!~”
“난 이렇게 새울껴!!~”
“언능 들어가 주무셔!!~”
“적당히 해여!!~” 이런 피로가 누적되면 다 병이 되는 거여요!!~
“아 뭔소리?”내겐 이런거이 다 보약 이랑걸 잘 알잖여?”
누가 저 고상한(?)취향과 습관을 말릴 수 있으리?
“난 그럼 잘라요!!~”
“원한만큼 손맛이라 봤음 허요!!~”
“그려!!~~ 잘 자!!~~”
텐트 지퍼를 살며시 열고 들어가 한쪽 비워둔 자리에
등을 대고 조용히 눕는다.
17일(일요일)06:30
생리적 현상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살며시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온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강변에
낮게 드리운 자욱한 안개가 어느 꿈속에서 보았던
낯선 별천지에 서 있는 것처럼, 낯설면서도 상쾌하고,
물소리 풀벌레들 소리가 소란스러운 듯 하면서 정겹고
고향처럼 편하고 상큼하다.
형은 파라솔 아래 야외용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에 빠졌고,
침침하고 묵직한 기운이 왠지 비 냄새를 품고 있는듯하다.
식탁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진 먹 거리며 용기며 도구들을
하나하나 가만가만 치우고 정리하다 텐트로 다시 돌아
오는데 아내가 인기척에 깼는지 일어나 앉으며,
“아침 식사만 저분들 먹을 수 있도록 챙겨놓고 우린 그냥
집으로 갑시다!!~“
“뭐 그렇게 해도 문제는 없겠는데??!!~”
우린 함께 밖으로 나와 주변 정리를 하며 아침식사준비를
서두는데, 아니나 다를까 투두둑 빗방울이 들치기 시작한다.
아내는 급히 텐트로 가 아이들을 깨우고,
난 식탁주변과 텐트주변을 오가며 비설거지에 바쁘다.
어제 준비했던 김치찌개감과 국거리를 냄비에 앉혀
불을 붙이고, 밥솥을 열어 어제 남은 밥을 확인 해보니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충분한 양의 밥이 밥솥에 남아있다.
쌈꺼리와 양념들을 김치와 함께 냄비에 추가 해 넣고,
콩나물까지 팍팍!!~ 일어나면 곧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고 청소까지 말끔하게 마친 후 형을 깨운다.
“형!!~ 비오요!!~”
“우린 그냥 갈라요!!~”
“딸아이 오늘 아침약도 안 챙겨 왔고, 길 막히기 전에~~~”
“어~어~ 그럴려?”
“밥은 먹고 가야지!!~”
“아녀 형!!~ 우린 그냥 가는 게 낫겠어요!!~”
김이 오르는 찌개 냄비를 가리키며,
“저건 김치찌개!!~”
“밥솥에 밥!!~ 식었으니 김치찌개 국에 말아 들어요!!~”
“식탁 위에 간단한 반찬!!~”
“그리고 대충 물건들 정리하고 비설거지 다 했으니까
있다 갈 때 빠트리지 말고 잘 챙겨 가요!!~“
“그려그려~~ 알았으니 갈려거든 어서 그만 가봐!!~”
비에 축축이 젖은 텐트를 아들과 함께 급히 개켜서
자루 속에 쑤셔 넣고 후다닥 물건들을 올려다 차에 싣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형께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아들한테 키를 넘기며,
“형 많이 낚아서 와요!!~”
“전화 할게요~~ 먼저 가서 미안함돠!!~” 먼발치 인사를
마치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탑차 문이 열리며 조카님이
부스스 밖으로 나오며.
“벌써 가시게요?”
“나 지금 밥하러 나왔는데!!~”
우린 웃으며 차를 멈추고 다들 내려 긴긴 감사의
악수를 나누고 나서야 귀경 길에 오를 수 있었다(08:05)
이 여름의 끝자락에
모든 것이 다 고맙고~
모든 것이 다 감사하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모든 것을 다 사랑하자 라고 쓰고,
유쾌 상쾌 통쾌한 마음으로
오락가락하는 빗속을
거침없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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